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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당탕탕 손박사 Feb 25. 2023

미국 회사 한 달 느낀 점

미국 바이오텍 스타트업 적응기

우선 간단히 소개를 하면 나는 한국에서 박사를 따고 미국에서 2019년부터 살고 있다. 보스턴의 한 병원에서 포닥을 하다가 지난달부터 바이오텍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고, 이 글을 통해 내가 느낀 생생한 느낌을 공유하고자 한다. 



(1) 생각보다 일하는 시간이 많다

내가 아는 미국 대기업을 다니는 지인들은 보통 일하는 시간이 9-5 정도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내가 다니는 회사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오래 회사에 머무는 것 같다. 그 회사의 경우 시작부터 중국계 사람들이 주축이 되어 만든 회사여서 그런지 몰라도 동아시아 사람들이 많고 내가 속한 팀은 대부분이 동아시아 사람들이다. 정해진 출퇴근 시간은 없고, 위치가 도심지라 트래픽을 피해 늦출늦퇴 하는 젊은 사람들이 많은 것 같긴 하다. 또한 회사가 작지만 한 건물을 통째로 쓰기 때문에 주위가 전부 우리 팀이거나 아는 팀들이어서 그런지 일찍 나가는 게 눈치가 보이는 구조이다 (나만 그럴지도..?). 몇몇 사람들의 경우 일에 매우 몰두하는 것 같은데 8시에 와서 6시 넘게 까지 일하는 사람들도 꽤 있는 것 같다. 참고로 나는 9시에 도착해서 5시 반정도에 퇴근하는 포지션을 취하고 있긴 한다. 앞으로 집에서 할 것들이 생기면 재택을 해도 된다고 했던 거 같은데 아직은 적응 중이라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 같다. 


(2) 초반 며칠의 어색함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아무도 모르는 단체에 어느 날 갑자기 던져진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인 것 같다. 더군다나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니 혹시나 놓치는 말이 있을까 신경이 곤두서 있으니 처음 며칠은 아무것도 안 해도 녹초가 되어서 집에 왔던 것 같다. 그리고 매니저 성향에 따라 매우 다를 것 같은데, 내 매니저는 경력이 매우 많고 밑에 사람도 많아서, 내가 온 날도 따로 시간을 내주지 않고 만나서 반갑다 나중에 이야기하자가 끝이었다. 또한 매니저가 아닌 같은 팀원들이라도 해도 굳이 나의 onboarding에 도움을 주지 않았던 것이 그 사람들의 업무가 아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가장 힘들었던 건 역시 첫날이었는데 할 일 없이 가만히 앉아있는 게 고통스러웠다. 내가 주변 사람 신경을 많이 써서 그런 것일 수도 있는데, 첫날부터 핸드폰으로 다른 짓을 할 수도 없고 랩탑도 안 받은 상태에서 난 그냥 회사에서 나온 논문이나 자료 같은 걸 "읽는 척" 했다. 나보다 나중에 온 다른 팀 사람들을 보니 최소한 매니저가 뭐 읽어보라고 주던데 난 그런 게 없었다.


(3) 팀 적응 과정

매니저와 개인미팅이 없는 대신 팀미팅이 자주자주 있었는데 그때 누구한테 뭘 배워라, 누구가 뭘 하는 데 도와줘라 이런 식으로 크게 크게 디렉션을 줬었다. 이런 디렉션이 있을 때 그 사람들 최대한 괴롭혀서(?) 내가 배워야 하는 것을 확실히 해야 하는데 이는 포닥을 하면서 배웠던 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미국에 와서 달라진 점 중 하나인데 누구한테 뭘 부탁하고 물어보는 걸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는 거다. 시간이 지났는데 알아야 할걸 못 배웠을 때 생길 수 있는 상황이 더 공포스럽기 때문이다. 큰 회사는 모르겠는데, 내가 컴퓨터를 받았을 때 Microsoft 관련 프로그램 말고는 아무것도 안 깔려있었는데 다른 프로그램을 필요할 때마다 하나하나 깔아야 했다. admin access가 필요하고 프로그램 따라 라이선스가 필요한 것도 많기 때문에 그때그때 시간이 지체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4) 영어의 어려움

나는 박사 주제도 그랬고 포닥을 하면서도 내가 주로 맡은 일은 바이오 연구를 위한 장비 개발이나 데이터 프로세싱을 하는 일이었다. 현재 팀은 좀 더 하드웨어에 치중되어 있지만 전반적으로 내가 했던 일들과 꽤나 잘 맞는 것 같다. 내가 영어가 매우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는데 이를 극복하고 있는 이유가 핏이 아닐까 싶다. 


- 내 영어가 부족해서 이겠지만 일상생활에서는 들어보지 못한 단어가 있다. 예로 procure, show stopper, impetus. 훨씬 많은데 벌써 다 까먹은 것 같다.

- 하는 일 특성상 업무가 좀 다양한 하여 영어로 잘 설명해보지 않는 것을 설명해야 할 경우가 있다. 모국어로도 설명하기 어려운 거라 영어로는 훨씬 어렵다. 예를 들면 송곳을 빌리고 싶었는데 송곳이라는 단어를 모르니 이를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나 내 코드를 설명해야하는 상황 (난 코딩에 대해 외국인이랑 이야기 해본적이 없다.) 등. 



까먹기 전에 내가 느꼈던 경험을 남기고 싶어서 두서없이 이것저것 적긴 했다. 그래도 회사를 다니면서 지금 까지는 포닥보다 생활 면에서 훨씬 안정적이라는 느낌이 나쁘지 않다. 또한 포닥이 3년차가 넘어가면서 새롭게 배우는게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들곤 했는데,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들한테 배우는 게 많아서 좋은 것 같다. 한국에선 일을 안 해봐서 그런지 몰라서 미국엔 특히나 친절한 나이 지긋한 엔지니어들이 가끔 있는데 이것저것 많이 알려주려고 한다. 내가 이해하지 못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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