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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eezeDay Jan 25. 2023

 110cc 스쿠터로 1,700km 전국일주 ➃

사천에서 울산을 거쳐 삼척까지의 여정


바다를 따라 가는 길에서 삶의 여정을 뒤돌아 보다


스쿠터 전국일주 4일차는 고향인 울산에 가는 길이라 중간중간 들린 곳이 없었고, 5일차는 오후가 되서야 출발했기에 거의 하루와 같은 시간으로 쳐야 할 것 같아서 함께 이야기를 쓰려고 한다. 

4일차


사천의 솔섬오토캠핑장은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당히 캠핑 분위기도 낼 수 있고, 각종 편의시설이 있으면서 앞으로는 바다가 펼쳐져 있어서 장관을 이룬다. 아침 일찍 출발을 해야 했기에 캠핑장에서 가장 일찍 일어나 며칠 묵힌 몸을 깨끗하게 샤워하고 간단하게 아침을 챙겨 먹고 길을 떠났다.



사천 비토섬이라 불리우는 곳을 떠날때 태양의 서광이 나를 배웅해 주었다. 남해에서 동해로 넘어가는 길은 이러한 바다와 태양과 구름이 어우러져 좋은 길동무가 되었다. 아쉽게도 이번에는 원래 계획했던 통영과 거제 쪽을 가보지 못했지만, 다음 기회에 꼭 들러보고 싶다.



남해에서 동해로 가는 길은 무언가 큰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았다. 부산의 다리 위를 건널때 보았던 광경은 물론 모든 바닷가 인근에서 볼 수 있는 광경이지만, 여행 중 맞닥드려서 그런지 뭔가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물론 고향인 울산에서도 평소와는 다르게 도착을 했기에 뭔가 어색한 점이 느껴졌다. 이렇게 일상에서 평소에 자주 보는 것들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는 것은 이번 여행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사천에서 울산까지는 220km정도의 거리를 달렸다. 부산에서 잠시 길을 헤매긴 했지만 하나의 목적지를 향해 쉬지 않고 달려가다보니 내 인생에 대한 생각들을 많이 할 수 있었다. 특히 가족과의 관계에 대한 생각들, 앞으로 내가 걸어가야 할 길, 현재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정리 등 긴 여정 동안 할 수 있는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어쩌면 그런 생각을 정리하는 것도 이런 여행에서 만끽할 수 있는 깊은 맛이 아닐까. 



5일차


울산에서의 3일은 가족과 함께 보내었다. 모처럼 가족과 함께 한 시간이 내안에 깃든 편안함과 나태함을 다시 깨어나게 했지만, 조나단을 이대로 울산에 두고 갈 수 없기에 억지로라도 늘어진 몸뚱아리를 태우고 강원도 삼척해수욕장으로 향했다. 가는 도중에 날씨가 흐리고 약간의 비가 내리기는 했지만, 첫날에 비하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정도였다. 그리고 특히 강원도로 가는 7번 국도를 오랜만에, 스쿠터를 타고는 처음 가는 터라 마치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산을 오르는 기분이 났다.

경북 영덕 인근 강원도로 가는 7번 국도는 항상 바다와 함께한다.


삼척해수욕장에 도착했을 때 해가 지기 시작하였다. 근처에 있는 공터에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텐트를 쳐놓고 있었기에 나도 그 틈에 끼어 텐트를 쳤다. 이 여정의 마지막 밤이라고 생각하니 잠이 잘 오지 않았다. 근처에 있는 커피숍에서 커피를 한잔하고, 편의점에서 맥주한캔을 사서 산책을 했다. 요즘 유행하는 것인지 작은 열기구 같이 생긴 물건을 많이 날리고 있었다. 처음에는 빨간 별이 보이는 줄 알았는데 가까이서 보니 도깨비불 같기도하고, 재밌어 보이기는 했다. 



그렇게 5일차는 250km 정도를 달려왔다. 점점 익숙해져가는 스쿠터 여행인데, 계속 너무 달려온것 같기도 하여 중간중간 내가 놓친 광경들과 볼 것들이 아쉬워지는 밤이었다. 하지만 무언가를 계획하고 목표를 세우고 결국 해내고 만다는 느낌을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도보여행의 마지막 밤은 내 삶을 뒤돌아보며 엉엉 울었지만, 이번에는 울지도 웃지도 않고, 그냥 보통의 삶, 평소와 같은 밤처럼 그렇게 보냈다. 여행을 통해서 삶의 특별함을 발견하기도 하지만 삶은 그자체로 계속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이 여행의 마지막 밤은 그렇게 평소와 같은 밤과 같이 흘러갔다.



write in 2017 autum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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