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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고북스 Mar 18. 2024

서로의 버팀목

끈끈한 동지애 

처음 아이의 장애를 알게 되었을 때 2015년.. 그때도 인스타가 존재하고는 있었지만 인스타에서 청각장애 관련 피드를 올리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인터넷을 뒤져 20페이지까지 훑어도 제대로 된 정보나 사진이 없어 답답해하며 끙끙 앓았었다. 그러다 몇 년이 지난 사이 난청, 인공와우, 청각장애는 인스타에서 너무도 흔한 알고리즘이 되었다. 그렇게 한 두 분씩 늘어나며 sns에서 내 아이의 장애를 커밍아웃하는 것은 하나도 창피한 일이 아니게 되었다. 되려 비슷한 상황의 아이들을 키우며 우리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서로의 아이를 응원하게 되었다. 아이의 청각장애로 맺어진 보이지 않는 전선은 장애라는 단어 하나만으로도 결속력을 만들기에 충분했다. 잘 지내다가도 마음 한구석에서 현타가 올라올 때면 가족 보다 더 진심으로 위로를 받곤 한다. 온갖 격려가 보이지 않는 전선을 통해 전해진다.

가끔 DM으로 아이의 언어 재활이나 학교 생활을 물어보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나는 그런 DM이 너무 반가워 내가 아는 한 최대로 그분들께 알려주고 싶은 마음뿐이다. 작년에 아이의 발음으로 걱정하고 계셨던 ㅇㅇ 어머니와 DM을 주고받으며 언젠가 한 번은 꼭 차를 마시자는 연락을 하고 있었다. 같은 동네에 사시는 분이라 꼭 만나 뵈리라 하던 중 얼마 전 그분을 만났다. 청각장애 아이를 키우고 게다가 같은 동네라는 쌍 콤보 인연을 만나기가 어디 쉬운가? 반갑기 그지없다. 청각장애 아이의 엄마를 만나면 우리는 서로 아이의 청각보조기기를 먼저 묻는다. 어떤 보조 기기인지 그걸 착용하고는 데시벨이 어느 정도 되는지.. 비장애인 엄마들을 만나 수다를 떠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반 전문가 다운 대화가 시작된다. 장애를 어떻게 언제 발견했고, 재활은 어떤 과정으로 진행했는지 서사가 장엄하다. 처음 보는 사이인데도 우리는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던 것처럼 서로의 지나온 날들을 대견함으로 응원한다. 이런 반 전문가들의 대화가 끝나면 우리의 대화는 여느 엄마들과 똑같이 사교육 이야기로 이어진다. 장애 아이를 키우고 있어도 열렬하게 사교육 시장에 뛰어들고 있으니 지갑에서 나오는 돈의 양은 비장애아이 가정집과 비등하다. 장애인 아이를 키우는 가정이어도 가까이 들여다보면 다른 집들과 비슷한 고민들을 하고 있다. 뭐 특별할 것이 있을 것 같지만 울고 웃는 일은 옆집이나 뒷집이나 장애아이 키우는 집이나 비슷하지 않을까? 함께 걸어 나오며 우리는 다음에 또 만날 것을 기약했다. 아이들이 다른 학교를 다니고 각자의 교육으로 아이를 키워 갈 테지만 이렇게 가까이 사는 동지가 생겨 어깨가 든든하다. 서로 매일 얼굴 보고 수다 떠는 사이는 아니지만  네트워크 안에 우리의 결속력은 부러울 것 없이 단단하다. 우리는 인스타를 통해서 서로의 아이들을 응원하며 새 학기가 되면 서로에게 정보 환경이 되어주는 보이지 않는 위로자이고 격려 자다. 가족들도 알지 못하는 그 미묘한 슬픔과 기쁨의 공존 속에서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나누니 이처럼 큰 버팀목도 없다. 오늘도 우리는 아이의 재활 모습에 '좋아요'를 누르고 수술을 받은 아이의 사진에 "예쁜 소리만 듣자."라는 댓글을 달면서 내 아이가 겪었던 일, 혹은 겪을 일을 두 손 모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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