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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고북스 Oct 03. 2023

부담되는 소모품 비용

불안한 와우

  인공와우를 만드는 회사가 전 세계에 2-3개 밖에 되지 않아 기기 자체도, 소모품도 기가차게 비싸다. 만약 와우가 대중화된 아이폰 같은 기기라면 이보다는 몇 배는 저렴할 것이라고들 이야기한다. 허나, 전 세계에 현존하는 청각장애인들이 대기업을 먹여 살릴 수 없으니 와우를 만들어주고 유지해 주는 작은 회사라도 존재하는 것이 참으로 감사하다.

  요 며칠 아이의 귀걸이형 충전 배터리가 말썽이다. 켜졌다 꺼졌다를 반복하며 추석 때 버텼는데, 내일 학교 갈 때 채워줄 생각을 하니 ‘수업 중 꺼지면 어떡하지?’ 걱정이 문득 들었다. 불안불안 하다. 지난 여름에는 학교 가는 당일 와우가 켜지지 않아 학교를 빠진 적이 있었는데, 올해도 조용히 넘어가나 싶었는데.. 내일 또 하루 빠지게 될까봐 걱정이 앞선다. 배터리 한 개에 20만 원, 수명은 길면 2년이 조금 넘는다. 2년이 조금 넘었으니 신호가 바로 온다. 기기 안에 들어있는 1m 마이크가 5만 원, 코일이 15만 원, 일체형 와우에 들어가는 일회용 배터리 매달 6만 원.. 아참! 기기 본체 값을 이야기 안 했다. 800만 원이다. 잔고장이 심한 소모품, 기기본체가 조만간 고장이 날 것 같아 누군가는 와우 적금을 들었다고 했다. 아이가 아픈 것도 서러운데 이렇게 매달 꼬박꼬박 돈이 들어가니 억울함까지 한 스푼 더해진다.

  아이가 초2가 되니 와우를 착용하고 있다는 걸 가끔 의식하지 못한다. 아이는 그냥 비장애인처럼 행동도 하고 말도 하니 무감각해지기도 하는데… 배터리가 깜빡깜빡하거나, 전원이 들어오지 않는다거나, 귀에 착용해도 소리가 안 들린다거나 할 때는 ‘아! 맞다. 내 아이는 장애인이었지!‘ 하고 나를 번쩍이게 한다. 적응할 때도 됐는데 와우 고장은 왜 이렇게 심장이 벌렁하는지.. 이번에도 돈나 가는 소리가 들린다. ㅠ

  나는 아이가 태어나고 와우수술을 하고 와우로 소리를 듣게 되면서 ~ 했을 텐데..라고 생각이 그쪽으로 많이 흘러가곤 한다. ‘와우 착용 안 했음 돈도 덜 들었을 텐데.’ 또는 ‘내가 태교만 좀 더 잘했다면, 청각손실은 없었을 텐데..’ 뭐 그런 생각들이 이번에도 꼬리를 문다. 그래도 단 한 가지 생각만은 멈춘다. ’ 장애 아니었음 지금보다 더 잘할 텐데..’ 생각은 안 하기로 결심한다. 나는 내 아이가, 우리 둘째 도윤이가 마음 깊이 매 순간 자신의 깜냥 이상의 최선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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