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나미야 잡화점은 세 명의 도둑과 올림픽 펜싱선수, 부동산 재벌, 실패한 음악가, 성공한 가수등, 전혀 삶의 접점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과, 이들을 연결하는 나미야 잡화점의 신비한 비밀에 대한 판타지 소설이다. 이 소설은 신비한 '능력'을 가진 나미야 잡화점을 통해 사람의 인생이 어떻게 서로 연결되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그것이 개인의 결정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를 풀어간다. 작은 일이 몇십 년을 지나 어마어마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나미야 잡화점에 들어앉은 세 명의 도둑들은 조언을 구하는 이들에게 다소 직설적인 충고를 한다. 이는 원 충고담당인 나미야 잡화점의 주인아저씨와는 사뭇 다르다. 그는 장난임에 분명한 편지에도 진심을 다해, 자신이 아는 가장 좋은 방법을 제시한다. 때로는 해결책이 아닌 조언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는 매번 진심이었다. 도둑들도 마찬가지이다. '아닙니다. 옳지 않습니다. 당장 그만두세요.'라는 강경한 어조로 그들은 상대가 나쁜 결정을 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한다. 때론 이 시공을 가르는 미지의 메커니즘을 망가뜨리진 않을까 하는 걱정에 고민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들도 진심이다. 우리가 언제 누구에게 좋은 영향을 줘 본 적이 있어?라는 말은 질문이라기보다는 자신까지 포함하여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어 보지 못한 이제껏의 인생을 돌아보는 자조이다. 그랬던 그들이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기 시작한 것이다. 인생의 전환점이다.
나는 지금 누구에게 진심인가?
나미야 잡화점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또 있는 듯하다. Things are not what they seem. 모든 것은 보이는 게 다가 아니야. 자살로 보였지만 알고 보니 반대로 아이를 위해 최선을 다했던 엄마, 사랑 없는 부모를 버렸고 달아났지만 몇십 년 후에 알게 된 부모의 놀라운 사랑의 이야기는,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실'에 물음표를 던지라고 말한다. 비틀스 멤버들이 해체하는 순간까지도 음악과 밴드를 사랑했다는 것을 느낀 중년의 남자. 그에게 큰 실망을 안겨줬던 비틀스*를 제대로 이해하는 대목에서, 작가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미래의 부동산과 주식 시장의 변동과, 테크놀로지 발전을 알려주는 대목에선 [재벌집 막내아들]이나, [포레스트 검프]가 생각나기도 한다. 몇 세대를 왕복하면서 은근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하는 소설이다. 일본 독자들에겐 더욱 그러리라 생각한다.
나미야 잡화점의 주인이 얼마 남지 않은 생의 마지막에서 그동안 자신의 편지를 받은 사람들에게 어떠한 삶을 살았고, 충고가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기 원하는 대목은 무겁게 다가오기도 한다.
가볍게 읽다가 문득 생각에 잠기게 하는 소설이다. 조금 다른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이다.
*비틀스가 큰 영향을 미친 일본의 문화. 사카이 마사토 주연의 일본 영화 Golden Slumber 가 생각나기도 하는데, 어마어마한 뮤지션들이 서로 다투어 공연을 했던 그 당시의 일본이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