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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윌리를 찾아서 Oct 31. 2023

국토 대장정

도전하지 않는 젊음은 낭비일 뿐이다. 

2014년 대학교 1학년 여름.


학기가 끝나기 2~3개월 전쯤부터 방학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러다 친구의 등쌀에 못 이겨 엄홍길 재단에서 주최하는 '국토 대장정'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엄홍길 대장님은 2013년부터 전국의 젊은 청년들과 함께 강원도 고성에서 파주 임진각까지 걷는 행사를 매해 진행하는 중이었다. 

14년 2회에 참여하게 된 나는 대학교 이외에 처음으로 남한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다양한 사람들과 만날 수 있고 많은 것들을 보고 배울 수 있었다. 


처음엔 말 한마디도 안 하고 걷기만 했다. 대원들과 맞춰 구호를 외칠 때도 조용히 외쳤고 아는 노래가 많지 않아 응원가 같은 건 따라 부를 생각을 못했다. 


그러다 보니 150명이 되는 사람들이랑 걷는데 무엇인가 혼자 대장정을 하고 있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먼저 크게 응원하고 먼저 대원들과 인사하고 대화를 걸어야 했다. 

내가 피동적으로 행동하면 그 단체에 완전히 먹혀 버린다. 대장정이 끝나도 이들의 기억에 내가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도전하지 않는 젊음은 낭비일 뿐이다"

다들 지쳐 조용히 걷기만 할 때 누군가 선창을 떼면 다들 따라 한다. 

이때부터 내가 먼저 구호 선창을 하는 일이 많아졌고 저녁에 텐트에서 잠들기 전엔 다른 대원들에게 군가를 직접 배우기도 했다. 


전날 배운 군가는 다음날 바로 써먹기도 했다. 

"높은 산 깊은 곳~~~"만 해도 대원들이 "적막한 산악"을 외친다.   힘이 난다. 

이것이 단체 생활의 묘미고 국토 대장정을 하는 궁극적인 목표다. 


물론 중간에 포기하고 싶기도 했지만 어떠한 일에 목숨까지 걸어 본 적이 있던 내가 아닌가

이 정도 잠깐 힘듦에 주저앉을 수 없었다. 

엄지발톱이 빠져 제대로 서있기도 힘들다. 또 발바닥엔 물집이 잡혔다 터졌다 밀려 가죽이 벗겨져 시뻘건 속살이 드러나기도 했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었다. 


국토 대장정은 당시 나를 위한 하나의 테스트이기도 했다. 

대장정은 성과적으로 마치고 나서 알지 못할 성취감에 당분간 들떠 지냈다. 닥치는 모든 어려움들을 이겨 낼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얼마 전에 기안 84님이 마라톤 풀코스 달리는 방송을 보았다. 나로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다. 설사 풀코스 성공했다 하더라도 인생에 한 번이면 족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종종 짝꿍과 안양천을 달리기도 하지만 달리기에는 완전 젬병이다. 


기안 84님의 방송을 보고 국토 대장정을 했을 때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 

언젠간 나도 도전하리라 마음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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