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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여유 Jul 19. 2023

여유가 필요하다.

비우기와 채우기

브런치 합격. 2022년 12월 8일.

합격 순간의 벅찬 감정을 뒤로 하고,

제출한 글 3개를 바로 발행한 이후 벌써 7개월의 시간이 지났다.

한편의 글도 발행하지 않은 채.



1년만에 3일간 나홀로 밤을 보내게 되었다.

먼 남쪽바다에서 다시 시동을 걸어보려 한다.

(5월, 이렇게 시동만 걸고 서랍에 넣어둔 채 또 2개월이 훌쩍 지났다.)


오늘은 마무리를 지어야겠다.




"OO아 엄마 아이디를 바꾸고 싶어. 뭘로 바꾸면 좋을까?"

"음..중간. 중간만큼 무서우니까"


수시로 두고 다니는 물건, 깜빡하는 숙제들에 큰 소리 몇 번 내면 정신 차릴 줄 알았던 1학년 학부모.

예상 못한 타이밍에 평생 못 들어본 엄마 고함이 겁이나는 1학년 꼬맹이.

이렇게라도 '엄마 갑자기 이러지 말아요' 표시하고 싶었던 것일까.


내가 그렇게 무서웠니. 반성한다.

아니지. 엄마가 되어서 중간 정도는 무서워야 하지 않는가. 합리화 한다.


그래도 아이디로 중간(joong-gan)은 좀 그렇지.

중간 말고 단단히 중심을 잡는다는 의미로 코어는 어떨까.

몸짱 삘이 난다. 어울리지 않아 패스.


단단히 중심을 잡되, 어느 정도의 유연함이 필요하다.

유연. 유연. 이 것 말고 적절한 것이 없을까.


책 속 글귀 중 한 단어가 눈에 띈다.


여유


여유 : 느긋하고 차분하게 생각하거나 행동하는 마음의 상태. 또는 대범하고 너그럽게 일을 처리하는 마음의 상태.


여유를 영어로 찾아보면 무엇일까.

'여유 영어'를 검색해 보니 뜨는 단어들. 아이디로 쓰기에는 와닿지가 않는다.

갑자기 적당히 딱딱한 듯 말랑말랑한 마시멜로우가 떠오른다.

mellow 뜻이 궁금하여 찾아본다. (이 때 marshmallow 철자를 제대로 알았었다면 영영 모를 뻔 했다)


mellow


mellow : 부드럽고 풍부한, 그윽한, 사람이 특히 연륜에 쌓여 부드러워지다. 색이 세월이 지나면서 은은해지다.


이거다.

40살을 맞이하며 나에게 필요한 키워드.

"여유" 그리고 비슷한 듯 다른 "mellow"

이렇게 살아가고 싶은 생각이 든다.

나의 60대가 이런 색깔이면 좋겠다.



나의 40대 맞이 키워드를 마음에 담아온지 3년이 되어간다.

그 사이 뇌의 어느 한 구석에서는 "넌 여유로운 사람이잖아" "너 여유롭게 지내기로 했잖아" 명령하는 것 같다.

머리에 스팀이 올라올 때마다 떠오른다.

앗, 나 여유롭기로 했지. 워워 열받지 말자.


막상 여유 타령을 하다보니 이 여유라는 것이 살아가는 데 빠질 수가 없다는 생각을 한다.






아이에 대해서는 느긋하게 내려놓는 부드러운 엄마.

정서통장의 여유을 위하여. (멀리보며 기다려야 한다. 참자)


바쁜 핑계로 1살도 아닌 11살(만9세라고 위안해 봅니다)에 아이통장을 만들어준, 가계부도 안쓰는 경제어린이.

재정적 여유를 위하여. (종자돈이 아쉽다. 공부하고 실행하자)


회사에서 낀 세대로서 (윗 사람 눈치 보고 MZ 세대에게 꼰대 소리를 안듣고 싶어 참 애쓴다)

요동치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주책맞게 흐르는 눈물을 삼키며 그때마다 여유를 생각해야 한다.

대범하게, 때론 능글맞게.

치이지 않게, 꿀리지 않게 더 유능해져야 한다.

마음의 여유를 위하여. (역량을 쌓아야 한다. 책을 읽자)


온갖 잡동사니로 가득한 집.

버리는 시도를 할 때마다 추억에 잠기며 소중한 쓰레기를 다시 박아놓는 아줌마에게는 열심히 비우는 노력이 필요하다.

공간의 여유를 위하여. (추억놀이는 그만. 제발 버리자)


40대 아줌마.

피부를 무시할 수 없다.

수분, 영양 채우기 전에는 각질, 피지를 비워야 한단다.

피부세포의 여유를 위하여. (세수라도 하고 자라)


이것들 하나하나 다 챙기려면 시간을 알차게 써야한다.

시간 여유를 위하여. (새벽기상을 해야한다)




때론 비우며 빈 공간을 만드는 여유,

때론 채우며 내면을 두둑하고 단단하게 만들어 놓는 여유.

부대끼는 현실 속에서 비우기, 채우기 균형을 맞추며 여유를 꿈꿔본다.

이 곳, 내 브런치 공간과 함께.



결론 : 일단, 그냥, 막 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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