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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okles Blog Dec 29. 2022

H마트에서 울다

음식으로 부활하는 재미교표의 아이덴티티

[Crying in H Mart]는 한국계 미국인 음악가인 미셸 조너가 암과 싸우다 돌아가신 자신의 어머니를 기억하며 쓴 소설이다. New Yorker에 실린 것을 2021년에 책으로 다시 엮어서 나와, 베스트셀러로 등극하여 미셸 조너를 2022년 가장 유명한 작가의 반열에 올렸다.


이 책에서 작가는 고무줄처럼 늘어났다 줄었다 하는 엄마와의 관계를 두 사람의 공통의 언어인 한국음식으로 풀어간다. 한국 음식을 통해 작가는 자신을 발견하고, 자신과 타인 간의 관계를 재조명한다. 


이 책에서의 모녀관계는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입이 아프게 말하는 love and hate relationship이다. 모범적이고 말썽 부리지 않고,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며, 적당한 나이에 결혼과 출산을 하길 바라는 부모의 기대에, 미국식 사고와 행동으로 답할 수밖에 없는 그들. 페이스 북 Subtle Asian Traits group에 들어가면 부모와의 갈등의 에피소드가 무궁무진하다. 부모를 사랑하고 존경하지만, 그들이 원하는 인생은 살지 않겠다고 한다.


그러나 그들도 미셸처럼, 부모 나라의 음식을 좋아한다. 미국 음식은 못 먹는다고 하며 저마다 자신들이 만든 만두, 국수, 볶음밥, 불고기의 사진을 올린다. 자신의 뿌리를 음식으로 인식하고, 즐기며, 자랑스러워한다.


이 책의 음식에 대한 진심은 첫 장부터 등장한다.


We were particularly about everything: Kimchi had to be perfectly sour, samgyupsal perfectly crisped: stews had to be piping hot or they might as well have been inedible. 

김치는 딱 알맞게 익어야 하고, 삼겹살은 바삭해야 하며, 찌개는 혀를 델 정도로 뜨거워야 한다. 안 그러면 못 먹어. 


Oh! This is me. 나도 그렇다. 


Crying in H Mart 덕분에 생각나는 사람은 Esther Choi이다. 그녀는 최근의 Iron Chef 요리프로그램에서 전설적인 Iron Chef Legend를 꺾었고, 결승에선 5명의 Iron Chef로 이뤄진 Iron Chef Legend team과 혼자 대결을 펼쳐, 겨우 1점 차로 패한 한국인 셰프이다. 


그녀는 자신의 한국 음식에 대한 사랑은 할머니에 대한 사랑이며, 한국음식이 자신의 정체성이라고 한다. 그리곤 모든 음식에 김치를 넣는다. 


H Mart에서 샀음에 분명한 (기다란 시그니쳐 유리병으로 미루어보아) 김치를 포기째 그릴에 굽기도 하고, 김치 국물을 넣은 칵테일을 심사위언들에게 먹인다. '김치국물을??' 나의 경악이 무색하게 심사위원들은 극찬을 한다. 메뉴도 인스턴트 라면이다. 그리곤 일등을 했다. 한국음식으로 Iron Chef에서 우승한 적은 처음이다 (내가 아는 한). 가장 한국적인 김치가 세계적인 메뉴로 재 창조되는 순간을 목도한 기분이란... Thank you, Esther!


내 사촌언니도 생각난다. 유럽에서 나고 자란 그녀는 다분히 European이다 (내가 영어를 잘하게 된 원인제공자이기도 하다). 몇 십 년 만에 다시 만난 언니는 나에게 레시피를 물어본다.

"Do you know how to make beef braised in soy sauce? My mom used to make it when I was young. I want to make it for my kids."  장조림이다. 한국말을 전혀 못하는 그녀는 장조림이 한국인 것이다. 


음식은 문화의 결정체이며 먹는 것뿐만 아니라, 준비하고, 만들고, 나누는 과정 모두가 cultural heritage이다. 김치로 시작해서 커피 한잔으로 끝나는 이 책은 음식으로 일깨워지는 재미교포들의 숨겨진 아이덴티티의 발견이다. 재미교포를 자녀로 둔 부모로서 공감과 울림이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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