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행복, 내 몸과 마음을 지배하다.
영원히 지배당하고 싶은 나의 기쁨
맛있는 음식을 먹는 일은 내 삶의 가장 큰 행복 중 하나다.
특히 회!
여기에 술까지 곁들일 수 있다면 "캬~!" 이보다 좋을 순 없다.
가끔은 우스운 일도 생긴다.
연애 초였다. 제법 낯을 가리는 나는 의도치 않게 내숭을 떨었으리라. 그러던 어느날 회를 무척 좋아한다고 하니, 남편이 나를 횟집에 데리고 갔다. 당시 남자친구였던 남편은 실컷 먹으라며 광어 대(大)자를 시켰다. 그날 회가 참 맛있었다. 난 그저 맛있게 먹었고, 한참 대화에 열중하던 남편이 뒤늦게 젓가락을 들다 멈칫했다.
"아, 회가 나온지 얼마 안된 것 같은데......"
수줍은 척 하던 내가 잠깐 사이 대(大)자 회 접시 반쪽을 말끔히 먹어버린 것이다.
"너 회 좋아하는구나!!!"
그때부터였나보다. 내가 기분이 나쁘거나 우리가 싸우는 날엔 남편은 참 한결같이 나를 데리고 횟집으로 갔다. 한 번은 남편의 실수로 내가 속이 상해 눈물까지 터진 날이 있었는데, 그 날도 또 나를 횟집으로 데려가는 것이다.
"날 대체 어떻게 보고 이런 순간까지 음식으로 달랠 생각을 해? 내가 지금 이 기분에 이 회를 먹겠냐고! 먹으면 기분이 풀리냐구!!!!"
나는 횟집에 앉아 열변을 토했다. 눈물을 닦아가며 이야기하고 있는데 눈치없이 회가 나왔다. 남편은 미안하다며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좀 먹어보라고 회 한 점을 들어, 내 입 앞까지 들이 밀었다. 짜증이 솟구쳤다.
"또, 또 먹으라니, 왜 그래 진짜!!!"
참을 수 없이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런데 이유가 뭐 였을까...... 눈물 바람에도 내 입은 '아~' 크게 벌어졌다. 부끄러워 더는 자세히 얘기할 수 없지만, 그날 나는 그 회를 다 먹고 남편의 팔짱을 낀 채 횟집을 나왔다.
하아.
그렇다. 난 진짜 먹는 것이 좋은가보다.
남편은 항상 촌스럽게 사람 마음을 먹을 것으로 달래준다 생각했는데, 이런 천생연분이 따로 없는 것이다. 그리고 문득 바라보니, 남편은 지금도 회 한 점 씩 입에 넣어주며 내 잔소리와 하소연을 들어주고 있었다.
오늘도 남편은 퇴근길, 나의 육아 스트레스 레벨이 어느 정도였는지 눈치를 살피며 전화한다.
"어떻게, 오늘 회 떠가야 되나 말아야 되나?"
시종일관 그놈의 회는 무슨!!!
그래 좀 촌스러우면 어떤가.
날 달래주겠다는 마음이 담겨있는 것을.
나도 어쩔 수 없다. 어느새 회 생각에 신이 나 입꼬리가 씰룩거린다.
"콜!!"
우리는 오늘도 이렇게 맛있게 하루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