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초반 TV프로그램 유행어 중에 '숏다리', '롱다리'가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타인의 신체를 비하하는 수준 낮은 개그라 비난받아 마땅할 일이지만 그 시절엔 다 같이 웃었더랬다.
롱다리와 숏다리.
나의 엄마 정님 씨는 박장대소하며 즐거워하셨다.
그러고는 키 작은 큰 딸을 보며 외쳤다.
"너도 숏다리구나.
나는 키가 작아도 숏다리는 아닌데.
아니, 너는 숏다리도 아니다.
비눗갑처럼 짜부장하니 너는 숏다리가 아니라 곽다리가 맞겠네. ㅎㅎ
비누곽 다리, 곽다리.
야! 꽉다리!"
그 후로 한동안 정님 씨는 나를 볼 때마다 '꽉다리!"라 부르며 놀려댔다.
어이없던 큰 딸은,
"무슨 엄마가 저래?
친엄마 맞아?"
그저 억울한 항변을 쏟아낼 뿐이었다.
그래도 꽉다리라 불린 큰 딸은 멘탈이 강했다.
비록 정님 씨가 친엄마가 맞는지 한동안 심각하게 의심하긴 했지만
정님 씨의 높은 자존감 유전자를 물려받은 탓인지
엄마나 나나 다리 길이는 한 끗 차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도 남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