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릿한 당신을 위한 기도
한국에 오고 난 후 해마다 하는 의식 같은 것이 있다.
바로 일 년 중 두 번 그를 위한 기도를 하는 시간을 가진다.
그의 생일은 12월 14일, 8월 22일은 그가 세상을 떠난 날이다.
그의 빈소에도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 딱 이 날들에는 나 혼자 방구석에서 그를 그리며 기도를 한다.
하루하루 바쁘게 사느라 평소에는 생각을 할 수 없어 이렇게 라도 그를 기억에 두려고 노력한다.
'잘 지내고 계십니까?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당신이 그토록 싫어하던 여자 옆에서 저는 가끔 당신이 존재했는지도 잊은 채 살아갈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내가 싫으실까요? 그래서 꿈에라도 나타나지 않으시는 걸까요?
저는 해마다 당신 생일과 당신이 떠난 날을 기립니다. 저의 정성이 부족했던 것일까요.. 뭐 정성이랄 것도 없지만요.
그쪽은 날씨가 많이 춥지요... 벌써 12월 중순이네요
그래서 당신은 흰 눈 속에 덮여 있나요?
아직도 당신의 눈앞엔 푸루른 바다가 보이나요?
가끔은 당신이 부러울 때도 있습니다. 누구나가 고향땅에 묻히는 것이 사후에 가장 큰 행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당신은 저의 부러움의 대상일지도 모르겠네요.
얼마 전 '코코'라는 애니메이션을 보았습니다. 보면서 짝꿍의 눈을 피해 당신 생각을 하면서 눈물을 훔쳤습니다. 만약 사후 세계가 있다면,,, 만약 당신에게 내가 없다면 당신은 그곳에서도 얼마나 외로운 날들을 보냈을지...
당신을 당신이라 표현해서 죄송합니다.
당신을 '그'라는 대상으로 표현해서 미안합니다.
그래도 너무 서운해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저는 언제까지 일지는 모르겠으나 제 기억이 다 하는 한 당신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나의 아버지인 당신이 나를 보러 한번 와줬으면 좋겠습니다.'
사랑할 수 없는 나의 아버지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