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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의 행복을 이토록 바랄 수 있을까

내게 남은 것들을 모두 모아 드릴게요

by 한진


다른 사람의 행복을 이토록 바랄 수 있을까.

밤샘 근무를 끝마치고 같은 부서 B 선생님의 결혼식에 다녀왔다. 이리저리 엉겨 붙은 듯한 콩나물시루처럼 많은 인원의 부서 선생님 중 B 선생님은 내게 특별해도 너무 특별한 분이었다. 첫 발령을 받은 20년 11월 우리는 처음 만났다. 경력 간호사와 신입 간호사가 둘씩 짝을 지어 트레이닝을 받는 프리셉터-프리셉티 제도에서 아담한 체구의 B 선생님은 나의 짝이 되었다. 그리고 두 달의 교육기간 동안 나는 선생님에게 여러 번, 실은 자주 혼났는데 그럼에도 내가 그녀를 여전히 마음 깊이 좋아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B는 때와 장소에 어울리는 유머를 갖추었고, 모두에게 친절하다.

2. B는 지적이 필요한 상황에서 객관적인 사실에 대한 정보만을 말하고, 절대 목소리를 높이거나 비난하지 않는다.

3. B는 자신의 직급, 함께 일하는 동료를 가리지 않고 바쁜 이를 돕는다.


크게 3가지의 이유로 분류했지만, 언제까지고 번호를 매길 수 있을 것처럼 좋은 사람이었다. 대다수의 부서원이 따르는 사람, 작은 체구를 가졌지만 작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큰 사람. 이것이 내가 신입을 거쳐 6년 차가 되는 시간 동안 바라본 선생님이다. 정신없이 지나가는 교육 동안 배우고, 질책하고, 실수하고, 익히는 프리셉티와 프리셉터와의 관계는 교육이 끝남과 동시에 대개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한 가지는 서로 지지고 볶으며 마음의 거리가 멀어져 더는 필요 이상의 교류가 없는 부류, 다른 한 가지는 지독한 애증과 미화의 시간을 거쳐 애틋해지는 부류. 나의 경우는 후자였는데, 앞선 3가지의 이유를 빼더라도 한 치의 오차가 없는 엄격한 프로토콜 외의, 날카로운 말투의 사람에게 상처받지 않는 법이나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당당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나를 때로는 간호사가 아닌 사람 OOO 자체로 대하는 유일한 어른이었기 때문이다.

그랬던 선생님이 바로 오늘 결혼했다. 마스크 속에 숨겨두던 환한 미소와 휘어진 눈웃음으로 버진로드를 따라 천천히 걸었고, 이어서 신랑과 서약문을 외워 나갔다. 그리고 “이해하기 위해 쉽게 설명하는 아내가 되겠습니다.”라는 첫 문장에서 방울방울 맺혀 있던 이슬은 마침내 소나기가 되어 쏟아지기 시작했다. 더 이상 눈물을 참을 수 없었던 것은 이미 내가 B 선생님의 현명하고 사려 깊은 모습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실수에 대한 질책으로 움츠러들거나 사회에서의 어려움이 버거울 때 힘든 마음을 애써 말하지 않아도 나의 속을 고루 들여다봐 주는 맑은 호수 같던, 멋들어진 말보다는 묵묵히 뒤를 받쳐주는 우직한 나무였던, 반복되는 자책으로 가끔 펑펑 울어버리는 나를 못 본 척 조용한 숲이 되어주던 모습이 서약하는 얼굴에 자꾸만 겹쳤다. 너무 행복해서 눈물이 난다는 말이 거짓이 아님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눈부신 행복을 바라는 꽉 찬 바람은 자꾸만 눈물이 되어 흘러넘치고 만다.

당장 내가 하는 일이란 반가운 눈짓을 보내며 힘찬 박수로 그의 앞날을 응원하는 것뿐일 수도 있다. 애틋한 존경을 품은 표현이나 얼룩지지 않은 깨끗한 진심을 보이는 것은 어색하지만, 만약 세상의 축복이란 축복을 다 가질 수 있다면 그리고 흩어진 나의 기쁨과 사랑을 모을 수만 있다면 그것들을 남김없이 주고 싶은 마음만은 언젠가 꼭 전하고 싶다. 다른 누구보다 B 선생님의 행복을 그렇게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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