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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고북스 Jan 17. 2024

매핑다녀왔습니다.

1년에 한번 기기 점검날!

아이의 방학이 되면 꼭 하는 일이 있는데, 그중에 한 가지는 인공와우 기기 점검과 겨울이면 하는 와우소리 조절 이른바 매핑이다. 아이가 요즘 "어? 어?" 하며 내가 하는 말을 자꾸 되물어서 신랑과 나는 내심 초등 3학년이 되는 아이가 걱정이 되었다. 요즘 초등학교 3학년들의 말이 얼마나 빠른지 아이가 학교에서 얼마나 알아들을까?! 염려가 되었다. 그래서 지난주에 부랴부랴 기기 점검을 다녀왔고 (다행히 잘 작동되고 있었다.) 오늘은 매핑을 다녀왔다. 내가 존경하고 마음씨가 너무 좋으신 50대 싱글 매핑교수님은 아이가 선생님께 매핑을 시작하면서 매년 나에게 커다란 미션을 주셨다. 6살 때부터 건청아이들이 받을 수 있는 교육을 받으라고 (학원을 보내보시라), 영어도 얼른 시작하시라고 하셔서 6살 때부터 우리 아이는 영어를 접하기 시작했고, 8살 때 갔을 때는 스피커폰이나 블루투스를 사용하지 말고 기기에 대고 직접 전화하는 전화통화 연습을 시키셨다. 와우를 착용한 친구들은 와우 기기로 소리를 들으니, 기기 소리는 잘 듣지 못하기 때문에 연습이 필요하다. 세상도 좋아지고, 블루투스 기능도 좋아서 직접 전화통화를 시도해 볼 생각은 못했는데, 그렇게 미션을 주시니 나는 한 해 동안 아이와 함께 지겹도록 전화통화 연습을 했다. 학원에 출발한 아이에게 전화를 걸어 "어디쯤 갔어? 셔틀 왔어?" 묻기도 하고, "오늘 닭볶음 탕했어. 너 빨리 와" 이야기도 해보고, 집에 와서 확인하면 될 알림장도 굳이 전화로 물어보았다. 처음에 전화시도는 너무도 정말적이라 '아 ㅠ 과연 될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매번 연습을 하고 차츰 시간이 지나니 아이는 익숙해졌고 이제는 건청인 누나만큼이나 자연스럽게 전화통화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오늘 매핑진료 시간에 교수님께서 전화통화에 대해 물으셨고 "이젠 자연스럽게 전화통화가 가능하다"라고 말씀드렸더니, 연습하면 되는 거라고.. 하셨다. 미션클리어!  올해에 교수님은 다른 미션을 나에게 주셨다. "그동안 입 가리고 듣기 연습했고, lipreading을 난청아이들에게는 지양했지만, 이제 재활도 끝나고 혹시나 위급한 상황들이 생길지 모르니 (배터리가 아웃되는 상황 같은..) lipreading 혹은 기초 수어를 배워 보는 게 좋을 것 갔다는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를 해주셨다. '아! 내가 필요하다 생각하면서 간과하고 있었던 문제'. 아이가 샤워할 때나 잠에서 깼을 때 와우가 없는 상황이면 손발짓을 다하면서 아이랑 의사소통을 하곤 했는데, 이렇게 또 올해의 미션을 주시니 나는 또 그 미션을 클리어하겠다는 사명감이 불쑥 튀어나온다. 그 귀한 조언이 얼마나 마음에 와닿던지, 올해도 나는 교수님께 감사를 드린다. 내 한해를 아이와 내가 성장할 수 있도록 숙제를 내주시는 교수님! 자꾸 되묻는 건 매핑 1년이 지나며 아이가 소리에 적응을 한거라시며 소리를 좀 더 높여주셨다. 기기도 잘 작동되고, 귀 속에 있는 내부장치도 잘 연결이 되어 있다고 하셨다. 얼마나 듣던 중 반가운 소리인가! 이제 아이는 초3이 되고, 초3 아이들은 이제 말이 상당히 복잡해진다. 교실에서는 이제 생존이다. 이제까지 나는 집에서라도 아이가 편히 들으라고 되물을 때 끝까지 친절하게 대답해 주고, 말도 천천히 했었는데, 초3 야생의 교실에 던져질 생각을 하니, 집에서 더 이상은 친절할 수가 없겠다. "도윤아.. 초3이 되면 친구들이 말도 빨리하고 질문도 많을 거야. 그래서 엄마도 한 번만 말하고 빨리 말할 거야. 적응해야 돼." 참 냉정한 말이지만, 어쩔 수 없다. 내 아이가 적응하는 수밖에.. 다녀오는 길에 올 한 해 또 정성 다해 아이를 키워 볼 것을 다짐한다. 내년에 교수님을 다시 만날 때는 간단한 수어대화를 보여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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