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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rry Feb 06. 2023

나의 그녀가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평소에는 자가용을 이용해 출근하지만 어제는 단골고객님의 데이트 신청으로 차를 놔두고 퇴근했다.


흔히 있는 일은 아니지만 단골 고객에서 친구가 된 단골고객 친구가 있다.


1인카페를 운영하면서 직장 생활의 장점이자 단점인 동료가 없다는 게 한 번씩 서럽고 외로울 때가 있다.


고맙게도 그 빈자리를 나의 단골고객 친구가 채워주고 있다.


어제저녁 퇴근 후 단골고객 친구와 생맥주를 마시고 있을 때 최근 브런치 작가가 된 그녀의 글이 올라왔다고 브런치 알람이 울렸지만 읽지 못했다.




어제 차를 놔두고 오는 바람에 오랜만에 출근길에 버스에 올랐다. 내가 좋아하는 양화대교가 아닌 울산대교를 지나갈 때 즈음 그녀가 올린 글이 생각나서 브런치를 열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버스는 만석이었는데 왜인지.. 왜인지.. 하염없이 눈물이 났다.. 평소에도 눈물이 많은 나였지만 이런..


내가 좋아하는 버스 안..

내가 좋아하는 바다가 보이는 울산대교..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내가 좋아하는 노래..

내가 좋아하는 친구의 따뜻한 글..


그 모든 것이 나를 감성적이게 만들었던 걸까..


난 순간 버스에서 사연 많은 여자가 되어버렸다. 찰나였지만 내 앞에 서있던 남자분의 당황스럽고 안타까운 눈빛이 부끄러우면서도 따뜻하게 느껴졌다.


애써 마음을 다스리고 다시 읽었다.




by연이 작가님의 글을 캡처한 내용입니다.


왜 눈물이 났던 걸까.. 정확히는 잘 모르겠지만 10대 때 나의 엄마 모습이 떠올랐고 너무나 예뻤었던 나와 그녀의 14살이 떠올랐고 떡볶이 때문에 싸웠던 기억이 정확하게 나지 않았는데 나의 젊은 날을 우리 엄마의 젊은 날을 함께 기억해 주는 사람이 있어서였을까..


뭐라 설명할 수 없는 여러 복잡한 감정이 들었고 지금 나의 감정을 글로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브런치 작가가 된 나의 절친인 그녀는 14살 중학교 1학년때 내 뒷자리에 앉았다. 초등학교를 벗어나 뭔가 너무 어색하고 적응 안 되고 무서웠던 나날들이었지만 그녀가 내 곁을 지켜줬다. 그리고 세월이 무색하게도 우린 현재  많은 나이가 되었다.


그녀가 언젠가 우리 집에 노트북을 들고 와서 자기가 글을 쓰고 있는데 한번 읽어봐 달라고 했다. 그때까지 브런치에 '브'자도 몰랐던 나는 신기하기도 했고 그녀에게 말은 안 했지만 살짝 구미가 당기기도 했었다.


3수째라며 속상해하는 그녀를 보면서 "10수도 아니고 무슨 3수에 그라노?될 때까지 해봐라 돈 드는 것도 아고!!" 하면서 그녀를 달랬다.

4수 만에 나의 그녀는 당당히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너무 기특하고 기뻤다.


나도 언젠간 글 쓰는 날이 올까?라는 생각 했다.


1인카페를 운영하는 나는 혼자 늘 너무 바쁘고 정신이 없다. 오늘 버스 안에서 그녀의 글이 불씨가 되어 출근하자마자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한잔 만들어 노트북을 켰다.


내가 만약 브런치 작가가 된다면 너무도 놀랠 그녀가 눈에 선하다.


만약 브런치 작가가 된다면 이 영광을 브런치의 '브'자도 몰랐던 나를 글 쓰게 만들어준 그녀에게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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