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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윌리를 찾아서 Aug 22. 2024

당신이라면 과연

한달 전 내 인생에 있어 아주 중요한 시험이 있었다. 

일년 간 준비해 온 시험 결과는 볼 필요도 없을 정도이다.

허무하기 짝이 없고 나의 수준을 한탄하며 지나온 선택들에 후회 또한 얹어 본다.


이젠 무엇을 해야 할까...시험이 끝난 뒤 몇박몇일을 꼼짝없이 침대위에서만 보냈다

물론 차선책을 생각 해놓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응원해 준 가족과 주변을 향해 얼굴을 들수가 없는 것이 더욱 부끄럽다.

친구들은 조심스럽게 시험 결과를 물어왔고, 가장 믿고 의지했던 친구마저 등을 돌렸다


끊었던 담배를 다시 꺼내 들었다. 

입 바람에 힘입어 사라지는 담배 연기를 보며 마치 이룰 수 없는 꿈을 잡아보겠다고 악을 썻던 과거의 나를 본다.

꿈 = 담배 연기


요즘 건물 옥상에 자주 올라간다. 조용하고 혼자서 보는 야경은 이 넓은 곳에 나 하나 서있을 곳이 없겠냐 는 듯이 반짝 거린다.

그래 다시 시작해보자~~


어디가 문제가 생겼는지 지난 밤에는 화장실을 4번이나 들락거렸다.

아픈 몸이지만 아프다고 말할 사람도 마땅치 않다.

태풍이 온다는 일기예보에 우비와 장화까지 챙겨 집을 나섰고 일 하던 중 아픈 배를 움켜 잡고 병원을 방문했다. 


과민성대장증후군?? 자극성대장증후군?? 한번도 걸려 본적 없는 질병 진단을 받았다.


집에 들러 라면 하나 먹고 다시 알바하고 얼마 전에 들어왔다.

날씨 여파도 있겠지만 오늘 하루는 형용할 수 없이 허전하고 힘든 날이었다. 내 얘기를 들어 줄 누군가가 있었으면 붙들고 울기라도 해보면 나아질까 싶은 순간....


아뿔싸 오늘은 아버지의 기일이었다.

그것 때문이었나보다. 날씨때문이 아니라 육체가 피곤해서가 아니라 

빈곤한 나의 마음을 터 놓을 때가 오늘이어서, 오늘이 이토록 힘들게 느껴졌나보다


어릴 적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아버지의 따뜻한 한마디 듣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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