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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오 Apr 15. 2024

진심을 전하려면 필요한 진실

진심으로 전하는 브랜드텔링

소비자 여러분, 지금 바로 타이레놀의 복용을 중단하고,
~일 이전 제조된 제품은 전량 폐기해 주십시오..  

Johnson & Johnson 회장 제임스 E 버크(James E. Burke)


고대 그리스에는 페르소나(persona)라는 가면을 쓰고 연극을 하는 가면극이 있었다. 당시 가면극의 주된 주제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신과 인간이 어울렁더울렁 만들어가는 이야기였기에 신의 능력을 갖지는 못했지만 신의 얼굴을 가진 페르소나를 쓰고 신을 연기했을 터다.  



가면을 들고 바라보는 시인 메난드로스


현재 페르소나는 사람(person), 성격(personality) 등의 어원이 되었다. 개개인과 개별의 성격들을 일컫는 말이 되었지만 페르소나는 실제의 모습이 아닌 되고 싶어 하는 모습으로 지칭되곤 한다.

생각해 보면 실재모습의 나와 보이고자 하는 나의 모습이 다르다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조금 더 긍정적인 말로 둘러대자면 되고자 하는 모습을 위해 노력한다고 하는 편이 나을 것 같기도 하다.

사람들은 스스로의 모습을 알기에 타인 혹은 브랜드에 대해서도 쉽게 신뢰하지 않는다. 브랜드가 텔링을 해도 귀 기울이지 않는 이유다. 브랜드의 말을 의례적으로 하는 말이라 터부시 하기도 한다. 브랜드텔링의 가장 큰 노이즈가 되는 거다. 왜 우리의 메시지를 믿지 않을까 하며 발을 동동 구르며 조급해해 봐야 사람들은 요지부동이다.

브랜드가 텔링을 할 때 브랜드와 사람 간에 관계에서 가장 먼저 이루어져야 할 것은 신뢰와 믿음이다. 믿음의 관계가 구축된 후에 사람들은 브랜드의 텔링을 온전히 들으며 이해하려 하기 때문이다.

믿음의 관계가 이루어지면 브랜드를 만든 사람들이 다 바뀌고 사라져 가도 브랜드 만이 살아남아 숨을 쉴 수 있다. 이른바 브랜드가 믿음을 깨트리지 않는 한 장수하는 브랜드, 영속하는 브랜드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이다.


1982년 시카고 근교에서 7명의 주민이 독극물에 의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조사해 보니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진통효과가 있는 타이레놀을 섭취했다는 것이었다. 진통제 시장의 35%를 차지했던 타이레놀의 시장점유율은 6.5%로 급락했고 타이레놀을 만드는 MCP사의 모회사 Johnson & Johnson은 심각한 위기를 맞이했다. 숨진 이들의 정확한 사인은 청산가리라는 독극물이 투입된 타이레놀을 먹었기 때문이라 밝혀진다.


사건이 발생한 후 MCP사는 미디어들의 취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관련된 모든 자료를 언론에 제공했다.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상점이나 소비자의 가정에 있는 모든 타이레놀을 전국적으로 수거하고 Johnson & Johnson의 회장 제임스 E 버크는 피해자 가족에게 정중한 애도의 편지를 보냈다. 특정 날짜 이전의 타이레놀의 복용을 중지하라는 TV 광고까지 하게 된다.  

FBI와 연방 당국은 수사 끝에 누군가가 소매 단계에서 고의로 타이레놀을 청산가리로 오염시켰다는 사실을 알아냈고 Johnson & Johnson의 조치에 힘입어 독극물 주입이 시카고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는 것도 밝혀냈다.

모든 오명을 쓰고도 관계기간에 협조하고 가족들에게 사과했던 Johnson & Johnson은 다시 이전의 신뢰를 회복하고 1년 뒤인 1983년 5월에는 점유율이 원래 상태로 돌아갔다 한다.

기업의 적극적인 협조와 간접적인 책임을 통감하는 자세가 ‘타이레놀’이라는 브랜드를 원래의 제자리로 돌려놓은 것이다.


아니 어쩌면 ‘믿음 가는 브랜드’라고 바꾸어놓았는지도 모르겠다.  


이전이나 30여 년이 지난 지금이나 Johnson & Johnson의 이러한 대처는 전례가 없는 일이다.

잘못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 사람과 기업들을 보아왔던 터라 Johnson & Johnson의 이러한 조치가 오히려 낯설기까지 하다. 진실을 외면하고 잘못이 없다고 발표하는 그들을 보며 씁쓸한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어쩌면 믿고 사용하던 브랜드에 대한 배신감 아니겠는가. 믿음이 깨지는 순간인 거다. 그 순간부터 브랜드텔링은 더욱 어려워진다. 시작부터 믿음의 관계가 구축될 때까지 시간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에 공을 들여야 돌아선 마음을 다독일 수 있다.

그럼에도 Johnson & Johnson과 소비자 간의 믿음의 관계가 1년여 정도 만에 제자리를 찾았다는 건 그들의 적극적으로 진실을 밝히려고 노력했기 때문일 것이다. 잘못이 드러날 수도 있는 그 상황에 적극적으로 협조한 이유가 무엇일까

상품을 생산하는 과정의 진실 때문일 것이다.  

자사 내부의 생산 공정이나 출고에서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 확신을 가질 수밖에 없는 진실이 그들에게 믿음과 용기를 주었기 때문일 거다.

믿음을 전제로 한 용기 때문에 희생자 가족에게 애도의 편지를 보낼 수 있었고 유통과정 중에 있었을 관리소홀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했을 것이다. 믿음이 담긴 진심 때문에 소비자들은 마음을 열고 믿음으로 응답했던 것 아닐까. 브랜드의 진심이 진실이라는 믿음으로 바뀌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브랜드텔링이 거짓이면 브랜드는 거짓말쟁이가 되고, 브랜드 텔링과 행동이 다르면 브랜드는 위선자가 된다.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을 하고 상황에 따라 변하는 브랜드 텔링은 브랜드를 이중 인격자로 만든다. 하지만 브랜드가 진심을 가지고 브랜드 텔링을 하면 믿음이 가는 브랜드가 된다.


진심으로 만들면 진실하기 때문이다.


1994년 국내에서도 판매가 시작된 타이레놀은 지금 현재 국내 진통제 시장 점유율 1위이다. 독극물 사건이 이야기로 회자되면서 국내에서도 믿음이 가는 진통제라는 인식이 빠르게 번져 타이레놀은 상륙하자마자 많은 사랑을 받으며 현재의 위치까지 올라갔다.

진심을 전하는 진실된 브랜드의 이야기는 매우 빠른 속도로 확산된다.

그런 이야기가 드물고 귀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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