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이진이

by 강제희

내 이름은 이진이입니다. 앞으로 해도 이진이, 뒤로 해도 이진이. 나는 이름처럼 앞뒤가 똑같은 사람입니다. 하지만 친구들은 나를 자기들과 똑같은 사람으로 보지 않습니다. 나는 친구들을 좋아합니다. 그런데 친구들은 내가 무슨 이야기만 하면 키득 키득거리고 웃기만 합니다.

처음에는 친구들이 나한테 잘해줘서 친구가 생겼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내가 우스운 것이지, 진짜 친구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친구는 아이스크림도 같이 사 먹고, 내 편을 들어주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친구를 사귀는 일은 어려운 일입니다. 적어도 나한테는 말입니다.

엄마는 친구들과 같이 먹으라고 간식을 싸줍니다. 하지만 친구들은 간식만 같이 먹고, 나만 빼고 이야기를 합니다. 나도 친구들 이야기에 껴서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서성거리다가 겨우 한 마디 말을 꺼내긴 하지만, 친구들 목소리가 너무 큰가 봅니다. 진공청소기에 빨려 들어간 아빠의 양말처럼 내 말은 친구들의 웃음소리에 언제나 묻히기만 합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는 그럭저럭 생활이 나았습니다. 모둠 활동에도 친구들이 잘 끼워주고 간식도 같이 나눠 먹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내가 하는 말에 키득대는 친구들은 여전히 있었습니다. 내가 하는 말이 우스운 이야기도 아닌데 왜 웃는 건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물어볼 용기는 나지 않았습니다.

나는 다른 친구들보다 조금 느립니다. 그래서 선생님이 맺어준 또래 도우미 친구가 늘 나를 도와주었습니다. 선생님 말씀이 너무 빨라서 필기를 자주 놓치는 일도 있었고, 잠시 멍하고 있다가 수업 진도를 놓쳐서 되묻는 일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또래 도우미 친구는 나한테 필기도 보여주고, 어느 부분의 진도를 나가는지 알려 주었습니다. 그렇다고 또래 도우미 친구가 진짜 친구는 아니라는 것쯤은 나도 알고 있습니다.

누군가 나를 도와준다고 해서 내가 공부를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나는 집에서 숙제도 열심히 하고, 다음 시간에 배울 부분도 엄마와 함께 미리 예습도 해가기 때문입니다. 담임 선생님도 항상 숙제를 잘해온다고 칭찬해 주셨습니다.

하지만 나의 가장 큰 문제는 이해가 되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내가 너무 답답해서 눈물이 먼저 차오릅니다. 그러다 보니 수업 시간에 여러 번 우는 일이 있었습니다.

화가 잔뜩 나면 붉으락푸르락 얼굴색이 변하고, 눈썹이 일자로 변하여 하늘로 삐죽 서버립니다. 엄마는 그런 나를 보고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당당하게 말하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래서 나는 못생긴 얼굴이 되건 말건 울음을 터뜨리기 일쑤였습니다. 일단 울면 누군가는 나에게 문제를 물어보고 해결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나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아입니다. 입력값이 정해지면 출력을 잘하는 로봇처럼 이해가 가는 일은 잘합니다. 그러나 제대로 입력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당황하여 삐걱대는 로봇이 되고 맙니다. 거기에 눈물이 특기이니 감성 로봇이라고 해야 할까요?

하지만 엄마가 걱정하는 것만큼 학교생활을 잘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친구가 없는 것이 조금 속상할 뿐입니다. 그래서 나는 혼자 책도 읽고 좋아하는 캐릭터 그림을 그리면서 쉬는 시간을 보냅니다. 다른 친구들이 노는 것을 흘깃 보면서 부러워할 때도 있지만 나 혼자만의 시간을 터득했다고 해야 할까요? 울보처럼 눈물 흘리는 작은 소동이 있긴 했지만, 나는 지금까지 학교에서 잘 지내왔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일기장에 잠가둔 고민은 하나 있습니다. 다른 친구들은 쉽게 사귀는 친구가 나는 왜 없는 걸까요? 다른 친구들의 도움만 받고, 친구도 못 사귀는 나는 정말 쓸모없고 무능력한 아이인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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