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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담 May 06. 2024

프랑스 리옹,
"주관식으로 살아가기"

유럽여행 포토에세이 #32 _ Lyon, France

25 국가 107일의 여행 기록:

프랑스 리옹,

두 번째 이야기: 주관식으로 살아가기.




리옹 올드타운 (Vieux Lyon)



    리옹에는 '론강'과 '손강'이 폭이 약 1km 정도 되는 땅을 사이에 두고 나란히 흘러 아름다운 경관을 자아낸다. 론강을 기준으로 동쪽으로는 현대적인 건물들이, 북쪽으로는 리옹 사람들이 살아가는 주거지가 있다. 론강과 손강 사이에는 광장을 비롯한 여러 관광 및 상업지구들이 형성되어 있고, 손강 왼쪽에는 르네상스 시대 리옹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리옹 구시가지(Old Town, Vieux Lyon)가 있다.


    구시가지에는 지어진 지 오래된 건물들과 골목들이 손강을 따라 길게 이어져있다. 또한 올드타운 중간중간 위치한 웅장한 성당들을 보며 르네상스 이전 중세시대의 종교 영향력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올드타운 푸르비에르 언덕 위의 푸르비에르 대성당에 올라가면 탁 트인 리옹의 전경을 볼 수 있다. 언덕과 산이 많이 없는 프랑스 중부지역 특성상 저 멀리 수평선까지 땅이 끝없이 이어진 풍경에 마음이 확 시원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어느 도시나 올드타운답게 골목골목에는 작은 이야기가 숨어있다. 그 순간에만 흐르는 작은 이야기들을 사진으로 담아내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임을 깨닫는다. 골목에서 우연히 마주한 사람들의 대화, 행동, 상황 등 이 모든 것이 순간의 풍경을 이루어내며 나에게 행복한 장면을 선사해 준다. 한참 오랜 시간이 지나도 한 번 새겨진 도시의 인상은 앨범의 사진 단면처럼 기억에 남아 그 도시에 대한 향수를 느끼게 해 준다.


    리옹 올드타운은 나에게 리옹에 대한 좋은 여행 기억을 심어준 아주 고마운 장소였다. 한적한 골목들을 걸어 다니며 과거 르네상스 시대에 살아가는 느낌을 받게 해 주었으며, 리옹 사람들과 잦은 눈인사를 통해 이방인이지만 환영받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리옹이 미식의 도시로 유명한 만큼 '부숑 (Bouchon)' 코스요리들을 맛보며 몸과 마음이 모두 행복해지는 여행이었다.






주관식으로 살아가기



    프랑스 사람들은 주관적으로 살아가는 것으로 유명하다.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기보다는 자기 자신 내부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여 듣는 듯하다. 과거부터 프랑스혁명과 민주주의를 일으켰던 자부심이 있기에 자신들이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있어 목소리를 드높여 저항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종종 과한 반골적 기질 성향에 모든 그들의 행동이 공감되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 그들이 지닌 주관적 태도는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리옹 (Lyon, France)

    프랑스의 교육 가치관과 우리나라가 추구하는 교육에는 많은 차이점이 있다. 바로 '철학'의 유무이다. 대한민국은 근대 빠른 산업 발전을 이루며 그때의 성장에 필요한 인력을 빠르게 보충하기 위해 자연스레 주입식 교육 방식으로 발전하였다. 사람 한 명을 존엄한 개인, 한 주체로써 보는 것이 아니라, 사회 공동체 일부분, 인적 자본으로 생각한다. 가장 효율적으로 노동자를 양성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의 영향도 다소 받았으리라 생각한다. 현재 국내에는 돈이 안된다는 이유로 철학과가 폐지되는 경우도 많고, 철학 교육의 중요도나 관심도가 하락하였다.


    반대로 많은 유럽 국가들의 경우, 교육의 목적을 도덕적 관점경제적 관점으로 뚜렷이 구별하였다. 도덕적 관점으로는 한 개인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주고, 인생에서 필요한 학문을 찾아 그 지식을 활용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주체화된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것이다. 반대로 경제적 관점으로는 국가 산업과 기술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지식 위주로 교육체계를 편성해 지속적인 경제적 성장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국가 입장에서는 경제적 관점이 유리할 수 있지만, 국가를 이루는 주체가 국민 개인이기에 도덕적 관점에 대한 비중을 높여 '사람에 대한 가치'를 조금 더 존중하는 것이 느껴졌다.


    프랑스에는 '바칼로레아(Baccalauréat)'라는 고등학교 졸업시험이 존재한다. 우리나라의 수능과 자주 비교대상이 되는 시험이지만, 그 특성은 매우 다르다. 점수에 따라 서열을 나누는 우리나라 수능과 달리, 바칼로레아는 20점 만점에 10점만 넘으면 누구나 국공립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이는 바칼로레아 시험 목적 자체가 국민 모두에게 우수한 교육을 제공하기 위함이며, 해당 대학들이 어느 정도 평준화되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자유, 평등, 박애' 프랑스 이념 중 '평등'에 대한 가치를 볼 수 있다.


    바칼로레아는 복잡한 지문 없이 짧은 한 문장으로 된 '서술형 문항'들을 선택할 수 있다. 주로 현재 사회의 중요한 이슈들을 바탕으로 만든 철학적 지문들이 많으며, 해당 문제에 제대로 된 답을 하기 위해서는 역사, 사회, 정치, 경제, 철학, 인문 등 다양한 학문에서의 배경 지식들이 필요하다. 여기에 더해 '구술 문제'의 경우, 사전에 본인의 주장을 정리하여 20분 정도 평가자들과 문제에 대한 토론이 이루어진다. 자신의 생각과 논리를 잘 정리하지 않았으면 쉽게 좋은 성적을 얻기 힘든 구조인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프랑스의 모든 국민들이 바칼로레아 시험이 끝나기만을 기다린다는 것이다. 국민 대부분이 비슷한 교육을 받고 자라서 그런지, 바칼로레아 철학 문제가 공개되었을 때 하나같이 자신의 생각을 공유하고 토론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조차 본인의 생각을 당당하게 공유함으로써 국민들 모두가 현재 처한 이슈에 대해 깊고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것이 매우 흥미롭게 느껴졌다.



    물론 프랑스 교육 방식이 모두 완벽하다는 뜻은 아니다. 프랑스 내에서도 엘리트 혹은 소수 특권층만 누릴 수 있는 교육들이 존재할 것이며, 바칼로레아 또한 심사자들이 모두 사람이기에 그들의 주관이 들어간 평가를 내릴 수 있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또한 서술형 주관식 문제들이지만 높은 점수를 위해 어느 정도 정해진 답과 틀, 형식들이 존재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지만 프랑스 교육의 방향성이 한 개인을 생각하는 주체로 성장시키는 것에 집중하는 것은 내가 생각하는 교육 가치관과 일치한다.


    나는 현재 우리나라가 마주한 많은 사회적 문제들이 어쩌면 모든 것에 답이 있는 우리나라 교육 방식에서 비롯된 고질적인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늘 정답이 있는 문제들 속에서 '과연 다른 문항들은 정답이 될 수 없는 것일까' 생각해 볼 여유가 주어지지 않는다. 진정한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서는 머릿속에 들어온 정보들을 생각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꼭꼭 씹어 소화해 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쏟아지는 방대한 정보를 그저 시험만을 위해 해당 과정을 건너뛴 채 받아들임으로 '제대로 생각하는 능력'을 잃어갔다.


    '정답이 정해진 삶' '생각하는 능력의 부재'는 현 사회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몇 살 때까지는 뭘 해야 하고, 어떤 것들을 이뤄야 하며, 그렇지 못하면 도태되는 것 같은 삶. 국가가 통제하는 것도 아니고, 모두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졌음에도 '삶의 정답'이 있는 것 마냥 모두가 자신만의 잣대를 통해 서로를 비교하고 판단한다. 그렇게 다 같이 눈치 보는 사회를 형성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인터넷과 SNS를 통해 비교와 정보의 양이 많아질수록 정답의 난이도가 점점 높아지기에 사회구성원들은 더욱 불안해지고 불만족스럽고 그 끝에는 모든 것을 포기하게 된다.


    세상에는 정답이 있는 문제가 있고 없는 문제가 있다. 하물며 몇 세기 동안 이어진 절대적 정답으로 여겨진 것들도 새로운 이론과 증명에 의해 반박되는 경우가 많다. 그 누가 오만하게 삶에 있어 정답이 있다고 얘기할 수 있을까. 무엇이든 자기의 생각이 정답인양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이 아니라, 정답이 없는 존재를 받아들이고 이해할 줄 알아야 한다. 자기만의 정답이 있으면 본인이 그냥 그렇게 살면 되는 거고, 다른 이들에게 그 정답을 강요하거나 잣대를 세울 필요는 없다.


    내가 생각하는 '올바른 삶'이란, 본인의 확실한 주관을 가지고 그 방식대로 살아보는 것이다. 맞는지 틀렸는지 본인이 직접 경험함으로써 생각해 보고 확인해 보는 것이다. 누구도 생각지 못한 또 다른 정답이 나올 수도 있고, 혹여나 오답이라 할지라도 그 누구도 찾지 못했던 새로운 오답노트가 나올 수 있다. 또 그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정답을 찾아나갈 수 있고, 해당 지식들을 남겨 후대의 판단에 조언해 줄 수 있다.


    그러니 내 삶의 진정한 주체로써 용기 있는 사람은 한 번 주관적으로 세상에 부딪혀보자. 우리 삶의 주도권을 타인, 타인의 통제, 타인의 기대에 의해 잃어버리지 말자. 삶의 중심을 나로 채워 진정히 주관식으로 살아보자.


행복노트 #29

내 삶의 주체로써 삶의 주도권을 쥐고 주도적으로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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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인스타그램: @domdomkim_tra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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