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저녁, 아르바이트 중이던 딸아이가 톡을 보내왔다.
엄마, 할머니 코로나 걸리셨나 봐.
집에 진단 키트 남은 거 있냐고 물어보셔.
바로 전화했더니 며칠 전 허리 아파서 병원 다녀온 이야기부터 이비인후과 가서 몸살 약 받아 드셨다는 이야기까지 어제도 들었던 이야기를 코맹맹이 목소리로 20분도 넘게 또 말씀하신다.
오늘은 낮에 노래 카페도 다녀오셨는데 목이 칼칼한 것이 노래도 잘 안 불러지고 몸에 힘도 하나도 없고.
아무래도 느낌이 이상하다는 거였다.
가까이 사는 남동생한테 전화해 진단키트 사서 들러보라고 했다.
얼마 후 두 줄 선명한 사진이 도착했다.
키트에 검사하니 C는 아직 선도 안 보이는데 확진을 알려주는 T부터 먼저 선명하게 뜨더라며
엄마 말로는 벌써 여러 날 지났다고 병원 안 가도 되겠다 하신단다.
지난주 목요일 즈음 정님 씨는 허리가 아프다며 통증의학과에 가서 허리 주사를 맞았다.
평소 드시던 허리 약을 먹어도 차도가 없이 앉아있기도 힘들고 서 있기도 걷기도 힘들다며 허리 주사를 맞아야겠다고 말했다.
주사를 맞은 다음날엔 또 온몸이 다 아프다고 했다.
허리 아픈 건 좀 나은 것 같은데 머리고 다리고 팔이고 발바닥까지 아파 너무 고통스럽다고 했다.
혹시 코로나 아닌가 싶어 기침은 안 나냐, 목은 안 아프냐, 콧물은 없냐 물으니 그런 건 없다며
정님 씨는 결단코 코로나는 아니라고 단언했다.
주말 동안 정님 씨는 콧물이 심했고 마른기침도 났다.
목소리도 코맹맹이가 되어있었지만 그래도 정님 씨는 감기 몸살이라고 믿었다.
원래 허리 주사가 척추 꼬리 뼈에 직접 놓는 거라 소스라치게 고통스럽다며 그 주사가 너무 힘들어 몸살에 걸린 것 같다고 자체 진단했다.
동네 이비인후과에 가서 감기몸살 약을 받아먹으니 좀 났나고 했다.
그러곤 아픈 몸으로 장도 보고 친구도 만났다.
이비인후과에서도 몸살이라고 했다며 마른기침만 날뿐 목은 아프지 않다고 우겼다.
정님 씨는 몸살일 뿐 코로나는 아니라고 단언했다.
화요일 노래 카페에 다녀오면서 살짝 의심이 가기 시작했다.
걷기도 힘들고 온몸에 힘이 없었다.
노래도 잘 안 불러져서 기분이 안 좋았다.
마른기침도 계속 나고 목도 칼칼했다.
드디어 정님 씨가 코로나를 의심하기 시작한 것이다.
키트로 확진받은 다음날부터 정님 씨는 급속히 나아졌다.
이비인후과 감기약만 먹었는데 목소리가 돌아왔고 몸살은 진작에 다 나았다.
그 와중에 호수 공원에 산책도 하고 병원 두 군데도 갔다.
재래시장에 가 장도 보고 하루도 쉬지 않고 외출을 했다.
정님 씨는 열 내리느라 땀을 함빡 흘리면서도 돌아다녔다고 자랑했다.
코로나를 확진한 날 이미 5일이나 지나 거의 다 나았다는 것이다.
그렇게 정님 씨는 두 번째 코로나 투병을 마쳤다.
얘, 나 정말 죽는 줄 알았어.
너무 아파서 이렇게 아프니 차라리 죽었으면 싶었어.
처음부터 코로나 검사를 받았으면 진작에 약 드시고 덜 아팠을 텐데
노인네 고집이 안타까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