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주시인의 디카시
섬마을 이야기
내가 태어날 때부터 들었던
서해 파도 소리
철썩철썩 쏴아아~
그 이후로 떠나지 않고
내 귀에 들려오던 파도 소리
먼 객지에 나가 도시의 한 허름한 여인숙에서
쪽잠을 청할 때도
휴전선 비무장지대 철조망을 순찰하던 새벽녘에도
울려 퍼지던 파도 소리
철썩 쏴아아~
외도*가 보이는 집 앞 검은여에는
전복 소라 바지락 굴 청각 미역 톳들이 자라고
만선을 알리는 뱃고동 소리
잔잔히 들려오던 섬마을
어부들의 거센 풍랑 이야기도
해녀들의 물질 사연들도
낯설지 않던
꿈에서도 그리운
내 고향 섬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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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도: 충남 안면도 샛별해수욕장 앞에 있는 작은 섬
로드킬(road kill)
새벽 출근길
도로변에 누워있는 고라니 한 마리
어딘가를 향해 달려가다
헤드라이트 불빛에 멈춰선 네 눈빛보다
자동차의 속도가 빨랐다
순간 몸뚱이는 내동댕이쳐지고
희미한 의식과 눈빛 속에 그려지던
너의 어린 새끼들
따스한 숨결은 아직 남아 있었지만
겨울 새벽 찬 공기를 가르며 달려가는
무관심한 차들의 소음뿐
그렇게 로드킬 당한 고라니
검찰은 왜 고래고기를 돌려줬을까*
울산 하면 생각나는 고래잡이
불법 유통되는 밍크고래고기 27톤을 압수한 경찰
이때 등장한 무소불위의 권력자 검찰
뒤이어 21톤의 고래고기를 환수해 가는 업자
막대한 이득을 취하고 콩고물은
전직검사 출신이 먹게 된
고래고기 환부사건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한 검찰은
대한민국의 살아있는 권력이었다.
서초동 검찰청 앞에 다시 타오른 촛불
이 땅의 정의는 권력을 가진 검찰에게만 유효하고
누구도 도전을 허락하지 않던 현실
이제 우리는 검찰에게 고래고기를 돌려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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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은 왜 고래고기를 돌려줬을까-황운하 전 대전경찰청장의 책
* 정유정 화가의 힐링 07-04, 07-14
고래
검은 등에 흰색 배를 드러내며
깊은 심연을 헤엄치다
무엇이 그리웠는지 물 위로 솟구쳐 올라
울음 우는 혹등고래
보라색 바다 바탕에 분홍 꽃들 속을 헤엄치며
무엇을 찾고 있는가.
귀신고래여.
지느러미가 아닌 날개가 있다면
바다 위를 솟구쳐 올라
하늘 바다까지 날아가련만
그래서 더욱더 슬픈 혹등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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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유정 화가의 healing 17-01, 02
여행의 의미
우리는 여행을 통해 자신을 본다. 세상과 마주 서는 법을 배우는 자신을, 일말의 두려움을 떨쳐 버리기 위해 눈을 부릅뜨는 자신을, 그렇게 세상과 마주쳐서 부릅뜬 눈으로 바라본 세상의 풍경을, 자기만의 가슴으로 담아내려는 자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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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 게바라 『낯선 땅에 홀리다』 (마음의 숲) 출판사
밤꽃
유월은 살아 숨 쉬는 신화
녹음으로 숨차 오르는 고개턱마다
하얗게 피어서 전설 모으고 있는
지천의 꽃들
메마른 하늘 위로 날아간
꽃살덩이
백여 년 깊은 침묵이
이제야 깊은 뿌리를 드리웠다.
누가 황토물 흐르는 저 산언덕
팽겨진 등성이로 피 뿌리며 쓰러져 갔는가.
숱하게 밟힌 군화의 발소리 따라
풀잎 쓸며 숲으로 숲으로 가버린
주검 냄새 가득한 산천
돌아보니
산에는 흰옷자락 펄럭이며 뛰어오르던
동학농민군 함성이 메아리로 남아
피어서 피어서 자유의 향내만 풍기는
그 꽃
밤나무골의 밤꽃 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