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처럼 내게 온 첫 아이 희진이가 벌써 고3이 되었다. 그 말인즉슨 내가 고3 수험생 학부모가 되었다는 것이다. 유난히 예쁜 외모로 태어나서 모두가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돌잔치 때 (내 고향 상주 중앙시장에서 최고 미인이셨던) 내 어머니를 보고서는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었다.
희진이는 빨간 머리앤처럼 유난히 엉뚱했다. 입을 1초도 쉬지 않고 끝없이 쫑알쫑알 얘기하고, 하루종일 꽃발(까치발)로 뛰어다녔다. 왜 그리 밤잠은 없고 한글은 또 얼마나 늦게 깨쳤던지, 나와 신랑은 그저 희진이가 한글만 떼면 더 바랄 게 없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렇게 희진이의 발달단계 매 순간을 겪을 때마다, 부모는 처음이라 겁나고 걱정되는 마음이 압도되어 유독 첫째를 많이 혼냈었다. 예민하게 쫄리면서 터널을 지난 후엔 가봤던 길이기에 둘째와 셋째에게는 여유롭고 관대한 편이 되어, 항상 첫째는 미안하고 맘쓰이고 애잔한 존재이다.
오늘은 회사 연가를 내고 미대 실기고사장을 함께 왔다. 이 대학교는 학부모대기실도 쾌적하게 마련해 두고, 따뜻한 차와 과자를 준비해 주어 대입입시를 처음 겪는 초보 학부모의 긴장감과 부담감을 고맙게 다독여 주었다.
날 키워준 9할은 자녀이다. 자녀가 때론 부모를 키운다.
자녀입시로 대학교를 쫓아다니면서, 문득 친정아빠가 생각난다.
나의 첫 입시 가 나 다군 3군데 대학교를 아빠가 함께 지하철을 타고 가주시고 면접 마치고 나오면 뜨끈한 순두부찌개를 사주셨었다. 본인 무릎도 안 좋으신데, 지하철 자리가 나면 수험생인 날 먼저 앉히셨다.
덕분에 3군데를 모두 한방에 붙었었다. 그때의 고마움을 난 왜 그리 쉬이 잊었을까?
아빠도 부모는 처음이셨을 텐데, 역지사지 이제야 똑같은 입장이 되어보니 고마운 일이 한가득 생각난다.
내일이 아빠 생신인데 오늘 저녁엔 용돈도 부쳐드리고 안부전화도 드려야겠다.
친한 회사동료분이 제공해 준 모녀 길냥이 사진, 동료분의 친정부모님 댁에 자주 출몰한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