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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수현 Dec 10. 2024

해동 인간

해동 인간


오늘 소개할 작품 해동 인간은 절대딱지로 유명한 최은영 작가님의 올해 신작이다.

사실 내 첫 작품 구멍가게 CEO와 거의 같은 시기에 신간으로 출시되어서, 그때부터 눈여겨 봤던 작품이었다.

조금 암울하지만 그래도 희망의 메세지를 담은 이 작품을 오늘 리뷰해본다.


작품의 내용은 주인공 이현이가 어느날 눈을 뜨면서 시작된다. 

머리 속에 열선이 느껴지는 기이한 증상으로 투병을 하던 이현이는 큰 수술을 받고 깨어났고

그 후유증으로 인해 주변에 기억과 지식이 왜곡되는 부작용을 가지고 퇴원하게 된다.


하지만 자신을 걱정하는 가족들을 보며 어떻게든 회복한 이후의 삶에 적응하려는 이현이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뭔가 이게 단순한 부작용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된다.


자신이 기억하던 것과 완전히 달라진 세계, 그리고 뭔가 어색한 가족들, 

난생 처음보는 쌍둥이 여동생, 그리고 뭔가 할말이 있는 듯한 할머니와 할아버지...


그 위화감을 견디지 못한 이현이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알아내기 위해 평소에는 자신을 못마땅해 하던

쌍둥이 여동생 이서와 같이 조사에 나서고, 거기서 생각치도 못한 진실을 알게 된다.

작품의 스포일러를 방지하기 위해 여기서 내용 소개는 마치지만... 뭐 제목이 스포일러라 의미가 있나 싶다.


솔직히 신선하다기 보다는 오히려 고전적인 풍미가 있다는 평이 어울리는 작품이다.

작중에서 언급되는 상대적으로 다르게 흐르는 시간으로 인해 타임 패러독스가 발생하는 소재는 이미 

1970년대 SF 소설에서 우려먹을 만큼 우려 먹었던 소재니깐.


그래서 자신이 원래 살던 동떨어진 시간에 떨어져 방황하는 이야기에 대해서는 

고전적인 익숙함으로 정겹게 볼 수 있었다. 근데, 그렇다고 해서 이 작품이 그렇게 고루한 작품이냐?

그건 또 그렇지가 않다. 


고전적인 소재를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의외로 놀라울 정도로 신선한 포인트를

두가지나 잡아주고 있다는 점에서 나는 호평하고 싶다.


첫번째는 시간차 트릭이다. 역시 스포일러라 많이 언급하기는 좀 곤란하지만,

다른 타임 패러독스를 소재로 쓰는 작품과 차별되게 이 작품에서는 변화된 시간의 방랑자를 혼란에서 

지켜주기 위해 주위에서 벌이는 트릭들이 사용된다.


그래서, 원래대로라면 그 변화된 세상에 혼란스러워하고 고뇌해야 하는 이야기 전개가

그보다 앞서서 이 현실이 정말로 자신에게 주어진 정보를 토대로 한 현실이 맞는지를 추론하고 밝혀내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구성되어 기성 작품들과 차별되는 매력을 보여준다.


두번째는 세계관의 묘사이다. 역시나 이런 장르에서 필연적으로 나오는 것은 달라진 시간과 공간에서 

보여주는 괴리감이다. 대개 말도 안되는 기술발전이 이뤄진 세계나 오히려 침울하기 그지 없는 디스토피아로 

독자들에게 신세계에 대한 기대를 부풀게 하는 것이 필수요소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 묘사하는 신세계는 독특하다. 아니, 어쩌면 현실의 상황들을 보면 필연적일지도 모르지만

뭔가, 힘들어 죽겠다는 디스토피아도 아니고, 이보다 더 발전할 순 없다는 테크노 유토피아도 아닌

애매하게 나빠진 디스토피아 덕분에 적당한 수준에서 불편을 감수하고 투덜대며 사는 참... 현실적인 미래가 있다.


근데 이게 되게 신선했다. 적당히 주인공 이현이를 속일 수 있을 정도로 발전되고,

그렇지만 인간 스스로 초래한 재앙 덕분에 불편을 감수하고 사는 괴상한 디스토피아는 지금까지 본 적도 없고

그런 세상에서 오히려 더 할 말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한때 증기기관이 극한으로 발전된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스팀펑크라는 장르가 있었다면,

이건 생존을 위한 불편함이 당연시 된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로우펑크라는 새로운 장르를 본 느낌?

망상이 많은 글쟁이 지망생 입장에서 뭔가 다양한 장르를 만들어 보고 싶은 충동마저 드는 세계관이었다.


그래서 이 작품은 다소 저학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동화임에도 불구하고 고전적인 재미와 신선한 기분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이색적인 작품이었다. 


사실 생각해보면 동화라는 것이 그렇게 극단적인 작품성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시점에서

충분히 흥미를 가지고, 그 아이들이 처한 세상을 그려내는 이야기가 왕도라는 점에서 다시 한번

동화는 이렇게 써야 한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던 작품 같았다.


혹시 가능하다면 너무 멋진 세계관이고, 앞으로 주인공 이현이가 겪어가고 이겨낼 많은 일들이 있을텐데

그런 내용을 담은 속편으로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 그런 소망을 소심하게 말하며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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