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답답한 마음에 친구를 만났다. 속 깊이 응어리져 있던 감정까지 다 털어놓고 나니 후련했다. 이제와 생각해 보면 너무 친구에게 쏟아내기만 한건 아닐까. 내 감정만 생각하느라 상대가 받게 될 또 다른 스트레스는 생각하지 못했다. 누군가의 감정 쓰레기통이 되고 싶지 않았는데 내가 그런 행동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문득 들었다.
곰곰이 이야기를 듣던 친구는 한두 마디 조심스레 말을 건네기도 하고, 내가 느꼈을 감정을 같이 공감해 주며 다독여주기도 했다. 자신도 겪었던 감정이라며 뭔지 알 것 같다고 건넨 말 한마디는 완전한 이해까지는 닿지 않았더라도 어느 정도 마음이 이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럼에도 친구는 그냥 들어주기만 할걸, 이래라저래라 오지랖 떤 건 아닐지 걱정 어린 메시지를 보내왔다. 혹시라도 그렇게 느껴진 게 있다면 그냥 흘려보내라면서.
가끔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서로 모르게 마음속에 생각했던 것들을 섣불리 쏟아내기도 한다. 이런 진실한 감정들로 인해 상처를 받기도 하고, 더 깊은 대화를 하며 좀 더 가까워졌다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알아주지 않아 서운한 마음이 들어 투명한 마음을 한껏 털어놓아보기도 하고, 어쩔 땐 그냥 들어주기만 해도 고마울 때가 있다. 모르는 척하지 않고, 그렇다고 다 아는 척하지도 않는 정도가 딱 필요한 순간이다.
가끔 막다른 골목에 갇혀 갈길을 잃고 허둥대는 순간이 있다. 뿌연 안갯속에서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어 나아가고 싶지만 그러지 못할 때. 고집스럽게 가던 방향을 우기기보다는 생각의 방향을 바꿔야 하는 순간에는 타인의 곁에서 그 감정을 다스려보는 것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