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작가 소개와 활동 계획 쓰기
1. 자기소개의 의미
2. 브런치 스토리 팀의 안내 필독
3. 의도적 패러프레이징 vs. 중언부언(重言復言)
Ⅱ. 글 3편 쓰기
1. 문단 나누기
2. 눈에 띄는 도입부
3. 좋은 제목
(3주 만에 모두 브런치 작가로 데뷔한 소모임 이야기 1 에서 계속)
작가 소개에서 강조한 3개의 주제를 활동 계획에서도 활용하면 일관되고 체계적이라는 인상을 줄 수는 있지만, 동일한 단어와 표현을 반복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회계사’라는 단어로 나를 소개했다면, 활동 계획에는 ‘재무의 달인’과 같은 표현으로 새로운 표현을 시도하고, ‘요리가 취미인 사람’으로 자신을 소개했다면, 활동 계획에서는 '맛을 탐구하는 열정'과 같은 말 바꾸기를 시도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학위 논문처럼 정보의 전달과 이해가 우선인 딱딱하고 긴 글에서, 독자(일단은 심사위원)의 이해와 수월한 통과를 위해 의도적으로 내용을 반복할 수는 있겠지만, 똑같은 어휘와 문장을 계속 사용하면 이해를 돕기 위한 강조의 느낌보다는 글의 질을 떨어뜨리는 의미 없는 반복이라는 인상을 주게 될 위험이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작가 소개와 활동 계획의 방향성은 일치하되 표현의 다양성을 통해 독자에게 반복이 아닌 새로움을 전달해야 함을 강조했습니다. 이러한 패러프레이징(paraphrasing, 말 바꾸기)의 노력이 없다면, 지루한 반복으로 300자를 허비하며 추가 정보를 담을 수 있었던 공간을 낭비하게 되는 것이지요.
글이 잘 읽히도록 하는 여러 장치 중에서 문단 나누기를 특히 강조하는 편입니다. 당연히 시나 소설과 같은 장르에서는 다른 방식이 적용될 수 있고, 정보성 글이나 에세이의 경우에도 많은 다른 의견이 있습니다. 1문장이 1문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가르치는 선생님도 있고, 문단을 구성하는 문장의 개수를 아예 일정하게 유지하도록 수정을 해 주는 경우도 보입니다.
중요한 것은 문단 나누기의 목적을 알고, 글쓴이가 주도적으로 그것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문단의 존재 이유는 다양합니다. 하나의 문단에 하나의 생각을 담고 두괄식 또는 미괄식으로 구성하기 위해서이건, 읽는 이를 배려하는 호흡의 장치이건, 또는 눈을 게슴츠레 뜨고 바라봤을 때 느껴지는 잘 정렬된 형태의 미학을 중요시해서이건, 문단은 작가가 전개하는 생각의 흐름을 독자가 피로감 없이, 입체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하는 필수적인 장치입니다.
소모임에서는 문단의 필요성이나 효용에 대해 생각해 보고, 문단 나누기의 여러 사례와 첫 줄을 들여 쓰는 한국식 문단 구성 방식(Indented Paragraph Style)과 디지털 환경에서 가독성을 높이는 것으로 보여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한 줄을 띄우는 방식(Block Paragraph Style)을 비교하면서 문단 구성과 활용 방식을 논의했습니다.
아무튼 '승인'이라는 평가의 과정이 있으니, 도입부에서부터 독자의 눈길을 끄는 것이 중요합니다. 글쓰기 모임에서 공유한 첫 글은 에세이류가 많았는데, 처음에는 일기의 모음과 같이 시간 순서에 따른 글을 써 오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경험의 기술이 가장 익숙할 것이고, 그렇게 하는 것이 더 꾸밈없는 글이라는 생각도 작용해서인 듯합니다.
예전에 한 미국인 선생님과 에쏘벌(essovel; essay-novel)이라는 장르에 관한 우스갯소리를 한 적이 있습니다. 어떤 글이든 쓰기 시작하는 순간 작가의 해석과 픽션의 요소가 더해지는 것이고, 독자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비단 소설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소모임에서도 이러한 작법을 연구했습니다. 갈등이나 클라이맥스를 먼저 제시하고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거나, 학창 시절 교과서를 통해 배웠던 바로 그 ‘시각적 심상’을 활용해 공간의 모양과 색채를 상상하게 하는 방법, 또 인용문, 대화문으로 글을 시작하여 긴장감을 높이고 글을 입체적으로 보이게 하는 방법을 연습했습니다.
"Record reality, but narrate it like a dream."이라는 말처럼, 사실을 기록하되 픽션의 작법을 적용한 글쓰기 연습은 '독자를 고려한 글쓰기'의 감각을 익힐 수 있는 좋은 방법이었던 것 같습니다.
제목이 중요한 것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사실, 읽고 싶게 만드는 제목에 대한 감각은 저 자신도 부족해서 다른 유명 작가님들의 예시글을 참고했고,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상황을 제목으로 표현하는 방법, 숫자를 활용하여 가독성을 높이거나, 구어체, 의문문을 쓰는 방법 등을 고민했습니다.
(브런치 작가가 되고 나서) 많은 사람들이 읽는 인기 있는 글을 쓰기 위해서는, 다음 홈페이지 메뉴의 카테고리를 고려한 글을 써야 한다거나, '입시'나' 김장'처럼 특정 시기에는 특정 주제의 글을 쓰면 더 많은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글쓰기에 대한 자신감 부족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학창 시절 힘겹게 쓴 글을 다른 학생들이 미리 제출한 글쓰기 숙제의 맨 아래에 쑥 집어넣고 얼른 자리로 돌아오기도 했고, 누군가에게 내 글을 보여준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가슴이 뛸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자신을 과소평가할 이유는 없습니다. 과연 내 글을 제대로 평가할 만한 실력이나 자격을 갖춘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과거 다양한 전공의 대학생들과 함께 글쓰기를 하며 얻은 중요한 교훈이 하나 있습니다. 글의 목적과 형식은 너무나 다양해서, 어떤 글을 ‘잘 쓴 글’이라 판단하는 것이 별로 의미가 없었다는 점입니다.
시나 소설 같은 문학적 글쓰기부터 과학기술 분야의 논문, 또 최근에는 영상과 이미지 위주로 스토리를 전달하는 방식까지 글쓰기의 형태는 너무나 다양하며, 끊임없이 변화하고 확장하고 있습니다. 대학교의 글쓰기 과목도 '국어 작문'에서 '사고와 표현' 등으로 그 이름이 바뀌기 시작한 지 오래고, 이제는 어떤 선생님도 어떤 교과서도 글쓰기에 관한 정답을 말해 줄 수 없습니다.
글쓰기 모임에서 '원래부터 있지도 않았던' 글쓰기의 이론과 정답을 제시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참석하신 분들의 글쓰기의 기량은 이미 충분하니, 제가 해야 할 일은 단지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자신 있게 내놓을 기회를 만들어 드리는 것 뿐이었습니다.
브런치 작가가 되신 선생님들 모두, 두려움 없이, 오히려 무심히 글을 쓰시고 스스로의 글에 대한 확신을 쌓아가며 끊임없이 성장하는 즐거움을 누리시기를 바랍니다, 출간의 꿈도 반드시 이루시길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