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어온다
슬픔이 묻어나는 진도 팽목항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기억의 숲에 스민다
세월호 사월 십육일을 기억해 달라는
삼백 네 그루 은행나무와 동백, 무궁화나무들이
노란 리본의 손짓으로 우리를 맞이한다
십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사람들의 기억에서 희미해져 가는 사건이지만
그날을 증언하듯
고 김관홍 잠수사의 동상은 여전히
저 먼 맹골수로 깊은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그 바닷속엔 아직도
아이들의 아픔과 못다 한 꿈이 잠들어 있다
사람들이여
세월이 간다 해도 잊어서는 안 될 것들이 있다
노란 별이 되어 떠난 아이들
그들이 밤하늘에서 내려다보는 꿈이
잊힌 숲이 아니라
우리 마음속에 오래 머무는
기억의 숲이 되기를
ㅡㅡㅡㅡㅡ
시평 (詩評)
**「기억의 숲」**은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기 위한 마음의 제단이자, 시간의 풍화 속에서도 살아남은 기억의 풍경을 담은 추모시이다.
시인은 팽목항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매개로 하여 ‘기억의 숲’이라는 상징적 공간을 펼쳐 놓는다. 이 숲은 단순한 추모의 장소를 넘어, “기억하라”는 윤리적 명령이 깃든 마음의 숲으로 확장된다. 은행나무, 동백나무, 무궁화는 각각 생명과 상처, 그리고 나라의 기억을 상징하며, 세월호 희생자들의 영혼을 대지 위에 뿌리내린 나무로 형상화한다.
또한 고(故) 김관홍 잠수사의 동상은 역사의 증언자로 등장한다. 그는 ‘깊은 바다를 바라보는 시선’으로 아직 끝나지 않은 진실과 책임을 환기하며, 세월이 흘러도 잊히지 말아야 할 ‘기억의 지속성’을 일깨운다.
마지막 연의 “잊힌 숲이 아니라 / 마음속에 오래 머무는 기억의 숲이 되기를”은 단순한 추모를 넘어, 기억의 윤리를 실천으로 이어가야 함을 요청하는 시인의 다짐으로 읽힌다.
전체적으로 간결한 서술 속에 깊은 애도와 도덕적 울림이 공존하며, 비극을 미화하지 않고 기억의 책임과 인간의 연대를 담담하게 노래한 사회참여적 서정시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