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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민경 Jan 25. 2023

완벽주의를 향한 경고, 우울증

수레바퀴 아래서 - 헤르만 헤세

최근 회사 게시판에 부쩍 우울증에 대한 글이 올라오는 것을 볼 수 있었어요. 정신과에 가는게 나중에 기록에 남아서 문제가 될까요.. 진짜 약을 먹으면 도움이 많이 되느냐 등등의 문의가 있었고, 답글에는 약을 복용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았고 도움이 된다는 글들을 볼 수 있었어요. 우울증이라는 마음의 감기가 어느 순간 우리 주변에 만연해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몇몇의 주변 동료들이 우울증 진단을 받고, 휴직을 하는 경우도 있었구요. 이전보다 만연하고 흔해진 우울증, 왜 이렇게 된 것일까요?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는 '오래된 미래'에서 라다크는 행복한 마을이었지만, 서구 문명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TV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들어오는 소비문화와 광고등이 그들을 우울하게 만들었다고 이야기 하는데요. 사실 매체 속 이미지는 실현할 수 없는 이상적 상태를 달성하는 데에 돈, 시간, 에너지를 쓰게 만들기 위해 만들어진 기대이며, TV 혹은 잡지속 연예인들도 실제가 아닌 포토샵, 협찬등으로 꾸며진 가짜 잖아요. 하지만 그들은 짜깁기한 완벽한 이미지를 홍수처럼 쏟아냅니다.그들은 전통 문화 속 자신들 주변 사람들과 있을 때는 몰랐던, TV 속 완벽한 인물들과 자신을 비교하기 시작하면서 부터 점점 우울해졌다고 이야기 합니다.


완벽주의는 성공을 방해한다. 그뿐 아니라 우울증, 불안감, 중독, 삶의 마비로 이어질 수 있다. 삶의 마비란 완벽하지 않다는 두려움에 휩싸여서 세상에 보여주지 못한 것들로 인해서 잃어버린 모든 기회를 말한다. 실패하면 어쩌나, 잘못되면 어찌하나, 남들을 실망시키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 때문에 포기하게 되는 모든 기회를 의미한다. <나는 불완전한 나를 사랑한다  - 브레네 브라운>


이와 같이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다양한 매체들에서 나오는 완벽한 이미지에 압도당하고, 완벽주의를 찬양하는 문화 속에서 비루한 나를 비교하며 점점 우울해지고 있다는 것이죠. SNS를 보더라도 평범한 내가 아닌 특별하고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나를 올리는 거잖아요? 매체 속에서 평범함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점점 완벽해져야 하고 나의 취약함을 가리는 것이 이 시대의 위너가 되는 비결이기도 하구요. 



우울증이란 자기가 보잘것 없는 인간이라는 사실에 대한 내심의 불쾌감자기 불만이라고 할 수 있고, 어리석은 허영심의 사주를 받은 질투심이 항상 결부되어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른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지도 못하면서, 행복한 사람들을 보면 못 견뎌하는 그런 것입니다.-P56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中 - 괴테> 



우울증이라는 감정을 이해해보기 위해 오늘은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헤르만 헤세는 독일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작가이기도 하지만, 인생을 우울증으로 고통을 받은 인물로 유명해요. 그 역시 이 작품의 주인공 한스와 같이 신학교에 입학하고 중퇴, 시계부품공장 견습공을 거친것으로 알려져 있구요. 결국 '수레바퀴 아래서'라는 작품은 그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성장소설 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완벽을 바라는 타인의 기대와 그것이 어긋났을 때의 조롱의 시선등.. 그것이 사람을 어떻게 무너뜨리게 되는지 작품을 통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완벽해져야 한다는 부담..타인의 기대와 시선 

인간의 내면에 집중한 이 소설은 주인공 한스 기벤라트의 성장통을 그리고 있습니다. 헤르만 헤세의 작품답게 아름답고 시적인 자연의 묘사는 덤 이구요. 시골 마을의 뛰어난 아이 한스는 주변 사람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뛰어나지만 점점 오만하게 자라납니다. 소위 요즘 말하는 영재인데요. 그런 한스는 아버지와 마을의 자랑이었고, 그 당시의 SKY와 같은 신학교에 2등으로 입학하게 됩니다. 그렇게 어렵게 신학교에 입학하지만, 목적없는 공부의 끝었는 강요, 어렵게 마음을 나눈 친구의 퇴학등 여러가지 문제들이 덥치며 심신이 쇠약해지고 지친 끝에 결국 학업을 포기하기에 이릅니다. 그는 결국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고, 마을사람들은 수군대기 시작합니다..  '영재라더니 뭐가 문제일까..? 그렇게 콧대 높더니 꼴좋네..'와 같은 주변 사람들의 조롱하는 듯한 시선을 견디며 힘들게 하루하루를 버텨내죠. 그러던 와중에 공부밖에 몰랐던 그가 사랑의 아픔까지 겪으며 무너져버리는 계기가 됩니다. 결국 아버지의 권유로 기계공이 되긴 했지만, 루저라는 낙인과 같은 주변의 시선에 동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자살로 인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한스는 자기 자신과 교사들의 자랑거리가 된 뒤로 약간 교만해져 있었다.-P19


한스는 학교 친구들이 부러워하는 모습을 은근히 즐기고 있었다.-P57


처음부터 지금까지 한스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최우등생이었다. 맨 앞에 우뚝 서있는 한스는 아무도 자기 곁에 다가서지 못하게 발버둥쳤다. 그리고 그런 자신의 모습에 자부심을 느끼기 까지 했다.-P64


성취에 대한 강박관념이 그를 뒤흔들어 놓았다. 자신이 다른 학교 친구들보다 앞서 있다거나, 교장을 포함한 모든 학교 선생님들이 자기에게 경의나 찬사의 눈길을 던진다거나 하는 생각을 떠올릴 때마다, 한스는 뿌듯한 우월감을 느끼는 것이었다.-P71


학교와 아버지, 그리고 몇몇 선생들의 야비스러운 명예심이 연약한 어린 생명을 이처럼 무참하게 짓밟고 말았다고 생각한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왜 그에게서 토까를 빼앗아 버리고, 라틴어 학교에서 공부하던 동료로부터 멀어지게 만들었는가? 왜 낚시하러 가거나 시내를 거니는 것조차 금지했는가?  왜 심신을 피로하게 만들 뿐인 명예심을 부추겨 그에게 저속하고 공허한 이상을 심어주었는가? 왜 시험이 끝난 뒤에도 응당 쉬어야 할 휴식조차 허용하지 않았는가? 이제 지칠대로 지친 나머지 길가에 쓰러진 이 망아지는 아무 쓸모도 없는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다.-P173




진정한 관계의 단절, 공감 부재

사실 지금도 누구나 한스와 같은 이러한 상황을 겪을 수는 있습니다. 우리의 입시현황과도 너무나 닮아있잖아요. 하지만 주변에 진정으로 공감해줄 사람이 있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수도 있다고 생각이 되었어요.

한스는 오직 공부로 명예심을 높일 생각 뿐, 진정한 친구의 필요성을 모르고 자라납니다. 그러던 한스가 신학교에 입학해 거의 처음으로 진정한 우정을 생각하게 하는 헤르만 하일러라는 친구를 만나게 되요. 한스는 그를 통해  처음으로 마음 속 깊은곳의 통하는 마음, 공감이라는 감정을 느껴보게 되죠. 하지만 그는 신학교의 유명한 문제아로, 그의 퇴학은 그와 진정한 우정을 나눌 기회마저 박탁당합니다. 그렇게 친구와 함께 있는 것이 금지되고 결국 퇴학까지 당하자 한스의 내면은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더욱이 그의 가정환경 또한 진정한 소통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없습니다. 목사는 선량한 시선과 다정한 언어가 결여되어 있는 인물이며 아버지 또한 한스에 대한 실망감을 감추기 위해 애를 쓸 뿐 친구나 위로자가 되지 못하는 사람이었죠. 이미 한스는 마을에서 뛰어난 영재로 유명한 인물이기 때문에 그의 실패는 다른 평범한 사람들보다 몇 배는 더 그를 수치스럽게 만들었습니다.(아이가 영재라고 방송에 나와 자랑하거나 하면 안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ㅠ) 한스에게는 출구가 필요했습니다. 그렇지만 한스와 함께 공감하고 나눌 사람이 주변에 없었던 것이죠. 결국 출구가 없었던 한스는 죽음에 이르게 됩니다.



한스는 아우구스트 이외에 친한 친구가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아이들의 싸움이나 놀이에는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자, 이제 네 녀석들은 내 뒷모습니나 멍하니 쳐다볼 테지! 야, 이 오소리 같은 놈들, 얼간이 같은 놈들아!-P55


신학교니 학문이니 야심에찬 희망이니 하는 것들도 이제는 모두 끝나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한스가 그것때문에 슬퍼하는 것은 아니었다. 한스의 마음은 실망스럽게도 아버지의 바람을 저버렸다는 죄책감 때문에 우울하고 어두워졌다. 지금 한스는 그저 쉬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P176


사랑마저 빼앗기고 모두에게 버림받은 한스는 자그마한 정원에 앉아 햇볕을 쬐거나 숲속에 누워 몽상에 젖었다.-P181


슬픔과 비애의 집

우울은 삶의 보편적 바탕색

수레바퀴 아래서의 한스는 완벽함을 바라는 타인의 기대와 현실의 벽 사이에서 깊은 우울을 느꼈고, 나의 그런 상황을 이해하고 공감해 줄 사람이 부재한 상황을 혼자 견디다 무너져버리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요.

대부분 우리는 우울증을 하나의 병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데 정혜신 박사의 '당신이 옳다'라는 책에서는 우울증 자체는 원래 우리에게 있는 삶 그 자체라고 이야기 합니다. 결국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 수용해야하는 감정이라는 것이죠. 우리는 다양한 감정을 느끼며 살아가잖아요. 항상 행복해야만 할 것 같고 기쁜 감정만을 수용하려고 하지만, 사실 부정적인 감정들 또한 우리에게 중요한 감정이라는 거에요. 이 감정들을 직면했을 때, 그것을 부정할 것이 아니라 직시하고 수용해주어야 한다고 해요. '아~ 나 오늘 좀 우울하구나' 그럴 수 있지~하고 넘어가는 것이죠. 나만 그런게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그런 감정을 느낀다고 생각하면서 말이죠. 하지만 그런 우울함이 지속되었을 때...그럴땐? 분위기 전환?이 필요할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될까요?


우울과 무기력감은 삶 그 자체일 뿐, 병이 아니다

감정도 그렇다. 슬픔이나 무기력, 외로움 같은 감정도 날씨와 비슷하다. 감정은 병의 증상이 아니라 내 삶이나 존재의 내면을 알려주는 자연스런 반응이다. 우울은 도저히 넘을 수 없을 것 같고 높고 단단한 벽 앞에 섰을 때 인간이 느끼는 감정 반응이다. 인간의 삶은 죽임라는 벽, 하루는 24시간 뿐이라는 시간의 절대적 한계라는 벽 앞에 있다. 인간의 삶은 벽 그 자체다. 그런 점에서 모든 인간은 본질적으로 우울한 존재다.

그러므로 우울은 질병이 아닌 삶의 보편적 바탕색이다. 병이 아니라 삶 그 자체라는 말이다. 우울은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 순하게 수용해야 하는 삶의 중요한 감정이다. <당신이 옳다 - 정혜신>


세상은 우리의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기에 우리는 고난을 겪을 수밖에 없으며 이와 함께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고통을 경험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진정한 의미에서의 '행복한 인간'은 고난과 고통이 없기를 바라지 않고, 그런 것들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정신적인 평정과 충일함을 느낄 수 있는 사람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행복의 반대는 비애나 고통이 아니라 내적으로 빈곤해지고 생명력이 쇠퇴한 결과로 나타나는 우울증 입니다. -P43 <사는게 힘드냐고 니체가 물었다 中 - 박찬국>



완벽한 문화 - 취약함을 드러낼 용기가 필요 + 무조건 공감해주기

먼저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인정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완벽한 척을 벗어버리고 진정한 나를 드러내야 한다는 것인데요. 세상 앞에서 우리의 취약함을 가리기 위해 만든 가면을 벗어던지는 것이죠. 그러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용기가 필요 합니다. 한스 또한 기계공이 되었을 때, 자신의 취약함을 인정하고 주변 동료들에게 더 다가갈 수 있는 용기가 있었다면 다른 결과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물론 주변에서도 이런 사람들을 받아주고 공감해주는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하는 것일 테지만요. 그러기에 주변에서 누군가 이런 취약함을 드러냈을 때 무조건적인 공감과 지지도 필요해요. 우리를 더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취약점을 알아가는 것은 타인과 연결된 삶을 살아가기 위한 시작점이 됩니다. 진정한 이해에 이르기 위해 몇 겹이나 쌓인 완벽주의의 포장지를 벗겨내고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부터 찾아내야 해요. 나의 취약함, 약점등 모든 것이 나의 일부이고 필수적인 것임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죠. 타인과 진정으로 공감하고 유대하기 위해 가장 먼저 나, 취약하고 불완전하지만 있는 그대로의 꾸미지 않은 날것의 평범한 나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랑이 필요합니다.


수치심과 두려움은 사람들 사이를 둘러싼 강력한 유대감을 견뎌내지 못한다. 용기, 연민, 유대감이 온 마음을 다 하는 삶으로의 여행에 꼭 필요하다고 말하는 이유다, 무엇보다 아끼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불완전한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의지는 그들과의 관계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준다. 이런 이유로 나는 용기, 연민, 유대감을 '불완전함의 선물'이라고 부른다. <나는 불완전한 나를 사랑한다 - 브레네 브라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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