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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수현 Nov 03. 2024

마지막 레벨 업

마지막 레벨 업

오늘 소개할 책은 마지막 레벨 업이다. 

항상 인연이 닿는 과정에서 사연이 없는 책이 없는 것 같은데, 이 책도 좀 읽는 과정에 우여곡절이 많았다.


한창 코로나가 기승이던 시절에 이 책을 아이들에게 보게 하고선 재밌다는 얘기를 듣고

읽어보려고 하다가 막상 코로나에 걸려서 우왕좌왕하다가 읽을 시기를 놓치고 흐지부지 됐었던 것이다.


그래서 오늘 우연히 다시 이 책이 인연처럼 눈에 들어왔고 그 시절을 추억하며 

책을 집어들고 읽어보게 되었다. 그리고 아이들의 평가 이상으로 재밌던 이 책의 리뷰를 해보고자 한다.


책의 내용은 조금 미래의 시대에 판타지아라는 가상현실게임을 유일한 삶의 안식으로 여기는 

소년 선우가 우연히 게임 상에서 의문의 소녀 원지를 만나면서 시작된다.


삶이 지옥같다고 여기는 선우에게 유일한 낙원인 판타지아에서 갑자기 나타나 선우를 도와주고 

처음으로 아무런 대가없이 친구가 되어준 소녀 원지에게 선우는 두근거림을 느낀다.


하지만 뭔가 의문스러운 점이 많은 소녀 원지. 그 의문을 알아가면서 선우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원지는 예전에 큰 사고로 인해 의식이 완전히 판타지아라는 세계에 살고 있는 소녀이고

그런 원지를 그 세계에서 살아가게 하는 것은 판타지아 게임사의 사장인 원지의 아빠라는 사실을.


원지는 변하지 않는 세계에 의식만 갇힌 상태로 살아가는 것이 의미없다고 생각하고 나가길 원하고

선우는 현실의 삶이 너무나 각박하고 힘겨워서 차라리 게임 속에서 사는 편이 나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두 사람의 만남을 알게 된 원지의 아빠는 자신의 품안에서 원지를 영원히 보호하기 위해

선우에게도 원지처럼 게임 속에서 살아가지 않겠냐는 제안을 하게 된다.

선우와 원지는 과연 그런 자신의 삶을 뒤바꿀지도 모를 상황에 앞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까?


일단... 그냥 시놉만 적어봤는데도 벌써 엄청 궁금해지고 읽어보고 싶어지는 내용이다.

그렇다. 이 작품은 재밌다. 빈말이 아니라 가장 단순하고 말초적인 의미로서의 재미 그 자체가 있는 작품이다.

문체와 대사에 문학가의 쓸데없는 기교나 사색을 담지 않고도 충분히 내용만으로 재밌는 작품이다.


사실, 소재 자체는 그렇게 생소한 내용은 아니다. 이미 가상현실게임 속에서 벌어지는 자아에 대한

고민과 그 속에서 만난 인물들의 갈등은 어마어마할 정도로 많은 장르 작품이 나왔으니깐.

뭐 당장 웹소설 사이트에서 검색어만 돌려봐도 다섯자리수의 작품이 튀어나오는 소재가 아닐까?


하지만 이 작품이 그런 대리만족과 자아도취에 집중한 웹소설과 달리 차별화된 점은

이 작품의 인물들이 삶을 대하는 태도와 그것을 대처해나가는 모습이 그런 단순하고 일시적인 쾌락이 아닌

진정성을 가진 인간미와 성숙함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항상 놀라곤 한다. 왜 매번 세상을 바라보는 철학의 성숙함을 가진 것은 

기성 장르소설이 아니라 오히려 동화 쪽인걸까? 비슷한 장르를 그려내서 더 대비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또 이 작품이 흥미로운 것은 그런 성숙함도 있지만 동시에 아이들이 두근거릴만한 

만남과 모험을 이 짧은 내용에서 극적일 정도로 잘 서술하고 있다는 점이다.


드래곤 그리노플을 타고 이세계를 날아가는 속도의 느낌은 마치 영화처럼 생생하게 느껴지고

신비로운 소녀 원지와의 만남은 모든 소년들이 두근거릴 boy meet girl의 정석적인 

모습으로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흐믓함과 기대감을 가지고 책에서 손을 떼지 못하고 읽게 만든다.


그리고 빌런으로 등장하는 원지 아빠의 모습과 소소하지만 어쩌면 자신들의 삶의 방향을 

바꾸어야 하는 큰 선택에 놓인 아이들의 갈등과 이해 그리고 화합, 최후의 선택을 보며 우리는 탄식을 아낄 수 없다.


어쩜 이렇게 200페이지 밖에 안되고 기존 장르소설에서 이미 우려먹을 정도로 

우려먹은 소재를 가지고 이리도 흥미롭고 어른들마저도 예전 소년 시절로 돌아가서 몰입하고 보게 만들 수 있을까? 

작가님의 역량에 그저 감탄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작가님의 정보를 찾아보았는데 안타깝게도 이 책을 쓰신 윤영주 작가님은

이 작품이 처녀작이고 후속 작품이 없는 걸로 나왔다. 아쉽기 그지 없는 일이다. 이런 매력적인 필력을 가진

작가님의 글을 다른 작품으로도 보고 싶은데...


그런 아쉬움을 마음 속에 담으며, 언젠가 작가님이 이 작품의 남은 여운을 담은 속편을 쓰시거나

아니면 다른 작품으로 돌아오신다면 그때는 곧바로 달려가 읽어보겠다는 다짐을 하며 이 책의 리뷰를 마친다.



P.S 1 이 책을 보고 좋았던 것은 일러스트 덕도 있었다. 안성호 작화가님은 예전에 키스우드와 노루를 통해

홀린듯이 보고 빠져들었던 분이다. 한동안 작품 활동이 없으신줄 알았는데, 

여기서 오래 전 좋아하던 작가님을 그림으로 다시 만날 수 있었던 것도 정말 행운이란 생각이 든다.


P.S 2 게임 속 공간이 참 이상적이다. 지난번 리뷰했던 여름의 귤을 좋아하세요에서도 그렇고 왜 요즘

작품에서 등장하는 게임 속 공간은 묘하게 아이들의 아득한 이상향으로 많이 묘사되는 걸까?

뭔가... 어른들이 만든 각박한 현실 때문인 것 같단 생각에 나 역시도 어른으로서 미안함을 느끼게 된다. 







#마지막레벨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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