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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희정 Jul 29. 2024

작은 친절

어제는 인천의 계산공고에서

건축설비기사 2차 시험(필답형)에 응시했다. 


자동차를 가지고 출발하여 생각보다 일찍 시험장에 도착한다.

'조급한 마음을 달래고, 집중해야지!' 하는 생각 때문인지, 커피가 마시고 싶어졌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근처 편의점에서 2천 원짜리 얼음 커피를 주문하면서 목격한 일이다.

냉동 컵에 블랙커피를 부으면서 카드 계산을 하는데, 


40대 여성 한 분이 다급하게 들어오면서 초조하게 묻는다.

"혹시 전자계산기 판매하나요"


주인이 말한다.

"우리 가계에서 파는 것은 없고, 사용하는 것만 있어요." 


손님, "정말 죄송한데요, 자격증 시험을 보러 오면서 계산기 가져오는 것을 깜박 잊어버렸네요. 

계산기를 좀 빌릴 수 있을까요?"

 

옆에서 들으면서, '아마도 거절하리라'라는 내 예상과 달리, 주인이 말한다.

"아, 그러세요? 이 계산기를 사용하시고, 잊지만 말고 돌려주세요."


너무 쉽고도, 친근하게 들렸다.


여성분이 전화기를 내밀면서 말한다.

"이거라도 맡기고 갈게요."


그러자 거절하면서 말했다.

"걱정 말고, 시험을 잘 보고 오세요."


그분이 나가자, 옆에 있던 내가 말했다. 

"사실, 저도 시험 보러 왔어요. 친절한 사장님을 보니, 기분이 엄청 좋네요."


시험장으로 걸어가면서, 

4년 전쯤 교육청 사무관 승진 시험, 마지막 관문이었던 면접을 보던 아침이 떠올랐다.


그날도 오늘처럼 일찍 집을 나섰다. 

인천대교를 지나며 평소에도 친절하다고 여겼던 요금소 직원, 그분이 업무 중이다.


"안녕하세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나에게는 상냥한 인사 한 마디가 천사의 목소리처럼 들렸다.


하루를 시작하며 처음 뵌 분의 상쾌한 인사,

그분의 목소리에 기분이 좋아졌고, ''오늘, 분명히 잘 해낼 거야!'라고 생각했다.


실제, 그날의 최종 면접에서 매우 좋은 결과를 냈다.

 

무려 10년이나 너무도 크고 길었던 고통, 

고독과 우울로 가득 찼던 패배의 시간에서 해방되었다.


(2013년 필기시험, 2015년과 2016년 두 번의 역량 평가 등 총 세 번의 시험 실패로 

사무관 승진 대상자에서 3진 아웃, 


이후 5년이 지난 뒤인 2021년 마지막이자 네 번째 승진 시험인 실적 평가에서 

최종 승진 대상자로 선정)   


승진 시험을 보던 그날도 생각했다. 


'기분 좋은 인사, 긍정의 말, 작은 배려는 

누군가를 행복의 길로 이끈다.'


'일상에서 친구 등 지인을 만날 때, 매일 출근하는 일터,

아내와도 마음을 담은 유쾌한 말만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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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고 돌아와, 

건축설비기사 필답시험에 대한 소감이다.


'대충, 쉽게, 조금 공부해서는 

합격이 절대 불가능한 시험이다.'

 

현열과 잠열 등 열량 계산, 물량 산출, 배관 도면 그리기 등

공부해야 할 내용과 대상이 굉장히 넓고, 구석구석 세밀한 공부가 필요함을 확인했다.


인천 계산공고 교문을 나오면서 본 돌비석에 새겨진 문구,

'성실한 하루가 미래를 바꾼다'라는 문장이 떠오른다.


작년부터 취미 생활로 줄기차게 이어가고 있는 자격증 도전은 물론이고, 

직장과 가정생활도 성실하게 임해야 할 이유가 오늘보다 나은 내일, 즉 미래를 바꾸고 싶기 때문이다.


그 미래의 모습은 행복일 수도 있고, 건강일 수도 있으며,

경제적인 문제의 해소일 수도 있다.


오늘 본 건축설비기사 시험은 분명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관심과 집중을 이어가면, 언젠가는 넘어설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휴가철에 접어들고, 날도 다습하고 덥다. 

며칠간 쉰 후에 공부를 이어가야겠다.


감사하고 고마운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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