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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eezeDay Jan 31. 2023

 110cc 스쿠터로 1,700km 전국일주 ➄

삼척에서 속초, 그리고 서울까지의 마지막 여정

동해바다의 끝을 바라보며 광활함을 느끼다


여행의 마지막 밤을 설치다가 겨우 눈을 떴을 때는 동해바다의 일출이 보이기 시작했다. 바다에서의 일출은 실로 오랜만에 보았다. 나이가 먹고서는 새해가 되어도 첫 일출 보는 것에 큰 의미를 가지지 못하게 되어 해가 가장 먼저 뜨는 간절곶이 울산에 있는데도, 집 바로앞이 바다인데도 불구하고 항상 잠들어 있었는데 이렇게 눈뜨자마자 제발로 일출이 찾아와서 공연을 하고 있으니 내가 VIP석에 앉아 있는 기분이었다.


삼척해수욕장에서 눈 뜨자마자 마주친 동해의 일출
가장 일찍 일어난 새에게 가장 멋진 일출을 볼 자격이 주어진다

한참을 관람하다가 가야할 시간이 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짐을 꾸렸다. 가는 길에 기차길이 나있는 바다를 보니 열차를 타고 바다를 지나가는 것도 꽤 낭만적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원도의 바다는 남해나 서해의 바다와는 달리 쭉 뻗어서 시원시원한 맛이 있다. 그래서 가슴이 뻥 뚤리는 기분을 많이들 느끼는 것 같다. 집 앞이 바다라지만 바다와 하늘과 햇빛의 조화는 언제 봐도 경이롭고 아름답고 내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그렇게 삼척에서 속초항까지 왔다. 속초등대 앞 바다는 이국적인 바다 처럼 물이 굉장이 투명하고 맑아 보였다. 추석 연휴가 끝나가는 시점이었기 때문에 바람쐬러 온 사람들도 많이 보였다. 그들도 아마 그동안 복잡한 도시생활에 찌든 마음을 깨끗이 씼어 보고자 왔을 것이다. 말 그대로 속 시원한 힐링이 되는 곳이니까.



속초에는 제법 왔었던 것 같은데, 이렇게 등대에 올라와보지는 못했다. 이 참에 한번 올라가봐야 겠다는 생각으로 속초등대를 올라갔다. 속초등대는 속초항의 구석 구석이 한눈에 다 보이는 곳이었다. 울산에 있는 화암추등대에서 보던 광경과는 또 다른 아기자기한 뱃사람들의 삶이 녹아들어 있었다. 바다 바람이 잔잔하게 불어와 도시의 묵은 때를 살살 벗겨내어 주는 듯 했다.


등대에서 내려와 근처에 있는 커피숍을 찾았다. 이제 서울로 바로 가야 할 채비를 해야 했기에 밧데리 충전을 하고, 나의 몸도 충전을 해야 했다. 연인들이 많아서 조금 부럽기는 했지만 혼자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가졌던 나의 자유로움을 생각하며 부러움을 달랬다.


속초등대에서 바라본 아기자기한 속초항의 모습



서울로 가는 길은 순조로웠다. 마치 내리막길을 내려가는 기분으로 조나단을 타고 달렸다. 뭔가 이제 목적지에 다가가는 느낌이 마라톤을 마치고 피니시 끈을 끊기 위해 천천히 다가서는 느낌이었다. 또 무언가를 해냈다는 느낌. 물론 누가 알아주지도 않고, 나 혼자 생각하고 행동에 옮겼던 여행이지만, 이렇게 나에게 하나의 컨텐츠가 하나 더 생겼다는 것에 의미가 있었다.



마지막 날은 306km 정도를 달렸다. 이렇게 전국을 한바뀌 둘러 오겠다는 나의 계획은 멋지게 성공 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사고 없이 무사히 전국일주를 마무리 할 수 있었다는 것이 고무적이었다. 다음은 무슨 일을 벌일지, 기대가 되는 여행의 마무리 이기도 했다.



write in 2017 autum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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