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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농땡선녀 Jun 07. 2024

인생 뭐 있나, 이젠 즐기며 살리라

잘생긴 얼굴만 보고 결혼한 대가는 혹독했다.

가난한 남편을 만나 평생 부지런히 살아온 정님 씨.  

평생 골골거리는 남편과 텅 빈 월급봉투에 어린 자식들은 못 먹어 얼굴이 누렇게 떴다.

과일이라도 지고 나가 팔아야 할까.

소심한 성격으로는 "00 사세요~' 소리도 크게 못하고 결국 빙빙 돌기만 했다.


"안 되겠다. 이러다 정말 쫄쫄 굶게 생겼다.

내 새끼들 굶기는 건 정말 안 되지.

뭐라도 해야지."


젊은 시절 못 딴 미용사 자격증이 떠올랐다.

막둥이를 업고 미용 학원을 다니고, 실습 한 달 만에 덜컥 임대 계약을 했다.

무조건 벌어야 했다.

소심했던 정님 씨는 없는 말주변에 용기를 내 손님을 반겼다.

처음엔 파마머리 마는 데 한참 걸렸지만 곧 손에 익어 빨라졌다.

드라이 기계가 처음 나와 드라이할 줄 아는 게 큰 도움이 됐다.

매일 현금이 들어왔다.


엄마는 말했다.


"난 돈 벌면 무조건 니들 맛난 거 먹이고, 새 옷 사서 반듯하게 입히는 데 썼어.

니들한테 쓰는 돈은 하나도 아깝지 않았어.

미용실 열고 첫날 맞은편 가게에 가서 막둥이 잠바 하나를 외상으로 샀어.

나 요 맞은편에 미용실 문 연 사람인데, 내일 돈 벌어서 바로 갚겠다 하고 외상 했지.

그거 사서 막둥이 입혔는데 왜 그렇게 이쁜지. "


생각해 보면 나와 동생들은 학교 다니며 아쉬운 것 없이 컸다.

교재며 준비물이며 필요한 걸 말하면 엄마는 항상 서랍에서 꺼내 가라고 하셨다. 

아버지 역시 엄마 덕분에 풍족해지셨다.

등산도 다니고 친목회도 많던 아버지는 당시 유행하던 춤바람에도 빠졌다. 

정님 씨는 골골대는 아버지가 춤이라도 즐겨서 아픔을 잊어버렸으면 하고 바랬다.

정작 본인은 춤이 적성에 맞지 않았고, 열심히 돈만 벌다 보니 주름만 늘었다고 했다.


그렇게 평생을 자식과 남편 돌보는 데 정성을 쏟은 정님 씨가 나이 들어 찾은 즐거움은 '노래'였다. 

은퇴한 아버지와 함께 복지관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들을 두루 찾아 다니시더니

노래마다 다른 창법을 익히고 많은 노래를 배워 남 앞에서 부르는 즐거움을 찾으셨다. 

집에는 커다란 스피커가 양쪽에 달린 노래방 기기도 들여왔고, 마이크와 비디오 영상, 노래 앨범까지 생겼다.

덕분에 커다란 소음은 덤이었다. 

그렇게 노부부는 인근 노래교실과 노래 카페 여러 곳을 다니며 즐겁게 생활하셨다.


이제 혼자 남은 정님 씨의 취미는 여전히 노래 교실과 노래 카페다.

일주일에 3-4일을 노래와 함께 하는 정님 씨의 일상은 분주하다.

에티켓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고 멋있는 무대 매너도 지키게 되었다.

집에서도 틈틈히 노래 교실에서 배운 노래를 연습하고 유튜브로도 새 노래를 익힌다.

두어 달에 한번 야외 공연장에 나가려면 무대 의상도 신경써야 한다.

정님 씨는 오늘도 흥얼거리며 노래 가사를 적는다.

  

"인생 뭐 있나.

이제 즐기며 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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