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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민경 Feb 01. 2023

인간은 불완전해서, 아름다운 존재

노인과 바다 - 어니스트 헤밍웨이


자아의 인식은 더 이상 본질, 즉 자신의 욕망과 상태. 감정과 능력을 기준으로 삼지 않는다. 대신 인성과 성격을 연출하며 외부의 자아 정체성을 자기 것으로 삼는다. 특정한 약력, 성공한 사람, 자의식이 강한 사람, 자기 확신이 있는 사람,, 등의 역할을 껴입고 그것을 최대한 완벽하게 표현하는 것이다. 자아의 경험은 자기 행동이 자신의 의지와 감정, 사고에서 온다고 느끼는 최면에서 비롯된다. 그는 더 이상 경험이 직접 다가가지 못하므로 암시의 희생물이되어버린다.  <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하는가 中>


우리는 자아와 경험을 연출한다? 에리히 프롬의 '왜 나는 무기력을 되풀이하는가'에서 우리가 '나'라고 생각하는 성격, 가치관등이 사실 진짜 나의 본질이 아닌 성공한 혹은 좋아보이는 타인의 정체성을 껴입는 것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그렇다면 보통 우리들은 어떤 사람들을 껴입으려고 하는 할까요? 화려한 스펙을 가진 최대한 완벽한 사람들을 쫓으려고 할 거에요. TV에서는 완벽한 스펙에 외모를 가진 사람을 '신'으로 만들어 놓고 선망의 대상으로 만들잖아요. 그리고 내 주변엔 유독 엄친아들이 왜 이렇게 많은 것일까요? 우리 사회는 이런 유형의 사람들을 '완벽한 사람'이라고 부르며 우리를 그들의 '철저한 팔로워'로 만들어버립니다. 하지만 이런 완벽한 사람이 진짜 존재할까요? 존재 한다고 해도..그런 사람의 실체를 알게 되더라도 그들을 좋아하게 될 수 있을까요?


영화 ‘블랙 스완’에서 발레리나 니나의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그녀는 모든 테크닉에 뛰어난 발레리나지만 감정 표출에 어려움을 느낍니다. 엄마의 감시와 영향력 아래 착한 딸로 항상 감정을 완벽하게 조절하며 살았던 그녀였기에 백조는 완벽하게 연기할 수 있지만 흑조를 연기하는데 필요한 어두운 감정이 나오지 않았던 것이죠. 하지만 흑조까지 완벽하게 소화하고픈 그녀의 욕망, 완벽함을 원했던 그녀는 심한 스트레스를 받게되고, 결국 정신분열을 일으키며 자신 안의 악을 끄집어내고, 흑조를 완벽하게 연기해냅니다. 공연은 성공적이었고 관객과 동료들의 찬사를 받지만, 그녀 자신은 끝내 파멸하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저는 이 영화를 완벽함을 추구하는 욕망이 가져온 파멸..이라고 보았어요. 


우리는 모두 불완전하다. 그것을 인정하는 것이 너무나 힘겹기 때문에 어떤 사람은 히스테리 전략을 사용하고 또 다른 사람은 강박증의 전략을 사용한다. 즉 자신이 다른 사람을 완전히 만족시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믿거나 또는 자기 자신이 결여되어 있지 않은척 하는 것이다. 문제가 심각해 지는 지점은 우리 자신들이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을 때이다. 완전한 사랑과 완벽한 인간이란 인생의 중심에 똬리를 튼 불완전한 틈새를 가려 덮는 허상에 불과하며 이에 집착할 때 일상을 견뎌내는 것은 더욱 어려워진다. 

 <영화로 읽는 정신분석 中>


사실 우리는 완벽함이 최상의 것이라 추구하지만 사실 그건 그들의 한쪽 면만을 비춘 것일 수 있어요. 완벽하게 빛나는 것처럼 보일수록 그 이면에 니나와 같은 어떤 처절한 모습이 감춰져 있을지 모르는 일입니다. 우리 삶은 필연적으로 양면성이 있다고 하죠. 빛과 그림자처럼 빛에는 그림자가 따라가기 마련이듯 이 세상에는 좋은 한쪽 면 만을 가진 것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거에요.


코히마르:노인과 바다의 배경이 된 곳

이와 같이 완벽하지 않은 인간을 주인공으로 설정하고 그려낸 작품이 있는데요. 바로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입니다.「노인과 바다」(1952)는 헤밍웨이의 유작이자 퓰리처상 및 노벨문학상 수상작 입니다. 낚시가 취미였던 저자의 바다에 대한 지식이 고스란히 묻어나오는 작품이기도 하구요. 그는 1928년 쿠바에 처음 발을 들이고 1932년 쿠바의 삶에 사랑에 빠져 자주 놀러가며 그가 잘 알던 쿠바 어부인 그레고리오 푸엔테스의 이야기를 그렸다고 해요. 노인과 바다의 등장인물은 심플합니다. 딱 2사람만 알면 되거든요. 노인 '산티아고'와 그를 돕는 소년 '마놀린', 그 둘의 따뜻한 관계 속 배려넘치는 행동들이 절제된 언어로 표현되며 이 소설을 돋보이게 해주는데요. 한 때는 잘나가는 선원이자 어부인 노인 산티아고가 불운을 만나 84일간 아무것도 낚지 못한채 돌아오게 되는 내용으로 시작됩니다. 그는 84일만에 큰 물고기인 청새치를 낚았지만 돌아오는 길에  상어들을 만나며 뜻하지 않은 고난과 맞닥뜨리게 되죠.


불완전한 인간이 만들어내는 삶의 드라마

노인은 사투끝에 커다란 청새치를 낚았고, 돌아오는 길에 상어들에게 습격을 당해요. 노인은 최선을 다해 나름 자신의 청새치를 지키려고 하구요. 하지만 청새치는 상어들에게 다 뜯기고 뼈만을 남긴 채 돌아오며 끝을 맺습니다. 응? 이게 다야? 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 작품이 주는 감동은 단순하지가 않아요. 노인은 열정적으로 최선을 다해 자신의 일을 추구했고, 의지와 끈기로 그 과정에 맞서나가며 고난과 역경을 극복했다는 점이 감동의 포인트가 됩니다. 게다가 고난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거든요. 'Easy come, easy go'라는 말이 있죠. 노인이 그냥 쉽게 물고기를 잡았다면 감동을 만들어낼 수 없었겠죠. 인생에서 쉽고 가벼운 것은 아무런 의미도 만들어내지 못합니다. 즉, 어떤 사소한 일도 본인의 의지로 끈기와 열정을 가지고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은, 결과를 떠나 누구나 그 일을 통해 감동과 의미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죠. 타인에게는 감동을 그리고 본인에게는 자부심과 삶의 의미를 만들어냅니다. 이렇듯 꼭 아주 중요하고 대단한 일 혹은 하이스펙이 아닌 사람이라도 아니더라도, 자신의 인생작품을 누구나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여기에 나오는 노인은 완벽과는 거리가 먼 그냥 초라한 한 인간에 불과하다는 것을 잘 아실거에요. 하지만 바로 그 노인이 바로 우리에게 잔잔한 감동을 전해 준다는 것에서 많은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노인에게 배우는 삶의 자세

또한 노인은 어떠한 고난이 닥쳐와도 특유의 위트와 긍정적인 자세로 난관을 헤쳐나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원하는 것에 집중하면서, 절대 절망에 빠지지 않아요. 동시에 자연과 소년에 대한 배려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헤밍웨이는 노인을 통해 우리가 어떤 생각과 태도로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자신이 현재 어떤 상황에 있든, 하고 싶고 원하는 어떤 일이 있다면 그 일에 집중하고 절대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할 것. 그리고 사람과 자연과의 따듯한 관계 말이죠.  


그는 희망과 자신감을 잃어본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그리고 그 순간 그 희망과 자신감이 산들바람처럼 불어올 때처럼 더욱 새롭게 솟아나는 느낌이었다.-P14


한순간도 물고기를 잊어서는 안 돼.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만 생각해야 돼. 바보같은 짓을 해서는 절대 안 돼.-p49


그는 자기가 이기고 싶다는 마음만 확실히 먹으면 상대가 누구든지 이길 수 있다고 확신했다.-P74


"하지만 인간은 패배하도록 만들어지지 않았어," 노인은 말했다. "사람은 파멸당할 수는 있을지언정 패배하진 않아."-P108


희망을 버리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야, 노인은 생각했다. 뿐만 아니라 난 그건 죄악이라고 믿어. -P109



인생의 주인공은 바로 '완벽하지 않은 나'

'노인과 바다'에서 노인이 주인공, '제인 에어'를 보면 집안도 보잘것 없는 예쁘지 않다고 묘사된 제인이 주인공입니다. TV와는 다르게 문학에서는 완벽하지 않은 주인공들이 등장하고, 어쩌면 초라하고 비루할 수 있지만 그들이 만들어내는 감동과 아름다움에 주목합니다. 문학이 더욱 현실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고 문학을 접할수록 완벽함에 대한 집착이 멀어지게 되는 것이죠. 비록 지금의 나는 초라할 수 있지만, 이런 내가 감동과 아름다움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존재라고 인식할 수 있으면 되는거에요.



“완벽함의 추구는 아름다운 환각일 뿐 좋은 이상이 아니다. 아름다운 결말을 꿈꾸지만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완벽으로 직통하는 길이란 건 없고 결함은 항상 있게 마련이다. 세상에 완벽이란 게 존재하지 않는데 무엇 때문에 여기에 집착하는가? ~한 가지 일에 지나치게 완벽을 기하면 결국 아름다움과 자연스러움을 잃어버리게 하는 것이다. ~ 팔이 부러진 비너스는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시킨다. 결점을 가진 아름다움이라는 아쉬움은 있지만, 사라진 팔 때문에 비너스는 가장 아룸다운 조각품 중 하나가 되었다. 사람들은 진흙 위에 핀 수련을 보며 그 고결함과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탄식한다. 그러나 진흙이 없으면 수련의 고결함과 아름다움은 빛을 발할 수 없다. 이렇듯 결함과 아름다움이 공존할 때, 결함은 이점이 되고 없어서는 안될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하버드 지혜 수업 中> 


결국 인간은 원래 불완전한 존재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걸 왜 알 필요가 있다는 것일까요? 내가 인간이라면 불완전한게 맞다라는 전제하에, 무슨일이든 최선을 다하되(노력), 완벽하지 못함에 자신을 비하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죠(결과). 결과보다 노력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완벽한 인간은 거짓입니다. 그 환영을 추구한다는 것은 정신적 피폐함과 파멸을 낳을 뿐인 것이죠. 그렇게 추앙된 완벽주의는 이전편에서 보았듯 우울함을 양산하게 되구요. 우리는 모두 완벽하지 못하기에 타인과 함께 노력하고 삶의 여유를 가지는 삶을 선택해야 합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고 내 삶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태도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내가 도달하지 못할 이상을 추구하기 보다는, 현실에서 내가 잘 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고, 그 분야에서 끊임없이 노력하면 그게 바로 아름다움이고 감동의 포인트가 될 수 있어요. 그렇게 완벽하지 않아도 매력적인 '나'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죠. 


완벽주의자들은 세상의 본질적인 법칙과 달리 완벽을 가장 높은 이상으로 착각한다. 그러나 이 '완벽'의 추구가 심리적 불균형을 가져오고 엄청난 정신적 스트레스를 부른다. 완벽한 결과를 얻으려다 오히려 값진 것을 잃어버리게 된다.-P21

완벽주의는 성공을 방해한다. 그뿐 아니라 우울증, 불안감, 중독, 삶의 마비로 이어질 수 있다. 삶의 마비란 완벽하지 않다는 두려움에 휩싸여서 세상에 보여주지 못한 것들로 인해서 잃어버린 모든 기회를 말한다. 실패하면 어쩌나, 잘못되면 어찌하나, 남들을 실망시키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 때문에 포기하게 되는 모든 기회를 의미한다. <나는 불완전한 나를 사랑한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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