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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부다페스트,
"이상과 현실"

유럽여행 포토에세이 #67 _ Budapest, Hungary

by 김예담

25 국가 107일의 여행 기록:

헝가리 부다페스트,

두 번째 이야기: 이상과 현실.



부다페스트에서 둘째 날 아침이 밝았다. 전날 밤늦은 시간까지 야경을 구경하며 부다페스트 다뉴브 강변을 거니느라 새벽이 되어서야 잠에 들었고, 결국 오전이 거의 다 지나간 늦은 시간에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오늘 아침은 조금 게을러지기로 했다. 평소와는 다르게 빵과 함께하는 여유로운 식사와 흥얼거리며 천천히 샤워를 한 뒤, 몸도 마음도 한결 산뜻한 상태로 문밖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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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히 몇 백 년은 된 것 같은 오래된 건물을 사용하는 숙소의 나무로 만들어진 아주 무겁고 큼직한 대문을 열고 밖을 나서니 나를 반겨주는 것은 정오의 눈부신 햇살이었다. 눈을 전혀 뜰 수 없을 만큼 밝고 강한 햇빛이었다. 햇빛과 함께 아스팔트 바닥의 열기 또한 서서히 느껴지는 듯했다. 샤워한 지 30분 만에 또다시 땀으로 온몸을 땀으로 적시게 되었지만, 오랜만에 즐기는 여유에 그마저도 즐겁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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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부다페스트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하나 있었다. 머리카락을 자르는 일이었다. 유럽 여행을 시작한 지 어느덧 두 달이 되어가자 이제 더 이상 손쓸 수 없을 만큼 머리카락이 길고 지저분한 상태가 되었다. 머리카락이 길어질수록 여행의 불편함이 더해지는 것은 사실이고, 앞으로 약 두 달의 일정이 더 남아있어 이왕 자를 때 짧게 자르려 마음먹고 있었다.


다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 아무 미용실이나 갈 수 없다는 것이었다. 옆짱구가 있는 전형적인 동양인의 두상을 가진 나는 유럽의 현지 미용실을 방문하기가 두려웠다. 만에 하나 내가 추구하는 헤어스타일이 아닌 어울리지 않는 스타일이 나온다면, 거리를 다니기도 사진을 찍기도 민망해 왠지 여행의 기분을 망칠 것만 같았다. 그렇게 내가 있는 위치 주변의 한인이 운영하는 미용실이 혹시 있을까 싶어 검색했고, 앞으로의 동선과 겹치는 지역에 위치한 미용실 두 곳을 발견했다. 그중 하나가 부다페스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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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실은 부다페스트 북쪽에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었다. 머리카락을 시원하게 자를 생각에 신나는 마음으로 지하철을 탔고, 골목골목을 지나는 등 관광지에서 벗어나 부다페스트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의 터전을 구경하며 색다른 여정이 시작되었다. 부다페스트의 북쪽 동네는 시내 관광지와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 시내가 화려한 역사적인 건물들로 이루어져 있는 반면, 중심을 조금 벗어나자 비교적 근대에 지어진 건물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조금 더 자유롭고 생동감 있는 모습이었다.


사뭇 달라진 분위기를 즐기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지도 위의 미용실에 도착했다. 저 멀리 한글로 쓰인 간판이 보이며 드디어 도착했음을 확신하던 그때 반전이 일어났다. 분명 맞게 찾아왔고 지도 어플상 운영 중인 것으로 확인했으나 막상 도착하니 휴무일이었다. 사장님께서 긴 휴가를 떠난 상태였다. 미용실 문에는 'CLOSED'라는 팻말과 함께 언제 돌아올 것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내가 부다페스트를 떠나고도 3일 뒤의 날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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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그곳을 한동안 벗어나지 못한 채 그 주변을 서성이며 좌절한 마음을 스스로 달랬다.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지만, 그래도 덕분에 먼 곳까지 찾아와 일정대로였으면 보지 못했을 색다른 장소를 방문할 수 있었기에 위안을 얻었다. 오늘의 부다페스트는 또 어떤 모습과 어떤 생각을 나한테 선사해 줄지 기대하는 마음으로 다음 일정을 이어가기로 했다. 둘째 날 부다페스트 여정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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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관적 경험



나는 오랜 시간 유럽여행을 꿈꾸고 있었다. 여행에 관련된 사진과 정보를 차곡차곡 정리하고 저장해 두었다 나중에 기회가 닿을 때 꼭 방문하기로 다짐하는 게 습관이었다.


여느 때와 같이 다른 여행자들이 SNS에 올린 유럽여행 사진을 감상하던 때 왠지 모르게 시선을 끄는 장소가 하나 있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영웅 광장 (회세크 광장)'이었다. 그 사진은 붉은 노을빛이 청동색 동상을 비추는 모습이었는데, 왠지 모를 스산하고 음울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풍경이었다. 그리고 과거 공산주의로 인해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낯선 이질적인 장소라는 코멘트가 있었다. 사진에서 느껴지는 미지의 신비로운 분위기 덕분에 동유럽에 대한 환상을 가지게 되었고, 동유럽 여행 꿈을 꾸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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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 일정은 이 '영웅 광장'을 방문하는 것이었다. 다행히 내가 찾아온 미용실과 상대적으로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어 그대로 버스를 타고 '영응 광장'으로 향했다.


부다페스트의 맑고 쨍한 날씨로 인해 여행하는 내내 이곳이 밝고 따뜻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에서 보던 것과 달리 막상 '영웅 광장'에 도착하니 음산한 분위기라고는 온 데 간 데 없고 오히려 웅장하고 아름다운 광장의 미관에 반하게 되었다.


과거 '마자르' 유목민에서 '헝가리' 국가가 되고, 지금까지 이어온 1천 년 이상 긴 시간 동안 헝가리 역사에서 큰 공을 세운 위인들의 동상이 세워져 있었다. 밝은 햇빛 아래 대리석과 청동색의 빛깔은 헝가리인들이 충분히 자부심과 애국심을 느낄 수 있게끔 기풍 당당한 모습으로 설계되어 있었다. 한 명 한 명 동상의 인물을 검색해 보며 그들이 어떤 역사를 가져왔는지 알아볼 수 있었고, 한 번 더 헝가리에 대해 배우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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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웨스 앤더슨 감독의 대표작 중 하나인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영화로 인해 부다페스트에 대한 이미지가 조금 개선된 듯하다. 앤더슨 영화는 아름다운 파스텔톤 색깔과 특유의 동화 같은 분위기가 특징이다. 영화가 크게 흥행함으로 영화의 제목이자 배경 장소가 되는 '부다페스트'는 많은 관심을 받았고, 부다페스트는 영화처럼 왠지 동화 속 풍경이 가득할 것 같은 환상이 생겼다.


내가 어릴 때만 하더라도 '헝가리'하면 구소련의 공산주의 잔재가 남아 있을 것만 같은 곳이었다면, 요즘의 헝가리는 과거와 달리 아름다운 풍경을 지닌 유럽의 뜨거운 관광지이자 여행지가 되었다. 그리고 내가 실제로 직접 방문했을 때도 지금껏 내가 가지고 있었던 헝가리에 대한 이미지는 모두 허상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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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내가 과거에 봤던 부다페스트 사진에서 느껴지는 차갑고 음울한 분위기는 그저 이곳의 단면이었을 뿐이다. 내가 크로아티아 국경을 넘어 직접 봤던 헝가리의 모든 모습에서 차갑고 음울한 분위기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발라톤 호수'의 휴양지, '다뉴브 강'의 환상적인 야경, 그리고 부다페스트 곳곳을 본 뒤 들었던 생각은 화사하고 화려한 곳이라는 생각뿐이었다. 이로써 누군가 이야기하는 것을 곧이곧대로 믿는 것이 아닌, 직접 경험하고 발견하며 느껴야 하는 것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영웅 광장'과 그 뒤에 위치한 '바이다훈야드 성'에 조성된 공원을 산책하며 그늘진 잔디밭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기도 하고 여행 중 오랜만에 여유를 오후 내내 즐기며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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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뉴브 강



잠시 생각에 잠겼다 멍하니 있기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덧 해가 조금씩 저물어가는 게 느껴졌다. 오늘은 늦은 시간에 일정을 시작해서 그런지 하루의 끝이 금방 찾아온 느낌이었다. 충분한 휴식을 취한 나는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헝가리의 야경을 보기 위해 다시 다뉴브 강으로 향했다.


다뉴브 강이 조금씩 노을로 물들어가는 것을 보며 강변을 따라 산책을 했다. 헝가리의 아침부터 밤까지 모든 하루를 경험한 매 시간마다 달라지는 이곳의 매력을 경험하며 큰 만족감을 느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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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다뉴브 강을 따라 천천히 걸어가며 정적이고 고요한 시간을 보내던 나는 우연히 강변을 따라 놓인 수많은 신발들을 발견했다. 진짜 신발이 아닌 누군가 의도적으로 설치한 구조물임을 깨달았고, 그 모습이 멀리서부터 슬픔을 지닌 어떤 한 작품임을 직감적으로 알아챌 수 있었다.


'다뉴브 강가의 신발들'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 낡은 신발들에는 슬픈 사연이 숨어있다. 정렬되지 않은 채 발끝이 모두 강을 향해 놓인 것에서 짐작할 수 있듯 부다페스트에서 희생당한 많은 이들을 기리는 작품이다. 과거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들은 이곳에서 파시스트 집단에 의해 학살당했다. 당시 신발은 중고로 되팔 수 있는 가치가 있어 유대인들의 신발은 벗겼고, 강을 향한 총성은 울렸다. 현재 남아있는 신발들은 그들이 벗었던 신발을 그대로 상징하며, 그들의 슬픈 사연을 기억하기 위한 인상 깊은 구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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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공부하며 늘 느끼는 부분이지만, 인간은 정말 잔혹해질 수 있다. 인간 내적인 혹은 외부적인 요인으로 인해 광기가 휘몰아치고 최소한의 인간 존엄성을 등진 채 행동하는 수많은 사연들을 볼 수 있다. 특히나 전쟁은 극단적 상황인 만큼 인간이 얼마나 잔인하고 연약한지 보여주는 사례가 많다. 어떤 이들은 자신들이 저지르는 행동을 합리화했을 것이고, 또 어떤 이들은 자신이 싸우는 이유조차 몰랐을 것이다. 이는 그들 나름대로 생존을 위해, 복수를 위해, 혹은 두려움에 의해 이성을 잃어버린 채 저지르는 행동들이겠지만, 그 결과는 수많은 비극을 남기며 우리가 왜 절대 다시 과거로 회귀해 같은 행동을 저지르면 안 되는지에 대한 깊은 교훈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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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먹먹한 감정을 안고 '다뉴브 강'을 바라보게 되었다. 아픈 사연을 간직한 이곳은 마치 슬픈 이들을 위로하듯 아주 천천히 그리고 고요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강물에 비치는 윤슬은 조금씩 그 빛을 잃으며 별빛이 되기 시작했고, 그렇게 다시 한번 부다페스트 환상의 야경을 꿈꾸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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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과 현실



부다페스트를 여행하며 문득 호기심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왜 과거 구소련 그리고 공산주의와 엮여있는 국가들은 특유의 차갑고 음울한 분위기가 연상될까. 이런 느낌이 드는 데에는 학술적으로 연구된 여러 방면의 이유들도 있겠지만, 나에게 당장 떠오르는 이유는 두 가지였다. 구소련 시대 유행했던 특유의 건축법과 시민의 자유를 통제하고 개성을 말살하여 이룩한 통일성이다.


최근 2025년 아카데미 최우수상을 비롯해 작품성을 인정받아 여러 영화제에서 수상한 '브루탈리스트 (The Brutalist)' 영화가 있다. 이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한 헝가리계 건축가가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벌어지는 픽션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여기서 '브루탈리스트'는 '잔혹한, 악랄한' 등의 형용사적 의미가 아닌 건축의 한 기법을 의미한다. '브루탈리즘'은 외장재를 사용하지 않고 콘크리트를 그대로 노출시켜 거대한 건축물을 짓는 양식을 의미하는데, 이는 전후 유럽을 재건하며 효율성과 기능성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근대에 유행했던 건축양식이다.


'브루탈리즘' 건축양식의 대표적인 예시로 '유네스코 본부'와 '영국 국립극장' 건축물들이 있다. 브루탈리즘 건축물을 보다 보면 과거와 미래가 뒤섞여있는 듯 묘한 느낌을 받으며, 서정적이고 따뜻한 느낌보다는 차갑고 생기가 없는 느낌이 든다. 그로 인해 여러 근미래 디스토피아적 작품에서 브루탈리즘 색채를 지닌 건축물들을 자주 접할 수 있고, 이런 특징들로 인해 브루탈리즘 건물들에는 특유의 음울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듯하다.


'브루탈리즘'을 언급한 배경에는 과거 소련 특유의 건축양식인 '스탈린주의 건축양식'과 밀접하게 관련 있기 때문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마찬가지로 다 무너져 폐허가 된 소련을 가장 효율적으로 재건하는 방식이 단순한 형태로 거대하게 짓는 콘크리트 건축물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브루탈리즘' 양식과 유사하며, 체제 선전을 위해 다른 서방에 비해 건물들을 더욱 웅장하고 거대하게 지었다. 주로 대칭적인 형태가 특징이며, 평등과 통일성을 추구하는 가치관을 담아 사회주의, 공산주의의 대표적인 건축 양식이 되었다.


절대적인 평등을 추구하며 공동 분배와 공동 소유를 주장하고, 차별 없이 모두가 존중받는 이상적인 사회를 이룩하려 했던 공산주의는 정해진 규율과 과한 중앙집권화로 인해 역설적으로 또 다른 억압과 폭력이 되어 개인 인격을 말살하고 집단에 종속시키며 본래의 목적과는 반대로 자본주의보다 더한 계급 사회를 만들었다. 같은 옷, 정해진 역할 등 개성을 무시하고, 이념에 따라 생각과 표현의 자유를 통제하여 통일성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평등한 사회로 가는 방법이 아님을 직접 반증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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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서 보수주의자라면 심장이 없는 사람이고,
늙어서 진보주의자라면 머리가 없는 사람이다.


몇 년 전 대학생이었던 나는 '정치학'을 전공했기에 정치와 관련된 철학, 역사에 있어 심도 있게 배울 기회가 많았다. '정치학'을 전공하게 된 계기도 국제 정세와 국가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집단의 심리와 관계가 어떻게 적용되어 사회를 이끌어가는지, 철학과 경제도 함께 공부하며 우리가 나아가야 할 유토피아가 어떤 모습일지 궁금증에서 시작된 전공이었다.


어린 당시에는 평등 가치를 추구하고 차별 없는 세상을 주장하는 이념들에 공감하고 매력을 느꼈다. 타인을 도구로서 착취하고 이용하는 사람들과 자신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사람들을 혐오했기 때문이고, 모두가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 배려를 통해 서로 어울려 살아가는 사회를 이상적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이 생각에는 변함이 없고,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회의 최우선 가치라 생각한다.


공산주의도 자본주의 초창기 노동자들이 비윤리적이고 비도덕적인 자본가들에게 착취당하는 상황과 고발로 생겨난 이념이다. 지금도 권력을 잡은 누군가가 비합리적, 비윤리적 행보를 보인다면 사람들이 모여 시위하고 맞서 싸우며 끌어내리는 것처럼, 그 당시도 억압받은 사람들 사이 자연스레 생겨날 수밖에 없었던 저항이었던 것이다. 다만 공산주의는 그 방식이 잘못되었다. 인간이란 존재를 너무 이상적인 관점으로 바라보았고, 사회와 체제가 계획한 대로 흘러갈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먼저 사람들은 모두 다르게 태어난다. 전부 다른 유전자를 지니고 있으며, 생김새부터 성격, 후천적 경험까지 모두 다른 특징과 성격유형들을 가지게 된다. 심지어 유사한 일란성쌍둥이들조차 다른 개인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본래 모두 다른 개개인을 체제로 평등하게 만들기 위해 시스템 하나로 정교하게 통제한다는 것은 인간성을 상실하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평가 항목과 기준에 따라 각기 다른 역량과 장단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점을 무시한 채 모두가 일률적인 방식으로 살아간다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살아가다 보니 더더욱 왜 공산주의가 실패할 수 없는지에 대해 절실히 더 깨닫게 되었다. 특히 군대에서 많이 느낄 수 있었는데, 하나의 작업을 하더라도 개인의 역량이 다 달라 작업 속도와 성과가 다름을 느꼈고, 여기에 누구는 놀고 누구는 일하는 개인의 비도덕적 행동들까지 더해져 자연스레 불만이 생기기 마련이었다. 그리고 군대를 나와 사회생활을 하며 드는 생각도 비슷하다. 젊을 때는 인류애가 풍부했던 반면, 살아갈수록 사람들에 대한 신뢰와 기대치가 점점 없어지고 결국 인류애를 상실하게 된다.


진보는 분열로 망하고 보수는 부패로 망한다


정치 이념과 철학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면 사실 이 모든 게 다 인간의 불완전함에서 비롯된 결과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치적 옳고 그름 없이 인간 개개인이 이상적인 인간이 되려 추구하고 스스로 노력한다면 정치적 이념이 과연 이만큼이나 중요할까. 세상에 존재하는 문제와 갈등이 이만큼 심했을까. 나는 개인적으로 이 모든 게 인간의 이기적이고 불완전한 생존 본능에서 발생하며, 이런 부분을 스스로 잘 알고 통제하지 않는 한 그 어떤 이상적인 이념이나 사회 체제는 절대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 본성은 그렇게 아름답지 않다. 이상적인 사람이 진보 성향을 가질 때 우리는 이해와 배려 그리고 변화를 수용하는 모습을 기대하지만, 친절과 배려를 악용하는 사람들이 늘 있기 마련이고 급격하고 극단적인 변화는 사회에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반대로 이상적인 사람이 보수 성향을 가질 때는 지금까지 구축하고 쌓아온 모든 것이 다 그만한 이유가 있음을 잘 이해하고 있고, 이기적인 인간 본성과 최악의 상황을 고려한 통찰력으로 판단하지만, 비이상적인 사람이 보수적일 때는 과한 현실주의자거나 그저 본인이 지극히 이기적인 사람이기에 보수적 성향을 지니게 된 사람이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는 이 유형들을 모두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념적 정답이 없는 것이다. 또 우리 개개인도 마치 시계추가 좌우로 왔다 갔다 하듯 상황과 감정, 여러 가지 사건들로 인해 성향과 생각은 지속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 이로써 한쪽에만 치우친다는 것은 굉장히 어리석은 생각이며, 사람을 이념으로 구분할 수도 없다. 단지 그 시대 그 상황 속 그 사람의 생각만 있을 뿐이다.


결국 이 모든 이념과 갈등, 철학과 생각은 완벽하지 못한 인간성과 신뢰할 수 없는 타인 관계성을 극복하고자 우리 스스로 저항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부산물이다. 정답은 정해져 있다. 우리 모두가 진심으로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며 중용의 자세로 서로 존중할 때 비로소 우리는 유토피아 사회를 만드는 첫걸음을 뗄 수 있다.


행복노트 #64

단지 그 시대 그 상황 속 그 사람의 생각만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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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인스타그램: @domkim.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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