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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구링 Jun 29. 2023

설탕시럽 잘 넣었지?

커피머신 고장 에피소드 2

머신을 수리하러 기사님이 오셨다.

요술 상자에서 이것저것 꺼내시더니 돌리고 뜯어서

커피머신 겉 상자를 분해했다.


전선들도 보이고, 그 안에서 작은 부품들을 꺼냈다.

아무리 봐도 모르겠을, 복잡하게 분해되는 커피머신을 보니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커피머신이 터지기라도 하면 어쩌지?

기사님이 실수해서 나사 하나를 빼먹으면 어쩌지?

이런 바보 같은 생각들.


걱정과 달리 꺼낸 부품들을 다시 넣고,

능숙하게 스팀과 물을 빼내는 기사님을 보며 안심했다.


커피머신을 수리하는 직업.


기사님에게 커피머신을 수리하는 일이란

내가 수박주스를 레시피대로 만드는 일과 똑같은 일이겠지? 

손님들도 나를 보며 시럽 하나를 깜빡하고 안 넣을까 걱정하실까?

라고 생각하니 내가 너무 바보 같은 기분이 들어서 웃음이 났다.


커피머신은 무사히 잘 작동하였다.

드디어 손님들께 고소한 크레마라 올라간 다양한 원두의 커피를 내어드릴 수 있게 되었다. 잠시 품절처리 했던 커피 음료와 따뜻한 라떼 음료를 풀고 각자의 맡은 역할로 돌아가 손님을 맞이하였다.


그러고 보면 내가 사용하는 물건들도 누군가의 손길과 정성과 애정이 담겨 만들어졌을 것이다.

무엇이든 소중하게 여기고 아껴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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