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홀씨

by 오솔


사회에 첫발을 내딛은 새내기 직장인 시절이었다. 아침에 출근을 하며 걸어가는데 꽃 한송이가 눈에 들어왔다. 골목길 구석, 차가운 아스팔트 사이를 뚫고 피어있는 민들레 하나. 가느다란 줄기와 얇은 나뭇잎 사이로 노랗게 고개를 치켜들고 있는 꽃머리를 보는데 마음 한구석이 시큰했다. 너무 예뻤다. 화려하고 다채로운 꽃다발 속 존재감을 드러내는 장미 한 송이보다, 차가운 아스팔트 벽돌 사이를 뚫고 겨우 피어있는 민들레 한송이가 더 아름다워보였다.



그 민들레의 홀씨가 시간의 바람을 타고 넘어와 지금의 내게로 왔다. 어느덧 난 결혼을 하고 아이를 출산했다. 주변에 많은 것이 주어졌지만 그럴수록 더 외로워지는 때가 있다. 내 삶에 주어진 것에 행복하고 감사해야 하는 때에, 마음은 차가워지고 암담해지기도 한다. 그런 순간에 자는 아이와 남편을 두고 혼자 밤산책을 나갔다. 깜깜한 밤, 새벽으로 넘어가는 시간에 혼자 정처없이 걸었다. 집에서 대충 입고 나온 터라 차가운 바람이 옷 속까지 스며들었다. 길거리에는 사람이 거의 없고, 차들은 간간히 지나다니고 있었다. 맨발로 나와 발등이 아리고 콧등은 시큰했다. 눈물이 나지는 않았지만 슬펐다. 그렇게 찬바람을 쐬면서 한참을 걷고 걷다가 집으로 들어왔다.



아이와 남편은 잠들어 있었다. 잠든 아기 옆에 조심히 누웠다. 쌔근쌔근 숨소리와 함께 들썩이는 우리 아가의 배. 꼭 감은 눈 위로 뻗은 길고 예쁜 속눈썹. 몽실몽실한 볼살과 조그마한 입술. 잠든 아이를 보고있으니 너무 예뻐서 눈물이 차올랐다. 순간 아스팔트 사이에 피어있던 민들레가 생각났다. 우리 아가. 너도 그 꽃처럼 아니 그보다 더 예쁘구나. 깜깜한 어둠 속을 환하게 비춰주는 기쁨 한송이가 내게로 왔구나. 너무도 소중하고 아름다운 그 모습을 온 마음에 담으며 잠을 청했다. 그리고 다시금 잘 살아가보기로 굳게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