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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빈,
"품격과 교양"

유럽여행 포토에세이 #70 _ Vienna, Austria

by 김예담

25 국가 107일의 여행 기록:

오스트리아 빈,

두 번째 이야기: 품격과 교양.



오스트리아에서의 둘째 날 이른 아침이 밝았다. 전날 오스트리아 에 도착해 영화 '비포 선라이즈'의 흔적을 좇았다. 영화에서 등장한 의 주요 배경지들을 찾았고 아직도 30년 전 두 주인공의 젊음이 머물러있는 듯하다. 사람들은 나이가 들고 모습이 변했지만, 의 풍경과 장소들은 영화와 같은 모습으로 나를 맞이해 줬다. 어쩌면 50년 뒤, 100년 뒤에 을 찾아도 이 도시는 지금과 같은 이 모습 그대로일 것 같다. 우리가 알고 있는 모습을 계속 유지한 채 우리가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기억이 그저 추억으로만 바래지지 않게끔, 늘 같은 모습으로 마치 언제든 우리를 기다려왔다는 듯, 을 사랑한 모든 여행자들을 반겨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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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큰 도시다. 지금까지 방문했던 동유럽의 도시들은 대체적으로 규모가 작고, 모든 관광지가 도심 중앙부에 몰려있었던 반면, 빈에 위치한 유명 관광지들은 도시 전체에 걸쳐 넓게 골고루 퍼져 있다. 물론 서울과 비교했을 때 도시의 면적이 서울의 2/3 수준으로 작다고 생각이 들 수 있지만, 걸어서 여행하는 여행자들에게는 이 크기가 조금 부담스럽게 다가오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보다 걸어서 여행하며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 (나와 같은) 여행자들에게는 고역이 될 수도 있다. 그래도 은 도시 전체가 예술작품으로 느껴질 만큼 곳곳에 숨겨진 아름다운 미관들을 발견할 수 있다. 그렇기에 걸어서 천천히 여행하며 을 아주 서서히 조금씩 차근차근 알아가는 것도 매력적인 여행법이 될 것이다.


오늘 일정은 도심에서 서쪽으로 약 5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쇤브룬 궁전' 방문이다. 트램이나 자전거를 이용할 경우 20분이면 도착할 만큼 그리 멀지 않은 곳이지만, 나는 여느 때와 같이 걸어서 한 시간이나 걸리는 이 거리를 튼튼한 두 다리를 활용해 가기로 마음먹었다. 이에 이른 아침 아무도 없는 도로 위 환경미화 청소차 소리가 누군가의 아침잠을 방해할 때쯤, 나는 쾌적한 아침 공기를 들이마시며 '쇤브룬 궁전'을 향해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아주 기분 좋은 새로운 하루의 시작이었다.


tempImageF6A1GP.heic Schönbrunn Palace, Vienna





쇤부른 궁전



쇤브룬 궁전에 다다를수록 높은 건물들은 사라지고 주변에는 나무와 풀이 가득한 공원이 등장했다. 아침부터 공원에서 산책하고, 책을 읽고, 휴식을 취하는 등 여유 있는 의 시민들을 마주할 수 있었다. 한국의 복잡하고 정신없는 출근길과는 상반된 모습이었다. 드넓은 공원을 지나 나무가 사라지고 도로가 나오자 저 멀리 한눈에 봐도 아름다운 건물이 등장했다. 우아한 듯 수줍게 칠해진 연노랑색 건물 벽과 기품 있게 설치된 웅장한 창문들, 그리고 사이사이 화려하게 놓아진 장식들을 통해 스스로 궁전임을 증명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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쇤부른 궁전은 18세기말 당시 신성로마제국의 황후였던 마리아 테레지아가 여름에 사용하는 별궁 목적으로 건설을 진행했지만, 이후에는 합스부르크 왕가의 본궁으로 사용됐다. 지어진 배경에는 재미있는 일화가 있는데 오스트리아(당시 신성로마제국) 합스부르크 왕가와 라이벌 관계에 있던 프랑스 부르봉 왕가가 화려하고 웅장한 베르사유 궁전을 짓고 유명해지자 이를 의식한 합스부르크 왕가가 베르사유 궁전에 필적하는 궁전을 새로 짓고 싶었던 것이다. 이 두 가문은 역사적 필요성에 따라 서로 동맹하기도 그리고 경쟁하기도 했다.


또 다른 흥미로운 사실은 부르봉 왕가의 루이 16세와 결혼한 그 유명한 '마리 앙투아네트'가 합스부르크 황후 마리아 테레지아의 자녀였다는 사실이다. 이 두 사람의 말미가 안 좋았던 것으로 보아 이 두 가문은 운명적으로 혹은 필연적으로 연결될 수 없는 가문처럼 느껴진다. 이외에도 오스트리아의 중심지였던 쇤부른 궁전은 여러 주요 정상회담 장소로 사용되며 중요한 역사가 깃든 곳이다. 오스트리아 근대사의 흥망성쇠를 함께하며 슬픈 기억과 기쁜 기억이 모두 새겨진 상징적인 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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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전이 지어지기 전인 16세기까지는 왕가의 사냥터였다. 따라서 쇤부른 궁전은 본궁과 그 뒤로 길게 이어진 글로리에테 건물, 다양한 분수와 정원, 동물원 등 모든 면적을 합하면 약 50만 평이나 되는 넓은 부지를 가졌다. 궁전 뒤로 우뚝 솟은 언덕까지 올라가는데 실제로 한참 걸어야 했고, 양 옆으로도 끝없이 이어진 정원들을 보며 그때 당시 신성로마제국 황제의 힘을 가늠할 수 있었다.


'쇤부른'은 독일어로 아름답고 고운(schön) 샘물 혹은 우물(brunnen)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궁전 뒤 정원에는 수많은 크고 작은 아름다운 분수들이 각자의 멋을 뽐내고 있다. 특히 정원의 중심에 설치된 '넵튠 분수'가 매우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개인적으로 그 유명한 로마의 '트레비 분수'보다도 웅장하고 화려하게 느껴져 분수 앞에서 한동안 발걸음을 떼지 못해 하염없이 조각상을 바라봤었다.


tempImageIaBQkN.heic Gloriette


높은 언덕에는 그리스 신전을 본떠 지어진 '글로리에테' 건물도 있다. 작은 영광을 뜻하는 이 건물도 화려한 조각들과 은은한 연노랑색으로 장식되었고, 이는 쇤브룬 궁전 특유의 은은하고 고급스러운 느낌과 잘 어우러져 있다. 특히 글로리에테가 위치한 언덕에 오르면 오스트리아 빈의 전망이 한눈에 들어온다. 쇤부른 궁전 너머로 시원하게 펼쳐진 빈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있으면, 말로 이루 말할 수 없는 행복한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글로리에테 언덕을 오르는 것만으로도 쇤부른 궁전을 방문할 목적은 충분하다. 아무 일정 없이 그저 이곳에 누워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즐기며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마음껏 시간을 흘려보내 여유를 만끽하는 것이 인생의 진정한 행복일 것이다.






사색의 정원



손목시계를 들어 시간을 보니 시침은 오전 9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이른 아침부터 부단히 움직여 여행했기에 계획했던 쇤부른 궁전 일정은 모두 마친 상태였다. 일부로 휴식과 여유의 시간을 갖기 위해 촘촘한 일정이 아닌 하루정도 자유의 시간이었다. 해야 할 일을 모두 마친 나는 오히려 더욱 자유로운 느낌과 함께 계속해서 쇤부른 궁전의 넓은 정원을 산책하며, 사색의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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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에는 숲이라 불러도 될 만큼 크고 높은 나무들이 녹음을 채워주고 있었다. 끝이 안 보일만큼 길게 이어진 길들과 그 길을 중심으로 잘 관리된 다양한 종류의 나무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특히 나무가 만들어주는 시원한 그늘 덕분에 한여름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부담 없이 천천히 산책할 수 있었다.


인간과 자연은 내면적으로 깊이 연동되어 있는 듯하다. 오랜 시간 자연 속에서 살아왔던 인간의 유전자에는 마치 자연이 각인되어 있는 것 같다. 도시의 바쁜 현대 사회를 살아가며 심신이 지칠 때면 마음속에는 늘 자연에 대한 그리움의 감정이 생긴다. 인간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모든 물질적 요소를 자연에서 얻지만, 물질적 요소에 더해 인간 내면에서 필요한 부분도 자연이 채워주고 있음을 느낀다. 걱정과 불안, 분노와 슬픔 등 인간이 떠안고 있는 감정을 자연에 맡기면, 자연은 인간에게 위로와 함께 안정감, 평안함, 영감까지 보이지 않는 수많은 것들을 자연에서 얻고 배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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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이 많이 복잡한 사람들은 이런 숲길을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치유를 얻을 수 있다. 긍정적인 에너지, 쾌활함, 자신감 등의 기분을 얻을 수 있을뿐더러 산책하는 과정 속에서 잡념들이 사라지거나 별 일 아닌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이런 면에서 쇤부른 정원이 사색하기에 아주 완벽한 장소처럼 다가왔다. 대체적으로 평지로 이루어져 많은 체력을 요하지 않을뿐더러 다양한 테마의 정원, 그리고 그 속에서 마주하는 예술작품 등 생각이 많은 사람들에게 완벽한 사색의 장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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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격과 교양



쇤부른 정원을 산책하며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했다. 글로리에테 언덕을 서성이고 있을 무렵, 빈의 시민으로 보이는 한 할머니가 인종차별하는 모습이었다. 히잡을 쓴 어느 한 무슬림 여성분이 앞을 지나가자 그녀를 향해 알아들을 수 없는 독일어로 격렬하게 소리 지르고 있었다. 무슨 말인지 뜻은 몰라도 비난을 내포한 충분히 기분 나쁜 뉘앙스였다. 마지막에는 몸까지 사용하며 모욕하는 모습이었다. 왠지 나도 그 앞을 지나가다가는 나까지 인종차별 당할 것 같은 마음에 다가가지 않았지만, 무슬림 여성분도 황당한 표정으로 상황을 그저 웃어넘기고 있었다. 산책하며 평화로웠던 마음이 그 사건을 마주하며 처참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인종차별은 상당히 몰상식한 행동이며 절대 해서는 안될 현대인들의 덕목이다. 사실 과거 시대에도 궁극적인 인간의 덕목을 두고 봤을 때 단순 피부색 하나로 사람을 차별하는 것은 옳지 못한 일이지만, 공공연하게 널리 퍼진 잘못된 인식과 편견 그리고 행동 양식을 바꾸는데 오랜 세월이 필요했다. 아니 앞으로도 계속 필요하다. 아직까지 알게 모르게 인종차별을 하는 사람들이 있으며, 스스로의 행동이 잘못됐음을 모르는 경우도 많다. 아무래도 보이는 것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본능에 한계가 존재하겠지만 의식적으로라도 꾸준히 개선해 나가야 할 인류의 숙제다.


현대인들은 '품격'과 '교양'을 추구한다. 지성인으로서 꼭 갖춰야 할 두 덕목이라 생각하여 품격과 교양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하지만, 정확히 품격과 교양을 갖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어떻게 품격과 교양을 얻을 수 있고, 어떤 기준으로 품격과 교양을 갖췄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단편적으로 판단했을 때, 우리나라 사람들이 소득에 비해 명품과 고급자동차 소비율이 높은 것은 어느 정도 품격의 가치가 반영됐을 것이라 추측했다. 아무나 쉽게 가질 수 없는 제품들을 소유함으로 인해 스스로에 대한 품격과 가치가 올라가는 듯한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 당연히 나도 명품이라 불리는 값비싼 제품들을 좋아하며 그것을 소비하는 과정에서 얻는 희열감을 좋아한다. 또한 고급 레스토랑이나 호텔에서 귀빈 대접을 받을 때면 마치 내가 품격 있는 대단한 인물이 된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더해 품격 있는 인물이 되기 위해 교양은 필수다. 대학교에서도 '교양 과목'이라는 커리큘럼을 제공해 학생들이 본인의 전공에만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분야를 배우며 폭넓게 지식을 쌓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또 기초 상식, 고전문학, 예술에 대한 지식, 외국어 등을 배움의 척도로 삼아 서로를 판단하기도, 판단받기도 한다. 배움의 기회가 적었던 과거 시절, 이런 지식을 함양하는 것은 자신의 신분과 지위를 드러낼 수 있었기에 교양은 자신의 품격을 알리는 하나의 도구였다.


또한 조선시대에는 과거제도를 통해 출세길이 열렸기에 많이 공부하고 배울수록 인정받는 사회였다. 그때의 인식과 영향이 계속 남아 현대에도 치열한 교육열을 볼 수 있다. 이처럼 지식과 배움은 곧 자신의 신분과 지위를 대변하는 것이기에 '무식하다'는 말은 '볼품없다', '품격이 낮다'는 말과 동의어처럼 들린다. 이에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품격 있고 교양 있는 사람처럼 보이기 위해 사회적으로 교양 있어 보이는 행동들을 의식해서 의도적으로 하고, 그것을 위시하여 자신을 포장하는 등 자신의 품격을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


이와 관련된 재미있는 책을 하나 읽었다. 도리스 메르틴 작가의 '아비투스'다. '아비투스'는 프랑스의 철학자 피에르 부르디외가 제안한 개념으로 '개인이 보유한 무의식적 행동과 성향'을 뜻한다. 책에서는 '아비투스'를 '세상을 사는 방식과 태도'로 정의한다. 우리가 아는 습관의 영단어 'Habit'도 라틴어 '아비투스' 어원에서 나온 단어다. 사람은 자신이 살아온 환경 혹은 계층에 따라 특정 행동과 태도를 가지고 있으며, 이는 사람의 분위기를 형성한다. 당연히 사회의 빈곤계층, 중상층, 상류층 등 각 계층마다 행동 양식과 삶을 사는 태도, 그들이 보유한 인적 인프라와 자본은 다르다. 그러나 책에서는 우리가 추구하는 상류층 사람들의 심리적, 문화적 등 7가지의 아비투스를 익힌다면 성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나는 이 책의 주장에 반은 동의하고 반은 동의하지 않는다. 심리적 태도에 있어서는 상류층만의 사고방식과 도전정신 그리고 졸부가 아닌 오랜 기간 상류층 위치를 유지한 사람들의 겸손하고 격식 있는 언행에서는 분명 배울 부분이 많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성공의 기준과 취향, 겸비해야 할 문화적 소양 등은 개개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복잡한 부분이며, 이를 상위 0.1% 사람들의 기준에 맞추어 마치 그것이 사람의 품격을 높이는 정답인양 주장하는 내용에는 실망했다. 물론 이런 부분이 어떠한 특정 아비투스를 형성할 수도 있지만, 취향의 영역은 진심으로 좋아하거나 추구하지 않는 이상 결국 따라쟁이들을 만들 뿐이다.


이 책의 목적이 상류층의 아비투스를 갖추고 그 아우라가 성공으로 이어지게끔 도와주는 지침서이지만, 나는 그 과정에 의문이 든다. 품격교양은 단순히 배운 지식이나 외적인 태도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경험을 통해 삶의 태도와 내면에 대해 깊이 성찰한 후에야 진정으로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위에서 언급했던 명품을 사는 행동과 교양 있어 보이는 행동, 즉 상류층을 따라 하는 행동은 순간적으로 자신의 품격이 높아졌다고 생각하게 되지만, 결국 자세히 뜯어보면 역설적으로 자신의 품격과 교양이 낮다는 것을 반증한다. 닮아가느냐, 따라가느냐의 문제겠지만, 닮아가기 위해서는 그만한 자신만의 확고한 주관과 고뇌가 필요하다.


노력, 과시, 지위 상징이 필요 없어진 곳에 성공이 있다.

도리스 메르틴 '아비투스', p.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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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격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삶을 대하는 자세와 경험을 통해 쌓이는 것이다. 돈으로 구입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구입한다고 해도 일시적인 허울일 뿐이다. 명품으로 온몸을 휘감았지만 백화점 직원을 하대하는 행동, 고급 외제차를 몰지만 앞차가 가지 않는다고 경적을 계속해서 울려대는 행동,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하지만 시끄럽게 떠드는 행동, 5성급 호텔에서 머물지만 호텔 시설물을 함부로 쓰는 행동 등 품격 있는 행동이라 할 수 있을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과 품격이 동일하게 인식되기 쉽지만, 품격은 절대 돈과 상관없다. 품격은 상황에 따라 말과 행동을 절제할 줄 알고, 상대방을 먼저 배려할 줄 알며, 자신만의 명확한 기준에서 묻어나는 진정성과 사고의 깊이가 품격이다. 즉, 품격은 '내가 어떤 지위에 있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왔는가'에서 정해진다.


침몰한 타이타닉호의 일화를 통해 사람이 가져야 할 품격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타이타닉호는 건조할 당시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배로써 당대 최고 부자들이 화려하고 고급진 크루즈 여행을 즐기기 위해 탑승했다. 그러나 배가 침몰하는 상황이 왔고, 이런 극단적인 상황에서 존경할만한 품격을 보여준 사람들이 다수 있었다. 타이타닉호의 선장을 포함한 많은 선원들은 자신보다 승객의 탈출을 먼저 챙겼으며, 승객들 중에서도 구명정 자리와 구명조끼를 타인에게 양보하고 탈출을 도왔던 훌륭한 사례가 많이 있다. 희생한 이들 중에는 세계적인 대부호도 많이 있었는데, 잃을게 많았던 이들조차도 자신의 인간적 신념을 지키며 신사적인 최후를 선택했다. 즉, 품격은 물질로 단기간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닌 인품과 존경을 통해 서서히 저절로 쌓여가는 것이다.


교양은 지식을 통해 얻는 것이 아닌 그 지식을 바탕으로 무엇을 생각하며 살아가는지에서 드러난다. 단순히 많은 분야의 책을 읽어 지식을 습득하고, 다양한 예술작품을 접하거나, 우아한 말투와 세련된 취향에서 나오는 게 아닌,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지, 자신과 타인을 얼마나 깊이 이해하는 지에서 시작된다. 우리가 고전 문학을 읽는 이유도 인간으로서 가질 수 있는 다양한 상황과 감정에 몰입하고 공감해 사람에 대해 사유하는 과정 속에서 교양이 쌓인다. 이로써 다양한 관점으로 볼 수 있는 시각, 타인의 입장을 공감하고 헤아릴 줄 아는 마음, 그리고 수용성의 범위가 넓어지는 과정을 자신의 삶에 적용할 때 교양이 쌓이는 것이다.


품격교양이란 결국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고 채울수록 완성되는 것이다. 스스로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삶을 추구하는지, 어떤 가치관을 지니고 있는지 끊임없이 고뇌하고 형성해 가는 과정에서 생기는 부산물이다.


행복노트 #67

진정한 품격과 교양은 외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 내면에서 비롯된 자연스러운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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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인스타그램: @domkim.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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