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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빠토그래퍼 Jun 11. 2024

여행 중인데...
왜 이 식당을 왜 두 번이나 왔을까?

한 식당을 두 번 다녀와서 쓰는 맛집 후기

우리 가족은 #화순 에 있는 #금호리조트 로 여행을 갔다. 


리조트에서 숙박을 하게 되면 마치 공식처럼 아침은 리조트 내의 #식당 이나 조식 뷔페, 점심은 근처 여행지 관광 후 적당히 먹게 된다. 하지만 항상 고민되는 건 #저녁식사 이다. 

바닷가 근처 리조트가 아니라면 일반적으로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에 식당이 있는 곳은 드물다. 

나가서 먹자니 운전하기 피곤하고, 그렇다고 리조트 내에서 먹자니 너무 비싸고 양이 적다...


다행히도 리조트 바로 옆에 #한식식당 이 두 개 있었고, 그중 하나인 #광주식당을 방문했다.

정말 큰 기대 없이 그냥 한 끼 때우기 위해 찾아갔지만, 다음날 저녁에도 다시 찾아오게 만든 그런 #맛집 이다.



광주 옆 화순에 있는 광주식당


일반적으로 식당 이름에 지역명이 들어가면 사장님의 출신지를 적는 게 일반적이다.

예를 들면 목포식당, 함평집 같은 이름을 가진 식당에서는 정말 흔한 밑반찬인 김치 하나도 뭔가 서울에서는 느껴보지 못하는 그런 고향의 맛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이고, 그 지역 출신인 손님에게 향수를 일으키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긴 광주 바로 옆 화순이다. 무등산을 경계로 나눠지기에 어디까지가 화순이고 광주인지 참 애매한 지역적 특성이 있다. 굳이 비유를 하자면 하남에 있는 서울식당 같은... 뭔가... 어색한 느낌이었다.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 보자면 광주나 화순에 사는 주민이 굳이 차 타고 리조트 근처에 와서 밥을 먹는 건 좀 사치스러운 느낌이기도 하고, 그분들이 물놀이하러 왔다면 집밥을 먹거나 자기 집 근처 동네의 익숙한 식당에 밥을 먹을 것이다. 그렇다 보니 이 마을 사람들 아니면 광주, 화순 주민들은 여기에 굳이 찾아와서 밥 먹을 일은 거의 없을 것 같았다. 


우리 같은 관광객들에게, 적어도 광주에서 자라신 부모님이 두 분이나 계신 우리 가족에게는 반가운 이름이었다. 미국 한복판에서 만난 서울식당 같은 느낌이랄까...






오늘 저녁 뭐 먹지


서울에서 새벽같이 출발해 부지런히 왔지만 중간에 성묘도 하고 양떼목장도 들렸다 와서 그런지 리조트에 5시쯤 도착했다. 짐을 풀자마자  차에 덜 가져온 짐이 생각나 주차장에 내려가면서 리조트 이곳저곳을 둘러보다 리조트 바로 뒤편에 광주식당을 발견했다. 4인상 기준 대략 20테이블 정도 있는 식당이 꽉 차있었고 밖에 기다리는 사람도 있었다. 안에 들어가 직원에게 저녁 메뉴가 어떤 게 되는지 물어보았다.


여러 가지 메뉴 중 고기류는 삼겹살과 갈비, 오리구이는 가능했고, 식사류는 김치찌개, 애호박찌개가 가능하다고 했다. 몇 시까지 영업하는지 물어보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7시쯤 되어 늦은 점심이 소화가 될 때쯤 우리 가족은 짧은 회의를 했다. 최종 후보는 리조트에서 먹는 바베큐, 차 타고 나가야 하는 보리밥집, 그리고 광주식당이었다. 점심때 배부르게 먹은 소고기 때문일까, 우리의 소화기관들이 오늘 더 이상의 고기는 먹을 수 없다고 신호를 보내왔고, 무엇보다도 이런 산악지역에서 야외에서 고기를 먹는다는 것은 모기에게는 참 좋은 소식이기에 바베큐는 쉽게 포기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 최소 7시간 동안 차에 있던지라 오늘 더 이상 차를 타고 이동하고 싶지 않았다. 결국은 바로 앞에 있는 광주식당으로 가기로 하고 리조트를 나섰다. 물론 메뉴는 고기가 아닌 찌개를 먹을 생각으로...




기다림은 사람을 기대하게 만든다.


부모님과 함께하는 여행은 식당 선택이 성패를  가른다. 

삼시 세끼, 특히 아침식사는 꼭 챙겨드려야 부모님의 심기가 편하고 여행 중에 평화가 깃든다. 

하지만 그게 가장 힘들다. 너무 싸면 싼 게 문제, 너무 비싸면 비싼 게 문제다. 가격 외에도 위치, 맛. 시간 등 모든 것이 고려되어야 한다. 그래서 보통은 근처 가장 큰 관공서의 가장 비싼 식당으로 모신다. 그리고 최대한 메뉴판이 안 보이는 벽 쪽으로 안내해 드린다. 이렇게 많은 것을 고려하지만 우리가 가장 피하는 식당 중 하나는 웨이팅의 유무이다. 웨이팅이 있는 식당은 기다린 만큼의 시간을 가치로 환산하여 사람을 기대하게 만들기에 작은 불편함도 큰 불만으로 쉽게 확대되기 마련이다. 


우리가 식당에 도착한 시간은 7시 50분쯤, 자리가 없어 기다려야 한다니 조금 불안했다. 재료가 떨어져 불안하기보다. 음식의 맛과 서비스가 기다림에 대한 보상을 충분히 해줘 부모님이 만족하실 것인가에 대한 불안감이었다. 나는 불안감을 잊기 위해 아이와 함께 식당 앞에 있는 순한 개와 눈으로 교감하고, 식당에서 다 쓰고 버린 연탄불에 불멍을 하며 기다렸다. 


15분쯤 지났을까, 아내의 이름이 불려 우리는 식당에 들어갈 수 있었다. 






처음 맛을 본 애호박찌개 그런데 익숙하다...


어른 넷이서 김치찌개 4인분을 시키기에는 뭔가 여행 중 식사 같지 않기에, 애호박찌개도 2인분 주문했다. 나는 애호박찌개보다 아는 맛인 김치찌개를 먹고 싶다고 했고, 애호박 찌개에 대해 별 기대를 하지 않았다.

드디어 음식이 나왔다. 김치찌개는 고기가 들어간 일반적인 김치찌개였다. 

처음 시켜본 음식인 애호박찌개는 충청도에선 짜글이, 서울에선 고추장찌개 라고 하는 그 음식과 비슷했다. 

찌개의 비주얼은 영상으로 남겨두었다. 


첫 맛은 약간 심심했다. 소금이 아닌 젓갈로 간을 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불을 세게 하고 조금 더 기다려 보기로 했다. 5분 정도 더 끓여 국물이 조금 줄어들 때쯤, 애호박의 단맛과 그리고 젓갈의 감칠맛이 찌개 전체에 퍼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고기에까지 스며들어 전체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아직 매운 걸 먹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한 계란찜과 콩나물 반찬도 있으나 김 하나쯤 챙겨가면 고기를 안 먹더라도 아이들 끼니는 때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첫 방문은 만족스럽게 먹고 3만 원이 조금 넘게 나왔다.

맛도, 가격도 만족스러웠다. 





다시 찾은 그곳, 그리고 다시 기다림


자가용을 이용한 여행에서는 한 번 갔던 식당을 다시 가는 것은 흔하지 않은 일이다. 

적어도 같이 여행을 간 사람들이 다 같이 맛있게 먹었어야 하고, 적당히 깔끔해야 하고, 가격도 부담이 없어야 하고, 주차도 편해야 하고, 여행 동선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한다.

그런 경우가 딱 한 번 있었는데 제주도 공항 근처의 갈치구이 집인 유리네가 그랬다. 

그 식당 입구에 들어서면 맛집판별기인 이명박 전 대통령의 방문 싸인이 있었기에 신뢰가 갔고, 여행 동선도, 위생도 만족스러웠기에 돌아가는 길에 한 번 더 들렸다.

두 번째 날 물놀이를 마치고 나서, 아침에 먹었던 조식 뷔페와 워터파크에서 우동을 먹었던 게 잊힐 정도로 배가 고팠다. 우리 가족은 저녁에 뭘 먹을지 짧은 고민을 하고 어제 갔던 광주식당에 다시 가기로 했다. 어제 우리 가족이 #김치찌개 와 #애호박찌개 를 먹고 있을 때 다른 손님들이 먹고 있던 삼겹살과 갈비가 맛있어 보였다. 

어제보다 이른 시간에 갔지만 여전히 기다려야 했다. 앞에 기다리는 손님이 세 팀 정도 있어서 여유 있게 동네를 돌아보았다. 

30분쯤 기다렸을까... 아내의 이름이 불렸고, 우리는 다시 광주식당에 들어갔다.




삼겹살과 애호박찌개는 정말 꿀조합...


식당에 들어와서 우리는 고민하지 않고 삼겹살 4인분을 주문했다. 밖에서 기다리면서 합의했기에 서로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주문하고 삼겹살이 나오는 데까지 시간이 좀 걸렸지만 잘 나왔다. 

삼겹살은 손에 꼽을 정도로 맛있었다. 고기가 신선했고, 고소하고 적당히 간도 되어있었다.

돌로 만든 불판도 고기가 끊기지 않게 열심히 일했다.

삼겹살을 먼저 먹어보고 갈비도 2인분 정도 먹어보려고 했으나 삼겹살이 맛있어서 2인분 추가했다.



어제 옆 테이블에서 삼겹살을 다 먹고 볶음밥을 시켜 먹는 것을 보았다. 직원이 볶아주는 건 아니었지만 삼겹살 먹던 판에 볶음밥 먹는 것을  참을 수 있는 한국인은 몇 없을 것이다. 그것을 보고도 우리가 오늘 볶음밥을 시키지 않았던 것은 애호박찌개를 다시 먹어보고 싶어서였다. 

우리가 애호박 찌개를 먹어보지 않았다면 우리도 삼겹살을 먹고 무난하게 밥을 볶아 먹었을 것이다. 

삼겹살을 어느 정도 먹기 시작하고 나서 애호박찌개 1인분을 시켰다. 어제 시켰던 2인분과 다르게 뚝배기에 나왔다. 다행히도 손님이 좀 빠지기 시작해서 옆 테이블이 비어있었고, 직원분께 부탁해서 버너에 올려 팔팔 끓였다.어제처럼 처음엔 좀 심심했고, 3분 정도 더 끓이니 그 맛이 났다. 그때쯤, 밥 반 공기를 애호박찌개에 넣었다. 


삼겹살을 2인분을 더 시켜 먹고, 계산을 해보니 10만 원이 조금 넘게 나왔다.

여행지에서 저녁시간에 고기를 배부르게 먹고 이 정도 가격이면 꽤나 가성비가 좋았다.





총평


우리 가족이 다음에 화순 금호리조트에 간다면 또 가게 될 것 같다. 시내 식당 같은 깔끔함은 기대하기 어려웠지만 금호리조트와의 거리, 삼겹살과 애호박 찌개의 맛, 그리고 적당한 가격으로 손님이 많아 기다렸다가 먹어도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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