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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여유 Jul 19. 2023

매일 두번의 이별

우리만의 시그니처 인사세트

살아계시는 동안 부모님께 표현을 많이 하세요. 나중에 후회해요

그건 알겠어요. 저도 그러고 싶은데요.  이렇게 입이 떨어지지 않을까요?

이로부터 매일   , 등원할 때 한번, 잠자리에 들때 한번.

아이와 이별하면서 나누는 ‘우리만의 시그니처 인사세트 시작된다.          




정서적 금수저라고 자부할 수 있을만큼 부모님께서는 한결같이 따뜻하게 마음을 채우고 보듬어 주셨다.

넉넉않은 살림이었다. 그럼에도 초중고생 시절은 물론이고 공부한다고 20 후반까지 밥벌이도 못하던 백수 시절까지 자식  뒷바라지 하시던 40, 50 우리 엄마, 아빠를 생각하면 짠하고 애틋한 순간들이 스쳐 지나간다.  끝이 찡해진다.

어쩌면 어릴  부터 지니게  마음으로 비록 대단치는 않지만, ‘엄마, 아빠를 위한 버켓리스트 하나씩 이루어 가며 소소한 기쁨을 느끼고 있다.

그런데,  하나  되는 것이 있다.     


...”     


표현을 하고 싶은데 이렇게 한마디 전하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지.

사랑한다는 말로는 부족해서인가. 그렇다고  이상의 단어는 생각나지 않는다.


확실한 것은 내가 부모님께 들어보지를 못했다. 이런 표현을  밖으로 내뱉는 것이 익숙치 않은 시절이었으니 충분히 이해한다. 그리고 그까짓  한마디가 중요한가. 마음이 중요하지. 이것만으로 충분하다.     


그래도  아이부터는 이런 말이 어색하지 않게 해주고 싶다. 게다가 보아하니 암만 사랑을 베풀고 표현해도 애미를 닮아 그런지 표현할 줄을 모르는  같다.

  트이는 것은 차차 해결하고, 우리 OO부터 입을 트여보자.

유치원에 가면서 제안한다.     


“OO아, 우리 헤어질 때 규칙 하나 만들까?”

뭔데?"

“엄마가 ‘사랑하는 우리 OO아’ 하면, 우리 OO은 ‘사랑하는 우리 엄마’ 하면서 인사하고 헤어지는거야. 엄마가 먼저 해볼게. ‘사랑하는 우리 OO아’”

“으윽. 안하고 싶은데”

“한번만 해보자. 이렇게 하면 엄마가 에너지가 생길 것 같아서 그래. 응응? 다시, ‘사랑하는 우리 OO아’”

스릉흐는 으르 

“에이 제대로 좀 해주라. 기운이 나다 없어지겠어”

“사랑하는 우리 엄.마?”

“오 기운이 불끈불끈 나는 것 같아. 우리 OO도 오늘 좋은 하루 보내고 와. 사랑해”

엄마 안녕. 이따 보자아”      




아쉽다. 사랑해 한번 해주지.

 술에 배부르랴. 그래도 생각했던  이상으로 햇살은  따사롭고, 출근길까지 밝아지는  화사한 에너지가 느껴진다. 우리 OO 유치원에서 그랬기를.     


퇴근 후.

“OO아 아까 우리 그렇게 인사하니깐 엄마가 회사갈 때 정말 행복했어. 우리 OO이는 어땠어”

“좋았어”

“엄마가 아무래도 밤에 잘때도 보고 싶을 것 같으니깐 또 그렇게 인사를 해야겠어”     

표정을 보니 처음 시작과 다르게 싫지 않은 표정이다. 오히려 기대하는  같다.     


잠자리독서 후 굿나잇 인사타임.

“사랑하는 우리 OO아”

“사랑하는 우리 엄마”

“오늘도 행복하게 해줘서 고마워. 사랑해. 잘자”

. 타랑해”     




이렇게 주말에는 한번, 주중에는 하루  번의 이별인사를 나눈지, 벌써 4년이 지나고 있다.

사랑하는 우리 OO” & “사랑하는 우리 엄마우리의 시그니처 인사셋트를 서로의 귓가에 담은 횟수, 어림잡아 계산하면 벌써 2,000회는 훌쩍 넘을 것 같다.     


가끔 까먹을 때가 있다.

그때마다 이 귀요미가 너스레를 떤다. “엄마 이제 인사 안하려고?

“아 맞다맞다. 사랑하는 우리 OO아”

“사랑하는 우리 엄마”

이쯤 해서는 너가 먼저 해보면 안되겠니? 싶다가도 그래도 이게 어디랴.


사랑해 일상 인사가 되었다. 이제는 +α(플러스 알파) 뽀뽀까지.

오늘도 현관문을 열어놓고 엘리베이터 앞에 서있는 아들에게 살짝 외친다.     

“사랑하는 우리 OO아”

“사랑하는 우리 엄마”

“오늘도 잘 다녀와. 안녕. 사랑해. 아 맞다 뽀뽀 안했다”

맞네. 엄마 이리로 

엄마 지금 거기로 못나가. OO 여기로 와야겠어


쿵쾅쾅 발걸음 소리와 함께 나타났다  하고 사라진다.

 녀석. 너도 이게 좋구나. 이거 안했으면 어쩔  했니.     




이거 안했으면 어쩔 뻔 했나 싶은 예상하지 못했던 보너스 효과. 매일 두 번의 리셋 기회.

매년 새해에만 의지만땅, 연말에 반성을 반복하던 1년의 마인드 리셋 주기가 하루 2회, 평균 12시간으로 급격히 단축된 것이다.     

아무리 아이가 답답해도, 아이한테 따끔히 혼을 낼 일이 생겨도.

아이가 엄마에게 섭섭하고 속상한 일이 생겨도.

우리의 루틴이  이별인사 셋트는  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있다.


인사에 세상 다정한 기운을 담으려면  전에 서로의 마음덩어리를 깔끔히 풀어내는 미션을 수행해야만 한다. 속히 털어내야 한다.     


이따 인사하고 자야하는데.

어떻게 풀지.

내가  그랬을까.


불안했던, 걱정했던 마음을 마주하고 나의 미숙한 행동을 반성한다.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

이렇게 하면 기분 좋게  알아들을  있을까.

이해할  있을까.


이때마생각한다. 육아는 예술이로다. 어렵다.     

짧아진 리셋 주기와 함께 반성과 사과 횟수도 늘어나기 마련이다.

결국 “사랑해요 한마디 듣고자 시작한 루틴이 엄마력 레벨이 상승할  있는 계기가   같다.     


어쩌다 얻어걸린 이 소중한 루틴, 우리의 시그니처 인사세트.

여전히 엄마력 레벨 하락, 상승을 반복하고 있지만  마저도 없었다면 지금은 아마 바닥을 치는 하락장이지 않을까.


얼떨결에 따라와 준, 아주 조금은 괜찮은 엄마로 만들어주고 있는 우리 사랑하는 OO가 새삼 고맙다.

곧 다가올 사춘기를 앞두고 이런 추억을 언제까지 쌓을 수 있을지. 벌써부터 아쉽다.     

일단 아묻따 3,000 달성을 향해 이쁨 받는 엄마가   있도록.

그 다음 사춘기 맞춤형 시그니처 인사세트를 고민해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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