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시인
가을이면
우리나라 산과 들을 다니며
꽃씨를 모으는 시인이 있었지
예쁜 꽃씨만 모으는 것이 아니라
아주 작은 들꽃씨마다 모아
봉지에 이름을 적어
겨울이 올 때까지 보관했지
겨울이 오면 배낭을 싸고
북반구든 남반구든 아무 나라에 가서
트래킹을 하며 길가에
노란 꽃봉투를 꺼내어
꽃씨를 뿌렸다네
누가 알았을까
그 꽃씨들이 봄이면 싹을 틔워
낯선 나라 낯선 땅 길가에서 초원에서
솟아올라 꽃을 피우는지
시인은 밤마다 꿈을 꾸며
이국 땅 초원에서 노랗고 하얗게 만발한
구절초 세상을 보았겠지
꿈속의 나라에
우리 꽃들이 꽃밭을 이룬 들판을 거닐었겠지
하지만 그 틈사이 몰래 솟아나
하얗게 핀
개망초꽃도 바람에 흔들리고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