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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고북스 Aug 02. 2023

청각장애에게 어휘력이란..

결국 엄마 아빠와 책 읽는 힘

첫째는 건청이고, 둘째 도윤이는 청각장애를 가지고 태어났다. '나는 다른 건 몰라도 우리 가족 모두가 책을 좋아하는 가족이 되면 좋겠다.' 하는 신혼 때부터의 목표가 있었고, 우리 부부는 될 수 있는 한 주중에는 tv도 꺼 놓고 아이랑 책 읽는 시간을 가졌다. 덕분에 첫째 둘째 모두 책을 사랑하는 아이로 자라고 있다. 


둘째가 청각장애로 태어났다고 했어도, 생후 3개월 때 보청기로 재활이 시작되었을 때부터 나는 시도 때도 없이 다양한 소리를 들려주었는데, 그중에 가장 중심적인 것이 책 읽어주기었다. 첫째 때 성공한 방법으로 둘째에게도 책 읽기 만은 놓지 않았다. 아이가 잘 듣던 못 듣던 아이를 내 앞에 앉혀 놓고 낄낄 거리며 책을 읽어 주었다. 아이는 어느새 책을 사랑하게 되었다. 하지만, 책을 목이터저라 하루에 몇 십 권을 읽어줘도 아이는 말이 쉽게 터지지는 않았다. '책 읽어주는 게 난청아이에게는 그렇게 도움 되는 일이 아닌가?' 하며 정말이지,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았다. 아이는 4살 때 처음 "엄마"라는 단어를 겨우겨우 했고, 5살 때 까지도 발음도 어눌하고 말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나는 속으로 나의 나름의 노하우를 의심하고 비난하고 있었다. '왜? 자발화도 안되고, 어휘력도 늘지 않을까?' 수도 없이 그만두고 싶었다. 


아이가 다섯 살 후반이 될 때쯤 우연히 한글을 접하게 되면서 아이는 입에 모터를 단 것처럼 이야기 하기 시작했고, 한글을 읽어내니 발음에서 점점 좋아지기 시작했고 (그때까지는 소리를 목으로 내고 있었다.), 그 후 6세 7세 때는 책을 읽으며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니 읽지도 못하는 책에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요즘은 한글을 일찍 가르치지 말고 학교 때 배워도 늦지 않는다..라고들 하지만, 난청아이들에게 한글은 입을 떼기 위해 발음이 정확해지기 위한 하나의 도구가 되니, 5~6세 때는 한글을 배우길 권장한다. (단, 재미있게) 그리고 아이가 읽어달라고 할 때까지 엄마와 함께 책 읽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 책 읽기를 통해 엄마와의 교감에서 오는 '엄마가 나를 사랑하는구나!' 하는 자존감이 높여지는 소중한 추억을 쌓아가길 바란다. 그러면 아이의 발화, 조음은 저절로 따라올 것이라고 감히 이야기해본다. 


아이는 작년에 8살 때 언어평가를 받으러 분당서울대에 갔었는데, 언어치료 선생님께서는 수용언어 11세, 표현언어 11세로 또래 아이들에 비해 매우 우수하다고 하셨다. 매년 언어평가받으러 오지 않으셔도 된다고.. 그 결과는 말도 안 하고 발음도 좋지 않았던 도윤이의 그 암흑기를 책으로 견뎌낸 우리 가족을 위한 커다란 보상이었다. '그동안 애썼어. 너의 방법이 틀리지 않았어. 그때 그만두지 않아서 정말 잘했어.'라고 내 자신에게 이야기 하며 펑펑 울었다. 그렇게 난청아이들에게는 책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서 부족하다. 


요즘 둘째는 한글 다음으로 한자의 뜻에 대해 생각하고 궁금해한다. 어떤 단어를 보면 엄마 "비몽사몽은 한자일까? 몽은 꿈몽 일 것 같은데... 비, 사는 무슨 한자일까?" 하며 궁금해하며 찾아보고, 함께 웃는다... "엄마도 몰랐네.. 이런 뜻이구나. 너무 재밌다." 하면서 지낸다. 한자의 대한 궁금증은 어휘력으로 연결이 되었다. 내년에 3학년이 되니 요즘은 3학년 과학교과서를 읽으며 온통 한자 단어로 구성되어 있는 과학용어들을 하하 호호 읽어내고 있다. 3학년이 되면 단어들이 어려워지고, 고학년으로 갈수록 새로운 단어들로 인해 잘 안 들리게 되는 어려움도 있겠지만, 어휘력을 무장하고 학습에서도 잘 해내는 도윤이가 되길 응원한다.


난청아이를 키우시는 부모님들을 만날 때면 "아이에게 꼭 책 읽어주세요. 영유보다는 책이에요"라고 말씀드리는데, 실행하시는 분들은 거의 없다. 좋은 학원보다 100배는 더 좋은 엄마 아빠와의 책 읽기 시간을 가져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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