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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수 Aug 09. 2018

결국, 구치소에서 만났다.

청소년을 위한 나라는 없다 - 한 번도 공식이 틀린 적이 없다.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가출했던 학생이다. 가출은 끝났지만 불행히도 학생이 돌아온 곳은 집 대신 구치소였다. 전화를 받고 의자에 덥석 주저앉았다. 어떻게 해서라도 찾고자 애썼던 지난 시간들 때문에 나는 그만 주저앉고 말았다.


중간중간 연락은 있었다. 오늘은 청주. 그저께는 강릉, 그리고 한 달 전에는 수원. 며칠 사이에 여러 지방을 다닐 정도면 넌지시 예상되는 것들이 있었다. 통화를 하고 있으면 목소리 너머 서너 명의 남자 목소리와 앳된 여학생 목소리가 들리곤 했다.


최근까지 연락을 하고 정확히 8일 동안 연락이 없었다. 그리고 학생의 어머니로부터 연락을 받은 것이다. 결국 우리는 구치소에서 만났다. 한 명은 수감자로 한 명은 면회자로. 죄명은 물어볼 필요가 없었다. 이미 알고 갔으니까. 나를 주저앉게 만든 이유도 꽤 긴 시간 정신을 차릴 수 없었던 이유도 바로 그 '죄명'때문이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배고프다고 연락 오면 당장 불러내서 함께 주먹밥을 먹었고, 차비가 없다고 하면  다시 만나서 편의점에서 교통카드를 사주기도 했었다. 자주는 아니다. 두서너번 정도. 구치소로 가는 내내 복잡 미묘한 감정이 엄습했다. 마치 엉켜있는 휴대폰 충전기 전선 같았다. 실망, 걱정, 불안, 대책....  


놀랐던 모양이었다. 아마도 내가 면회를 올 거라는 생각은 안 했던 것 같았다. 웃는 표정으로 문을 열었다가 내가 앉아있는 걸 보고 표정이 바뀌는 것이 보였다. 그래도 반가운 표정은 감추지 못했다.


"괜찮아?"
"네. 여기는 어떻게 아셨어요?"
"연락받았지... 안에 생활은 괜찮아?"
" 네 지금은 괜찮아요..."


"사건 내용이 궁금했다."


죄명이 매우 중한 범죄라서 사건에서 대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몇 명이나 가담했었는지 , 피해자는 어떻게 된 건지...  우발적인지 계획적인지... 물어볼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리고 정말 내가 알고 싶었던 건 대체 왜 그런 큰 범죄를 저질렀는지... 집 대신 범죄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정말 궁금했다.


면회시간 10분이 훌쩍 지나갔다. 그리고 모든 이야기를 들었다. 결국 내가 도와줄 것은 없었다. 앞으로 절차가 궁금하다고 해서 차근차근 설명해주고, 진정으로 반성하는 모습으로 용서를 구하라고 당부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진심으로 반성하는 모습이라고 재차 당부했다.


면회하는 내내 생각보다 나아보여서 다행이었다. 정서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 싶었다. 그게 진심인지 아니면 보여주기 위함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애써 티 내지 않고 밝은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되었다.


마지막 인사를 나누던 찰나에 학생은 결국 눈물을 보였다. 시간을 되돌리고 싶은 마음이 학생의 눈물에서 느껴졌다. 면회실을 나와서 식당 매점으로 향했다. 좋아할 만한 음료와 과자들을 사서 교도관 편으로 들여보내고 구치소를 나왔다.  


그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방법도 내게는 없다. 그의 부모와 가정환경을 바꿔줄 수 있는 능력도 내게는 없다. 나는 그저 만나주고 들어주고 때로는 주먹밥을 입에 물리고 웃으며 편을 들어주는 것뿐이다.  많은 대화와 설득 그리고 필요성을 근거로 돌아오라고 부탁하는 것 외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한 번도 공식이 틀린 적이 없다.


일반 학생이 '비행청소년'이 되고 다시 '범죄소년'으로 향하는 과정에는 공통점이 존재한다. 학업중단위기 - 단기 가출 - 경미 범죄 - 장기 가출 - 중범죄 순이다. 이 공식이 틀린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이 단에서 가장 중요한 시점은 바로 '가출'이 시작되는 '단기 가출' 단계이다. 이 시점에서 부모가 자녀를 이해하고 부드럽게 설득하거나 때로는 합리적인 협상이 이어지 않으면 결국 자녀를 놓치게 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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