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집 막내아들을 읽고

진형준과 나

by 샌드라이더


지난해 말, 재벌집 막내아들이라는 드라마 신드롬이 우리나라를 휩쓸었다. 올해 중반기의 최고의 드라마였던 우영우의 최고 시청률 17%을 제치고 26.9%을 기록하며 역대 비지상파 드라마 시청률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도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에 오르고, 화두에 올랐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 드라마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또 웹소설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라 해서 한 소설광하는 나로서는 참을 수 없었다. 해리포터나 반지의 제왕같이 원작이 있는 작품에 대해서는 항상 원작을 보고 각색한 매체를 보는 편이라 소설을 먼저 읽게 되었다.



재벌집 막내아들이 실사화 된다는 말이 나온 뒤 가장 기뻐했던 사람들은 바로 원작 팬들이었을 것이다. 웹소설계에서 '재벌집' 유행의 시초이자 2023년 현재까지도 이 작품에 비견될 작품이 없다는 말답게 재미있었고 술술 읽혔다. 다섯 권 중 세 권을 하루 만에 읽었을 정도였으니까. 다만 시기가 시기이다 보니 재벌이나 돈이 많은 사람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이 생기기도 했다.


작중에서 주인공의 형인 진상준(드라마에서는 진형준)은 가문에서 매우 작은 비중을 갖고 있다. 그 때문인지 사업과 관련된 걸 배우기보다는 하고 싶은 것들을 공부한다. 그리고 그 모습은 영화 산업에 몸 담았던 그의 아버지와 같은 결이다. 하지만 예술 쪽을 공부하고 프로듀싱을 업으로 삼으려 했으나 잘 되지 않았는지 2년 만에 꿈을 접고 미국에서 주인공을 만난다.


이에 주인공은 “뭐 어때? 실컷 빈둥거리다 보면 끝이 보이겠지. 조급하게 생각하지 마. 한계를 깨닫는데 2년 걸렸으니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데도 2년 정도는 필요하지 않겠어?”라고 한다. 이 말을 듣고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이 짤이 생각났다.

어디서 주워들은 말이긴 하지만 사업이 성공하는 사람들은 높은 확률로 원래 돈이 많은 사람이라고 한다. 사업 자체는 실패할 확률이 높은데 대부분의 재산을 한 사업에 투자해야 하는 보통사람들과는 다르게 다시 또 다른 사업을 비교적 쉽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진도준의 말은 부자이자 재벌인 가족의 비호 아래서 하고싶은건 무엇이든 편하게 하라는 말처럼 들렸다. 하지만 이 장면 이후에 진도준이 그의 형에게 하는 걸 보고 생각이 달라졌다. 아버지 회사에 낙하산으로 들어가 일하다 그만두며 우울해 하는 진상준에게 주인공 진도준은 꼭 취직하고 싶은 곳에서 아버지나 가문의 이름없이 밑바닥부터 일하며 일을 배우라고 했다. "일단은 그냥 배워. 배우다 보면 자신감도 붙을 것이고 능력도 생기는 거야. 그 분야를 모르면서 생각만으로 결정하는 게 더 병X 짓이다. 그렇지 않아?"



어렸을 때부터 많이 접하고 좋아라 했던 문화 예술과 관련된 것들이 점점 크면서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하며 굉장히 큰 딜레마로 남았다. 이러한 것을 꿈으로 하기에는 내가 가진 재능이 부족한 것 같았고 현실적으로 그 일들을 한다고 해서 잘 살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은, 그야말로 진상준과 같은 느낌이였다. 그래서일까 주인공 진도준이 그의 형에게 하는 말은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나의 머리를 한대 강하게 때린 것 같았다.



수 많은 사람들이 20대라는 나이는 결코 많은 것이 아니며 새로운 도전을 하기에 충분하다는 말을 한다. 어렸을때의 나는 그런 사람들이 자신의 성공의 비결을 끊임없는 도전이라는 자기개발서에 흔하게 적혀있는 말로 쉽게 말하려고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나의 새로운 꿈을 위해 도전하고 또 도전하려고 한다. 연속되는 실패에도 다시 도전하는 진성준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