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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농땡선녀 May 30. 2024

베란다로 쫓겨난 스테이크


어느 날 딸내미에게 온 카톡 사진.



"엄마, 나 스테이크 먹고 싶어서 꺼내놨는데

할머니가 냄새 난다고 베란다에서 구우래.

그래서 베란다에 쭈그리고 앉아서 스테이크 굽고 있어ㅠㅠ."

 


헉!

순간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어떤 말을 해 주어야 할지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아이고…..

할머니는 또 왜 그러실까.

엄마가 미안해.

딸, 네가 이해해 줘.

비록 베란다에서 굽지만 잘 익혀.

그리고 예쁘게 플레이팅 해서 식탁에서 먹어.

꼭꼭 씹어 맛있게 먹어.

우리 딸, 화이팅~!"


옆에 남편 얼굴 보기가 민망했다.


이 사건이 한이 맺힌 소녀는 그 후,

냄새나는 음식을 문 닫고 조리하는 할머니를 볼 때마다 질색하며 큰소리친다.


"저한테는 고기 구울 때 냄새난다고 베란다 나가서 구우라면서

할머니는 이렇게 냄새가 나는데 왜 문도 안 열고 하세요!"  


"금방 만들 건데 뭐. 냄새 별로 안 나."


"아녜요. 할머니. 내 방으로 냄새 들어간다고요."


그러곤 제 방 문은 꼭 닫고 앞뒤 베란다 문을 활짝 열어젖힌다.

방치된 공기청정기 트는 것도 잊지 않는다.


참 보기 좋은 할머니와 손녀 모습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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