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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고북스 Oct 04. 2023

왜 내가 비를 싫어해야 되는데?

목숨 걸고 사수해야 하는 인공와우

둘째를 학원 셔틀에 태워 보내고 외부에 일이 있어 멀리 나왔는데 하늘에 먹구름이 잔뜩이다. 안 그래도 둘째가 셔틀을 타면서 “엄마, 하늘이 흐린데 비 올 것 같아.”라고 하는 말을 흘려듣고 하늘을 쳐다보았다. 아침에는 분명 “오늘 날씨 참 좋다.” 했는데… 밖을 보니 하늘의 흐릿함이 점점 더 짙어졌다. 우산을 챙기지 못해 혹시나 와우가 젖어버릴까 걱정이 되었다. 하늘에서 빗방울이라도 떨어지면 와우 먼저 사수하는 9살 꼬맹이. 내 마음 옥죄는 부분 중 하나. 날씨예보를 보니 저녁 7시 이후에나 비가 온다 하니 안심이 되기도 했지만 하늘이 요상시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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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을 마치고 셔틀 보다 내가 먼저 도착하겠다고 속력을 냈다.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지는데 소낙비가 되어 간다. ‘셔틀보다 내가 먼저 도착해야 하는데…’ 다행히 내가 먼저 도착해 차 안에서 기다렸다. 곧 셔틀이 내 차 앞에 멈추었다. 아이 두 명이 먼저 내려 얼른 뛰어가고 마지막으로 우리 둘째.. 내리면서 머리에 학원 가방을 올리고 뛰기 시작하길래 “도윤아. 도윤아.” 고래고래 소리 질러도 둘째는 듣지 못한다. 비가 오고 주위가 시끄러우니 와우의 특성상 내 소리가 묻혀 들리지 않는다. 차를 거의 버려두고 둘째에게 뛰어가 이름을 다시 부르니 뒤를 쳐다본다. 차에 태워 집으로 들어가는데.. 학원가방 머리 위에 올리고 뛰는 둘째 생각에 마음속으로 엉엉 울었다. ‘그게 뭐 별거라고?! 그럴 수도 좀 있지.‘ 평소 같음 그랬을 텐데 오늘은 나도 좀 이상하다. 이건 현타가 온 게 아니라 비 때문이라고 괜히 비 탓을 해본다. “와우 소중하게 생각해 줘서 고마워. 가방 뒤집어쓰고 가던 거 멋지던데?” 하고 말하니 자신이 ’꽤 멋진 일을 해냈구나!‘하는 눈빛에 나는 안도한다. “고마워 도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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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비가 연인에게는 낭만의 끝장이고, 가뭄 뒤에는 농부에게 감사한 하늘의 도움이겠지만 나에게 갑작스러운 비는 아직도 어린 남자애가 ‘비 그냥 맞지 뭐?’라고 생각해도 모자랄 판에 가방 뒤집어쓰고 사수해야 하는 비극을 보게 되는 눈물 덩어리다. 싫다 싫다 비 오는 거 정말 싫다. 내가 왜 비를 싫어해야 하는지도 억울한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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