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인으로 등록되어 있으면 절차에 따라 보청기 비용을 최대 90% 지원해 준다. 보청기 한 개당 100만 원에 육박하는 비용인지라 90% 지원은 엄청난 혜택이다. 자부담이 줄어드니 조금 더 사양이 좋은 프리미엄급을 선택할 수 있는 범위도 늘어난다.
조금 더 많은 소리를 풍족하고 원음에 가깝게 들으려면 고급 사양을 선택해야 하는 게 당연한데 비용 앞에서 쉽게 선택할 수 없는 것 또한 현실이니, 정부의 90% 지원은 너무도 감사한 일이다.
요즘따라 듣는 것이 영 시원찮다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분별력이 떨어져서 바로 옆에서 하는 말도 입모양을 봐야 그제야 대화가 가능해졌다.
혹시 와우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가 싶어 2년 만에 매핑을 하러 소리의원을 방문하였다. (벌써 인공와우 수술을 한 지 6년 차가 되었다.) 가장 싫은 청각검사를 진행했다. 방음 박스에 들어가 소리가 날 때마다 버튼을 누른다. 고음에서 저음까지 다양한 데시벨의 소리가 헤드폰을 통해 귀로 들어온다. 삐- 하는 고음의 소리가 귀에 들어오면 그 뒤로는 이명 때문에 버튼을 누르기가 힘들다. 지금 이게 이명인지 정말 들리는 소리인지 너무도 헷갈리기 시작한다. 나는 삐- 하는 소리와 윙- 하는 소리의 이명이 있다. 인공와우를 빼거나 어떠한 고음소리를 들으면 이명이 반복되기 시작해서 꽤 고통스럽고도 짜증스럽다.
소리가 들릴 때마다 버튼 누르는 검사가 끝나면 매핑선생님이 불러주는 한 글자를 듣고 따라 말하기 검사가 시작된다. 인공와우+보청기를 착용하고 검사. 보청기 빼고 인공와우만 하고 검사. 인공와우 빼고 보청기만 하고 검사. 선생님이 꽤 많은 한 글자를 불러주신다. 그러나 내가 대답하는 한 글자는 거기서 거기다. '만' '반' '박' '차' '타' 이런 된소리들이 대부분이다.
정말 하고 싶지 않은 검사이다. 무슨 소리인지도 모르겠고 대충 들리는 느낌으로 대답하는 것도 지치는 검사이다.
다행히도 우려와 달리 보청기 쪽 청력은 2년 전과 차이가 없고 임플란트 내부 소리 전달에도 이상이 없다고 한다. 와우도 보청기도 기계인 만큼 관리가 필요하고 때가 되면 교체를 해야 하는데 보청기는 맞춘 지 5년이 넘었으니 점검과 교체를 고려해 보라고 안내를 받았다. 가장 좋은 방법은 양이 수술을 하는 거니 오른쪽도 순차 인공와우를 고려해 보라 하신다.
동네 보청기 매장에 방문했다. "지원을 받아 인공와우 수술을 한 경우 보청기 지원을 받을 수 없어요." 담당 선생님이 말씀하신다. "네??" 내가 반문한다.
"2000만 원이나 하는 인공와우 수술을.. 양이도 아니고 한 번만 지원해 주는데.. 당연히 지원받아 수술하죠. 그렇다고 내 귀가 한쪽만 있는 것도 아닌데 반대쪽 귀는 어떡하라고 보청기도 인공 와우도 지원을 안 해줘요?"
미성년자의 경우 양 쪽 귀에 대한 인공와우 수술을 지원해 준다. 성인의 경우 한 번의 인공와우 수술만 지원해 준다. 나머지 귀의 인공와우 수술은 자부담(선별급여 적용)으로 수술해야 하는데 그 비용이 무려 1,300만 원~1,700만 원가량이다.
그렇다면 수술을 하지 못하는 한쪽 귀에 대한 보청기 지원이라도 해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 보청기 역시 최고급 사양이 아닌 제품도 100만 원 전후의 가격인데, 90% 지원을 받지 않으면 부담되는 금액이다. 결국 새로운 보청기를 맞춰 청력의 상태를 좀 더 끌어올리고자 했던 계획은 수표로 돌아갔다.
나의 듣기, 삶의 질을 위한 100만 원의 지출이 큰돈은 아니지만 10대 아이들 셋을 키우면서 계획에 없던 100만 원 지출은 큰돈이기에 멈칫했고 결국 새로운 보청기를 맞추지 못했다.
한쪽이라도 지원해 주는 것에 '고맙습니다'라는 마음을 가져야 하는 건가, 두 개의 귀를 가지고 있어 두 개의 지원을 바라는 것은 욕심인 것일까? 장애를 내가 선택하지 않았던 만큼 내가 다른 사회 구성원처럼 살 수 있게 해 달라는 게 장애를 가진 사람의 욕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