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망고북스 Feb 27. 2024

들뜨는 사춘기와의 대화

중학생 되기 6일 전 

딸아이가 어딘지 모르게 변하기 시작했다. 꽤 오랫동안 그리웠던 모습들을 요즘 다시 보여주기 시작했다. 4살 때 말똥말똥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새로 발견한 개미에 대해 말할 때처럼 오늘 나에게 말해주었다. "엄마, 선생님이 이건 비밀이라고 했는데.." 라며 작년까지만 해도 굳게 닫힌 입을 소리 지르며 억지로 열게 했던 그 입을 오늘은 스스로 잘도 오픈해 준다. 아이의 이야기에 맞장구를 쳐주다 보니 나는 동갑내기 친구랑 말하는 거 같이 뒷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어머어머, 웬일이야..." 진심으로 리액션을 흘려준다. 아이랑 눈 마주치며 이렇게 진심으로 대화한 게 생각해 보니 몇 년 동안 전혀 없었음을 깨닫고 '나 몇 년 동안 도대체 이 아이한테 뭐 한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 이모들한테는 절대 이야기하면 안 돼." 카톡 하는 나를 보며 주변 이모들에게 말할 것이 초조했는지 재차 물어본다. "안 해. 안 할 거야." 라며 안심시키고는 나는 3초간 망설인다. '이거 얼른 알려줘야 하는데...'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내 등뒤에 대고 아이가 단언한다. "맞아. 엄마는 이모들한테 말하지 말라고 하면 정말 안 하더라." 나를 철석같이 믿어주는 딸아이를 등지고 나는 배신할 수 없다고 다짐하며 들고 있던 핸드폰을 책상에 다시 놓아둔다. '믿어주는 것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내가 원하는 행동을 상대방이 스스로 하게 해 주네?'라고 깨닫는다. 중학생이 되기 카운트다운 6일 전이라 딸아이도 기대되는 요즘이라 들떠서 4살 때 표정들을 보여주는 건지...'동요되지 말자.' 하다가도 요 며칠 딸아이의 변화에 마음이 들뜨는 건 어쩔 수 없다. 

작가의 이전글 결핍을 넘는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