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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뮌헨,
"고요히 번지는 삶"

유럽여행 포토에세이 #75 _ Munich, Germany

by 김예담

25 국가 107일의 여행 기록:

독일 뮌헨,

고요히 번지는 삶.



잘츠부르크에서 출발한 기차는 오스트리아를 덮은 먹구름으로부터 멀리 도망치기 위해 성급히 독일 국경을 넘는다. 역을 떠난 지 30분은 지났을까 독일 땅에 들어서자마자 날씨는 거짓말처럼 맑게 개기 시작하며 일주일 넘도록 보지 못했던 햇빛이 나를 환영해 주었다. 오랜만에 마주하는 햇빛에 마음은 한껏 산뜻해졌고 잠깐동안 경유하는 독일 뮌헨에 기대감이 들기 시작했다.


목가적인 초원지대를 조금 지나니 조금씩 도시의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독일 뮌헨이 위치한 바이에른 주의 하늘이 예쁘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그 하늘이 비춰주는 맑고 밝은 하늘색은 마치 그 주변 알프스의 만년설만큼이나 순수하고 깨끗해 보였다. 자연이 선사하는 이런 아름다운 풍경을 지닌 지역에 산업과 경제 또한 번성한 도시가 있다는 사실이 부러워 질투를 넘어 시기심까지 생기는 듯했다. 과연 뮌헨의 시민들은 전생에 얼마나 많은 덕을 쌓았길래 이렇게 잔잔하고도 여유로운 도시에서 삶을 살아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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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과 뮌헨



연착이 잦은 것으로 유명한 독일의 DBB 기차는 또 어떤 이유에서인지 예정된 시간보다 30분이나 늦게 뮌헨 중앙역에 도착했다. 하지만 조금 늦게 도착한 덕분에 기다림 없이 호텔에 바로 체크인을 할 수 있었다. 여행의 다음 행선지인 체코 프라하로 넘어가기 전, 잘츠부르크와 인접한 독일 뮌헨을 잠깐 경유할 수 있어 뮌헨 일정을 세웠다. 처음에는 가볍게 짧게 당일 둘러보고 프라하로 향할 계획이었지만 이곳을 조사하고 알아갈수록 뮌헨에 방문하고 싶은 장소는 늘어만 갔다. 그렇게 나는 일정을 당일치기에서 2박 3일로 수정하며, 어쩌다 보니 뮌헨을 예상보다 조금 더 오래 즐기게 되었다.


뮌헨 중앙역에 도착하자마자 단번에 이곳이 잘 사는 도시임을 알 수 있었다. 도로 위에는 수많은 독일제 명품 차들이 즐비했고, 다민족의 사람들이 한 곳에 뒤섞여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멀끔한 옷차림과 행색으로 이곳에 사는 사람들이 경제적으로도 여유로운 사실을 직관적으로 알아챌 수 있었다. 자동차와 트램, 많은 인파로 인해 도시 소음은 조금 있었지만, 이는 불쾌하게 다가오기보다 오히려 도시가 역동적이고 살아있는 느낌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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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여행자들은 독일이 여행하기 재미없는 국가라 꼽는다. 이는 독일 사람들이 유머가 없다는 풍자이기도 하며, 독일이 유럽 다른 국가에 비해 유흥이 발달하지 않았다는 인식도 있기 때문이다. 독일사람은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것을 항상 추구한다는 이미지가 강해 늘 진지하다는 편견이 있다. 그렇기에 독일에서는 어떤 특이한 경험이나 이색적인 상황을 마주하기 어렵고, 다른 국가에 비해 단조롭고 덜 자극적이라는 평이 많다. 한 번 생긴 고정관념은 여전히 '굳이?'라는 단어로 많은 여행자들의 발걸음을 멈춰 서게 하고 독일을 외면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내가 독일의 9개 도시를 방문하며 느낀 바 단 한 번도 독일이 재미없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아니 오히려 독일 각 도시가 지닌 아름다움에 반해 이곳에 계속해서 머물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누가 독일이 안 예쁘다고 했던가. 독일 뮌헨을 방문했을 때 역사적 가치가 높은 오래된 건물과 근대화를 거친 세련된 현대적 건물, 실용적이고 잘 어울리는 거리의 각종 인프라를 보았을 때 도시의 완성도가 높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형적으로도 잘 어울렸지만, 도시 전체가 하나의 시스템에 잘 맞물려 돌아가고 있는 느낌이었다. 이는 내가 독일이라는 국가에 흥미를 갖게 된 계기가 되었고, 어떻게 두 번의 전쟁을 겪고도 유럽을 이끄는 국가가 될 수 있었는지에 대해 집중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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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헨이 이렇게 아름답고 깊은 인상을 주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걸지도 모른다. 냉전시기 독일이 통일되기 전 서독과 동독으로 분단되어 있을 당시, 독일의 수도 베를린이 동독 지역에 위치하고 있었기에 뮌헨의 '바이에른' 주는 서독의 중심 도시로 성장했다. 서독의 실질적 행정수도 역할은 서쪽 중심에 있는 '본'이 했지만, 독일 남쪽 지역의 경제와 산업, 핵심도시는 뮌헨이었다. 고도의 첨단기술이 발전하고 질 좋은 공산품이 다량 생산되었다. 뮌헨과 '바이에른' 주는 이렇게 독일 내에서 점점 입지를 굳혀가며 점차적으로 를 쌓게 되었다.


근대사를 이야기했지만 뮌헨에도 역사가 오래돼 보이는 건축물이 다수 존재한다. 도시의 거대한 규모에 비해 공식적으로 기록된 도시의 기원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약 1천 년 전 수도승들이 세운 도시라는 기록이 있고, 뮌헨의 이름조차 '수도승의 공간'이라는 뜻에서 유래했다. 추후 유럽 중앙이라는 지리적 이점으로 인해 무역이 발달하고, 소금이 거래되고, 귀족과 왕가들도 찾아오자 수도승의 공간은 금세 도시의 형태를 갖춰갔고, 현재의 뮌헨이 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발전했다.


1차 세계대전이 종전되고 뮌헨에도 잠깐동안 공산주의 정권이 들어선 적이 있다. 그러나 그마저도 한 달도 못 가 거센 저항을 마주하고 해체되었다. 공산주의를 향한 거부감과 뼛속 깊은 상인정신 덕분에 어쩌면 지금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공산주의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실용적이지만 차가운 느낌의 건축적 양식이 아닌, 기존의 역사적 건물을 잘 유지함과 동시에 현대적인 세련미를 추구했다. 이에 전체적인 뮌헨 도시 느낌은 상당히 전통적이면서도 묘하게 미래를 추구하는 산업 도시 분위기를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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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헨을 언급할 때 빠지지 않고 꼭 등장하는 유명한 지역 축제가 있다. '옥토버페스트'다. 독일에 대해 조금만 조사해도 알 수 있는 거대한 규모의 축제이며, 특히 맥주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옥토버페스트'를 한 번 즐겨보는 게 소원일 정도다. 나도 맥주를 상당히 좋아해 전 세계 다양한 맥주를 마셔보는 것이 취미인 사람으로서 언젠가 꼭 '옥토버페스트'를 즐겨보고 싶었다. 다만, 내가 뮌헨을 방문한 시기는 옥토버페스트가 한참 남은 8월이었고,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했다.


뮌헨에 짧은 일정 경유하며 머물렀지만, 그 짧은 순간에도 독일과 뮌헨이 가진 매력을 많이 느낄 수 있었다. 사실 독일의 맥주소시지 있어도 나는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지만, 이것 말고도 도시와 지역, 국가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며 이전에는 몰랐던 많은 흥미로운 것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혹여나 다음에 뮌헨을 다시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그때는 뮌헨의 호탕한 시민들과 옥토버페스트를 즐길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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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헨 올림픽 공원



뮌헨의 중심이자 여행자들이 머무는 올드타운을 벗어나 북쪽으로 약 7km 떨어진 곳에는 큰 공원이 위치해 있다. 근대에 들어 인위적으로 세워진 이곳에는 300m에 달하는 높은 타워와 최대 약 8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뮌헨 올림픽 스타디움'이 존재한다. 그렇다. 과거 이곳 뮌헨에서 올림픽이 개최되었다.


1972년 독일의 깊은 염원을 담은 올림픽이 개최되었다. 전 세계 평화의 상징인 올림픽이 과거 두 번의 전쟁 이후 전범국이 된 독일에서 처음 개최되었기에 독일은 뮌헨 올림픽에 심혈을 기울였고, 이 올림픽을 발판으로 독일에 대한 국가 이미지를 보다 더 긍정적으로 쇄신하려 했다. 그렇게 전 세계가 보는 앞에서 독일의 꿈을 품고 화려하게 개막한 해당 뮌헨 올림픽은 갑작스럽게 발생한 한 사건으로 인해 평화는 피로 얼룩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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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헨 올림픽의 비극은 순식간에 일어났다. 올림픽 참여를 위해 뮌헨을 방문한 이스라엘의 선수단이 인질로 잡히는 대사건이 발생했다. 범인은 팔레스타인계 무장 단체인 '검은 구월단'이었다. 그들은 전 세계 이목이 쏠린 올림픽을 활용해 팔레스타인 해방과 동시에 포로 석방을 요구했다. 독일과 이스라엘은 구금된 인질을 구하고자 무력충돌까지 벌어졌지만, 결국 인질 전원 사망이라는 안타까운 결과를 맞이했다.


올림픽 공원을 천천히 걷다 보니 마음이 무거워졌다. 과거 독일로 인해 고통받았던 유대인들이 또 한 번 독일 땅에서 참사를 겪은 것이다. 물론 원인 제공은 독일이 아니었지만, 한 번 더 이 두 민족이 비극을 경험한 것이다. 또한, 안타깝게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은 최근 전쟁까지 겪으며 현재까지 문제가 되고 있다. 민족과 종교, 이념 갈등 속 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린다는 사실에, 그리고 그 피의 복수가 끊이지 않고 연쇄적으로 일어난다는 사실에 한껏 울적한 감정이 들었다. 그 마음을 대변하듯 날씨 또한 울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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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헨 올림픽 공원을 방문한 또 다른 이유는 이곳에 유명 자동차 'BMW'의 본사가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본사 건물 내부 1, 2층에는 BMW에서 생산하는 다양한 자동차 모델들이 전시되어 있으며, 전시된 몇몇 모델의 경우 직접 탑승해 볼 수 있다. BMW 자동차와 오토바이 외에도 BMW 그룹이 소유한 롤스로이스, 미니까지 탑승해 볼 수 있다. 평소 BMW를 좋아하던 나에게 한 곳에서 BMW의 모든 차량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진귀한 경험이었다.


BMW는 '바이에른'주를 대표하는 기업이다. 이름 자체도 '바이에른 자동차 공장 (Bayerische Motoren Werke)'이며, 로고는 바이에른 주의 맑은 하늘과 구름을 상징한다. 이처럼 기업 자체가 지역의 특색을 강하게 띤 만큼 BMW를 향한 뮌헨 사람들의 애정도 상당하다.


개인적으로 나도 자동차 브랜드 중 BMW를 가장 좋아한다. 기업 철학과 방향이 온전히 운전에 대한 재미를 느끼도록 설계해 운전 본질에 집중한 것이 마음에 와닿았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BMW 자동차 오너에 대한 이미지가 안 좋아진 것도 사실 이런 기업 철학에 따라 발생하는 부작용이다. 그 어느 누가 운전하더라도 질주할 수밖에 없는 그런 차를 설계했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액셀을 밟게 되는 것, 이게 바로 BMW가 지닌 매력이다.


실제로 주행은 할 수 없어도 차량 내부 시트에 앉아 핸들을 잡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늘 좋아했던 BMW였고, 평소 타볼 수 없었던 모델들에 탑승한 것만으로도 두근거림이 손끝까지 강하게 전해져 왔다. 언젠간 이 모델을 소유하겠다는 야망을 마음속 깊이 품게 되었다. 이렇게 한참 동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BMW의 모든 차량을 구경하다 늦오후가 지나서야 BMW 본사 투어를 마칠 수 있었다.


BMW 외에도 독일에는 흔히 명품차라 불리는 많은 브랜드들이 많이 있다. 대표적으로 포르셰, 벤츠, 아우디 등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고 좋아하는 자동차들이다. 이렇게 독일이 자동차산업 강국이 된 배경에는 그들만이 소유한 어떤 전문가 정신, 실용을 추구하는 문화, 그리고 기술에 대한 자부심 등이 맞물려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사랑받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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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펜부르크 궁



뮌헨의 도시 모습은 묘하게 오스트리아 과 닮아있다. 도시의 경관과 풍경이 닮은 것이 아닌, 주요 관광지의 위치나 그 모습이 왠지 모르게 을 떠오르게 했다. 먼저, 빈과 같이 도시 가장 중심 되는 지역에는 올드타운과 중앙역이 존재한다. 이곳에는 역사적으로 오래된 관광지와 상업지구가 모여있다. 대표적으로 뮌헨 시청과 궁, 오래된 성당들이 모여있고, 광장과 시장 등 여행자들이 많이 찾고 머물게 되는 장소들이 밀집되어 있다.


그리고 올드타운을 조금 벗어나면 과거 왕가 혹은 귀족이 거처했던 부지가 넓은 궁이 있다. 빈에서는 쇤부른 궁이, 뮌헨에는 님펜부르크 궁이 있다. 두 궁전 모두 끝이 안 보일 정도로 넓은 부지를 자랑하고, 화려한 장식과 정원 등 지배층의 예술적 면모 아니 어쩌면 부유함을 자랑하기 위해 조성된 공간들이 있다. 목적이 어찌 되었든 그들의 아낌없는 예술후원 덕분에 현재 우리는 아름다운 예술작품을 즐길 수 있고, 특히 님펜부르크 궁 뒤편에 위치한 넓은 산책로를 걸으며 나는 행복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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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펜부르크 궁 역시 뮌헨 올림픽 공원처럼 올드타운에서 꽤나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이곳에 오기 위해 트램을 타고 방문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편하나, 왠지 모르게 교통비를 아끼고 싶었던 나는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의 광역전철인 'S반(Banh)'을 이용했다. 유레일 패스 이용자는 무료로 탑승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대신 뮌헨 '라임(Laim)'역에서 내린 후 약 30분을 걸어가야 했다.


'라임(Laim)'역에서 님펜부르크 궁까지의 길목에는 뮌헨 사람들이 살아가는 한적한 동네가 줄지어 있었다. 우연한 결정에서 마주한 뮌헨 시민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다. 사람들이 붐비는 올드타운에 비해 조용하고 여유 있는 동네, 그리고 주택가에서 들려오는 평범하고도 생생한 일상의 소리로 이곳 구석구석 모든 곳에 사람들이 남겨놓은 행복의 흔적을 느낄 수 있었다. 고급진 저택 담벼락 너머 들려오는 피아노 연주, 옅은 미소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 누군가를 위해 갓 구워진 구수한 빵냄새 등 간접적으로 그들의 행복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어느덧 저 멀리 님펜부르크 궁의 남쪽 입구가 보였다. 오후 시간이 되자 주차장에는 먼 타지 어디서 왔을지 모를 단체 관광객들은 우르르 대형버스에서 내리며 궁 내부를 채워가고 있었다. 님펜부르크 궁에 입성하자마자 직관적으로 바로 보이는 하얗고 깔끔한 건물과 드넓은 부지에 놀랐다. 그리고 바닥에 흩뿌려진 수많은 백조의 배설물에 또 한 번 놀랐다. 님펜부르크 궁의 앞마당은 마치 백조의 거대한 서식지라 생각들만큼 많은 백조들이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17세기 님펜부르크 궁이 처음 기획될 당시 이곳은 바이에른 주를 통치하던 귀족이 여름 별궁으로 사용하기 위해 건축되었다. 이후 증축과 확장을 거쳐 바이에른 왕가가 주로 머무는 곳으로도 사용되었고, 현재는 박물관 및 미술관으로써의 기능을 하고 있으며, 뮌헨 시민들이 자유롭게 찾아와 산책하고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으로 활용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먼 곳에 위치한 지리적 특성 때문일까 관광객들은 님펜부르크 궁 내부를 구경하고 곧바로 떠나는 반면, 뮌헨의 시민들은 정원 곳곳에 위치한 벤치에 누워서 책을 읽거나 앉아서 담소를 나누는 등 님펜부르크 궁이 그들의 일상생활에 자연스레 녹아있는 모습이 신기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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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느껴지는 여유가 너무 좋았다. 온 세상이 평온하게 느껴졌고 이들의 여유로운 일상생활이 부럽게만 다가왔다. 그저 산책하고 둘러보기 위해 왔다가 이곳이 너무 좋아 다음날 새벽 일찍 또 한 번 찾아왔다. 거리가 멀어 오래 걸었음에도 피로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아무도 없는 조용한 님펜부르크 궁에서 오는 공간감을 오롯이 혼자서 느껴보고 싶었다. 사람이 없는 님펜부르크 궁 안, 이번엔 나도 벤치에 누워보고, 님펜부르크 궁을 배경으로 한 독사진도 마음껏 찍으며 내가 즐길 수 있는 모든 방식으로 이곳을 즐기고 있었다. 아무도 보지 못한 나만이 알 수 있는 이곳에서의 추억을 홀로 쌓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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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정원



뮌헨에서의 마지막 여행지는 뮌헨 도시 중앙에 위치한 거대한 공원, '영국정원 (Englischer Garten)'이다. 이곳의 면적은 약 4km^2로 세로로 길게 이어진 형태를 띠고 있다. 길이가 짧은 면에서 반대편으로 바라볼 때 시선의 끝까지 우거진 나무가 이어져있어 거대한 숲의 일부분이라 생각이 들 정도의 공원이다.


뮌헨이라는 도시가 부러웠던 이유는 그들이 가진 부유함 외에도 도심 곳곳에 드넓은 녹지가 형성되어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우리나라 서울 올림픽 공원의 최소 두세 배 되는 거대한 공원이 뮌헨 도시 곳곳에 위치해 있다. 이 같은 공원 덕분에 뮌헨 시민들은 언제든 자연 속으로 들어가 의 시간을 가지며 여유를 되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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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자연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 인간의 유전자 깊은 곳에는 자연이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인류 역사의 상당 기간 자연 속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우리의 인지능력과 뇌세포, 몸의 움직임은 모두 자연 속에서 살아왔던 흔적을 그대로 담고 있다. 때론 자연이 주는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또 때로는 자연에서 회복하기 위해 생물학적 진화가 이루어져 왔으며, 그렇기에 우리 인간은 자연으로 들어가면 마음속 평온함여유가 느껴지는 듯하다.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가장 원초적 인간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럴까 영국 정원을 거니는 동안 마주하는 모든 뮌헨 시민들의 표정은 밝아 보였다. 나이와 상관없이 모든 커플들은 서로의 눈을 마주치며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아이들은 맨발로 드넓은 초원을 뛰어놀며 자연과 교감하고 있었다. 뮌헨 사람들이 행복해 보이는 이유가 드넓은 자연 때문인지 아니면 경제적 풍요로움 덕분인지 잘 모르겠지만, 그들의 모든 작은 몸짓에 여유가 스며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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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심은 곳간에서 나온다'는 오래된 속담이 있다. 이는 확실히 오래전부터 여유가 사람을 인자하고 평화롭게 만들며 또 행복하게 한다는 지혜를 담은 것 같다. 건강한 몸에는 건강한 정신이 깃들고, 안정된 삶에는 여유가 깃드는 것처럼 이 두 가지를 삶에서 잘 꾸려내 행복한 일상을 만들어갈 수 있다. 사람들이 인생에서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이 두 가지를 이미 모두 진취한 것 같은 뮌헨 시민들의 일상생활을 보며 많은 생각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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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히 번지는 삶



여유와 침착, 평온함과 평안함. 평정심. 내가 일상을 살아가며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심리 상태다. 잔잔하고 고요한 상태로 부산스레 들떠있지 않고, 감정변화의 폭도 깊지 않으며, 마음의 선이 있다면 마치 직선으로 곧게 지속적으로 이어가는 듯한 상태. 기타 줄이 튕기듯 어떤 외부 자극에 잠깐 흔들릴지라도 언제 금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는 상태. 내가 추구하고 늘 유지하고 싶은 마음상태다.


일상을 살다 보면 다양한 곳에서 마음이 동요되기 쉽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아가는 도시에는 물리적으로 좋고 싫으나 타인과 한데 뒤섞이기에 더욱 많은 자극들을 일상 속에서 마주하게 된다. 한껏 날카로워진 감각과 예민해진 마음상태는 서로를 더욱 찌르고 상처를 주기 마련이고, 아픔이 채 치유되기 전 또 다른 날이 상처 난 곳을 베어 간다. 고통이 느껴지는 마음을 움켜쥐고 더 상처받지 않기 위한 마음의 보호막을 하나씩 쌓다 보면 결국엔 타인을 향한 방어본능에서 비롯된 무관심 그리고 따뜻함 보다는 냉소적 태도로 삶을 살아가게 된다.


유난히 날이 선 사람들이 있다. 마음의 벽이 푹신한 쿠션이 아닌 마치 고슴도치처럼 찌를 듯한 가시로 덮인 사람들이 있다. 선천적 혹은 후천적 요인으로 인해 이런 공격적인 형태로 자신의 마음을 만들어간 사람들이다. 어쩌면 자신의 성숙하지 못한, 어리고 연약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형성한 방어본능이겠지만 자신도 모르게 혹은 오히려 의도적으로 주변인들에게 상처를 준다.


사람이 많은 도시에 살다 보면 확률적으로 이런 날 선 사람들을 마주할 횟수는 자연스레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일반 군중 속 곳곳에 숨어있다 거침없는 언행과 공격으로 타인의 인격을 갉아먹는다. 아무리 마음이 차분하고 잔잔한 사람이라도 동요할 수밖에 없으며, 따뜻하고 평화로웠던 마음에는 깊은 상처를 가득 안게 된다.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주변 다른 이들을 둘러볼 여유 또한 사라지고, 혹여나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상처가 심각한 상태에 도달하면 자기 자신을 돌볼 여유도 사라진다.


상처받은 사람들이 살기 위해 가장 먼저 택해야 하는 선택지는 그곳을 벗어나는 것이다. 꼭 움켜쥔 상처 주는 그 무언가를 내려놓는 일이다. 그리고 누구도 닿지 않는 먼 곳에서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해 자신이 받은 상처를 돌이켜보고 하나하나 꿰매는 일이다. 그곳에서 우리는 스스로 치유할 수 있고, 다친 영혼을 다시 회복하며, 삶을 살아갈 용기를 새로이 얻을 수 있다.


다시 마음의 여유를 갖기 위해 쉽게 찾아갈 수 있는 곳은 자연이다. 산이 될 수도, 바다가 될 수도, 공원이 될 수도 있다. 생기 가득한 환경에 녹아 자연의 끈질기고 위대한 생명력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인위적 자극으로부터 멀어져 마음의 평온함과 평정심을 되찾을 수 있다. 부정과 불안이 엄습하지 않는 고요한 상태에서 우리는 보다 더 자신 내면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진심을 알아챌 수 있다. 그렇게 삶의 방향과 인생의 주도권을 다시 쟁취할 수 있다. 이렇게 양질의 에너지로 내면이 다시 채워질 때, 우리는 정서적 여유를 가질 수 있다.


시간을 내어 자연을 바라보라.
그것이 마음의 빈 공간을 채운다.

톨스토이


인간의 삶 그 끝에는 물질적, 정서적 여유를 가지는 것이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 최종 목표라는 생각이 든다. 현시대의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물질적 여유를 가지기 위해 정서적 여유를 잃어버리기 마련이지만, 이 두 가지 모두 균형을 맞추며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리 물질적으로 여유로워도 내면이 충분히 채워지지 않으면 스스로 영원히 만족할 수 없는 불안한 존재 혹은 타인을 괴롭히는 불편한 존재가 되기 때문이다.


마음의 그릇이 넓을수록 마음에 담을 수 있는 여유는 늘어난다. 마음의 그릇을 넓히는 과정에는 많은 사유의 과정을 필요로 한다. 세상을 보는 지식과 관점이 넓어질수록 마음의 그릇은 함께 넓어진다. 거기에 사랑이라는 따뜻함이 한 방울씩 들어갈수록 보다 더 타인에게 온기를 주는 존재가 된다.


여유가 가장 중요하다. 물질적, 정서적 풍요로움은 조금씩 그 영역을 넓혀 주변으로 스며들게 된다. 그렇게 주변의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는데 도움을 주고, 세상의 불을 밝히는 따뜻한 긍정적인 존재가 된다.


행복노트 #72

여유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본질적인 것을 음미하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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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인스타그램: @domkim.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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