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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당탕탕 손박사 Apr 26. 2024

미국 바이오텍 스타트업 1년차 느낀점

한국 박사 포닥후 미국 취업

지난번 취직후 1개월차 느낀점을 글로 올렸었는데 시간이 흘러 약 1년 이상 시간이 흘렀고 초반에 느꼈던 점과 어떤게 달라졌는지 공유해보려고 한다.


무엇보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영어다. 지난번에도 말했지만 난 외국에 살아본 경험 없이 한국에서 박사학위를 땄고, 한국인 교수님 밑에 한국인이 많던 랩에서 포닥을 했기에 내가 쓰는 영어 표현은 꽤나 제한적이었다. 취직후 몇 달을 돌이켜보면 완전 새로운 환경에 놓이니 다양한 영어표현을 듣게 되었다. 물론 전부 내것으로 만들진 못했지만 내가 서바이브 하기 위해서 내가 한 것을 설명하기 위한 표현들은 좀 배운 것 같다. 아마 외국에서 일하고 있는 영어가 부족한 한국인들이 느끼는 것일 것 같은데 영어를 잘하는 것과 회사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는 것은 약간 다를 수 있다는 걸 느꼈다. 


초반에는 회사에 오래있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던 것 같다. 물어볼 것도 많고 인더스트리 경력이 0년 이었기에 다른 사람이 봤을 때에도 어색한 부분이 많았을 것이다. 난 첫 세달정도는 이를 극복하고 팀멤버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자 약간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려고 했던것 같다. 그래봤자 8시 반정도 출근해서 5시 반정도 퇴근하는 것이었다. 지금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가끔은 집에서 일할 때도 있고, 회사에서 할만한 일이 끝나면 집에 세시쯤 도착해서 남은 미팅도 하고 컴퓨터로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날이 종종 있다.


부담감이 줄었던거 무엇보다 매니저가 바뀌어서 그런것 같다. 나보다 인더스트리 경력이 4년정도 많은 스태프 엔지니어가 있었는게 그가 매니저로 승진 하면서 난 그 팀으로 소속이 바뀌었다. 사실상 거의 행정적이긴한데 PTO나  WFH 같은 문제를 바뀐 매니저와 이야기 하면 되었기에 훨씬 편해졌다.


일 관련해서는 첫째, 생각보다 깊이있는 학문적 지식은 많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빠르게 빠르게 흘러가는 미팅들에서 내 의견을 제시하려면 여태까지 연구했던 경혐, 논문으로 읽었던 것들이 확실히 필요했다. 대학원이나 포닥을 할 때는 개인 시간이 많아서 논문 하나하나를 읽어볼 수 있었지만 스타트업 환경에서는 내가 70% 확신을 했을 때 다른 사람에게 의견을 공유해야했다. 이는 스타트업의 특이한 환경때문인데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때 매니저들은 리소스가 없는 상태에서 결정을 내려야 하기 때문에 충분한 인풋을 주지 못하면 프로젝트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실제로 실험을 하는 나 입장에서는 그게 시간 낭비일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99% 확신 없어도 이야기 해주실 매니저들도 바라는 것 같았다. 


두번째론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게 어떤 것인지 약간 깨달을 수 있었다. 내가 들을 것을 잘 정리해서 다른 사람에게 쉽게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 매우 큰 능력이고, 학문적 베이스와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둘다 가진 사람은 많지 않아보였다. 우리 회사만 그런게 아닐 것 같은데 어쩔수 없이 유사한 전공을 했더라도 원어민들은 커뮤니케이션에서 기회를 보게 되는 것 같고, 영어를 못하는 나 같은 경우엔 커뮤니케이션능력을 키우되, 나머지 기술적인 것을 더 키워 서바이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쉬운 점은 더 중요한 일을 할 자신이 있는데 나에게 까지 기회가 잘 오지않는 달까. 우리팀에는 회사에온지 2년 이상되는 멤버가 3명이 있는데 많은 것들이 그들에 의해서 결정이 되었었다. 나한테 어떤 일을 시키더라도, 본인들의 경험에 의한 예측을 기반으로 액션를 먼저 취한다. 그럼 내가 하는 일은 중요성이 떨어지게 되고 본인들이 취한 액션에 대한 근거가 되어서 일이 정리가 된다. 다큐멘테이션을 잘 하지 않는 팀이라서 내가 만든 데이터는 공유하고 하더라도 뭔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나중에 알게 된건데 (스타트업 특징일지는 모르겠지만) 앞서 말했듯이 70% 확신이 들었을때 90% 정도 맞는 것처럼 말해서 다른 사람들이 액션을 취하게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게 틀려도 사람들이 크게 신경쓰지 않는 것 같았다. 이런 분위기가 다른 회사에는 적용되지 않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작년 2023년 말, 올해 초 3월 두번의 레이오프를 겪고 나서 같이 일하던 사람들이 많이 떠나게 되었다. 처음엔 좀 무섭고 허무하다는 생각, 나는 영향 받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등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첫번째 레이오프 이후엔 내가 하고 싶지는 않은 일이지만 좀 더 회사에 도움이 되는 프로젝트들을 맞게 되었다. 하지만 시간 흐를수록 점점 그런 프로젝트들의 비중이 커지게 되었고 나는 내 잡 디스크립션과 맞지 않는 일을 많이 하게 되었다. 매니저의 선택이 완전히 틀리진 않았던 게 나는 예전에 유사한 일을 해보았고 그 점을 인터뷰때도 강조했었다. 이 프로젝트 때문에 나는 이직을 결심하게 되는데 이는 다른 글에서 더 다뤄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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