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mni presents 1] <브루스 올마이티>와 욥기 40장의 호응
* 주의 *
1. 스포를 많이 포함하고 있습니다.
2. 기독교적 편향 리뷰입니다.
신이 천사를 대동하고 등장했다.
납작 엎드린 네 남자 그리고 단 한 명만이 하나님을 바라보고 있다. 바로 구약 성서 <욥기>의 주인공인 욥이다. 하나님이 보증한 의인이지만, 동시에 그 이유로 시험을 당한 비운의 사나이다. 욥은 한날한시에 열 자식과 그 많던 재산을 한꺼번에 잃고 건강도 잃는다. 온몸을 덮은 종기로 인한 가려움 때문에 잿더미 위에 앉아 벅벅 긁어대고 있을 때, 세 친구가 그를 방문해서 욥의 옆에 앉아 칠일 밤낮을 함께 한다.
그동안 묵묵히 견디고 있었던 욥은 친구들의 위로에 마음이 움직였는지 신세를 한탄하며 깊은 절망에 빠지고, 경건하게 살아왔는데 나에게 왜 이런 환란이 닥쳤는지 하나님을 만나 그 이유를 묻고 싶어 한다. 그러자 친구들은 이렇게 큰 환란을 당했는데도 하나님께 죄를 자복하지 않고 교만하다며 집중 공격을 한다.
욥기 3장부터 37장까지 욥과 세 친구들, 그리고 지나가던 젊은이까지 가세해 벌인 '하나님의 공정함'에 대한 팽팽한 설전은 팽팽하게 부풀어 터지기 직전 들려온 하나님의 우레와 같은 음성으로 중단된다. 그리고 클라스가 다른 하나님의 업무목록들이 이어지며, 귀에 깔끔하게 꽂히는 말씀.
"네가 하나님처럼 능력이 있느냐?(욥기 40잘 9절)
욥기에 등장하는 다소 냉소적인 그 질문이 영화 <브루스 올마이티>(2003)에서 메아리쳐 들려온다. 가슴 따듯한 코미디 영화 <브루스 올마이티>에서는 그 음성이 어떤 맥락으로 들리는지 한번 들어가 보자.
짐 캐리가 주연한 <브루스 올마이티>(연출 톰 새디악, 2003)는 방송국에서 해고된 지역 리포터가 일주일 동안 조물주 역할을 수행하면서 겪는 좌충우돌 코미디 영화이다. 2003년 5월 미국 개봉 당시 키아누 리브스의 <매트릭스2>를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할 정도로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물론 흥행의 보증수표가 셋이나 있으니 이상할 것도 없다. 두말할 필요 없는 짐 캐리, 시트콤 '프렌즈'의 '레이철' 제니퍼 애니스톤, 그리고 모건 프리먼.
뉴욕주 버팔로 시 어느 마을. 제빵사들과 마을 주민들이 초코 쿠키처럼 생긴 거대한 테이블을 둘러싸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테이블이 아니라 초코 쿠키가 맞다. 마을의 유명 빵집에서 세상에서 가장 큰 쿠키 기네스에 도전하는 현장으로, 지역방송국 채널7의 뉴스 리포터 브루스 놀란(짐 캐리)이 취재하러 왔다. 그는 지역 버팔로의 모든 소식들을 빠르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인기 리포터이다.
사실 초거대 쿠키 이벤트는 위생 규정을 위반해 영업정지를 먹은 빵집이 영업정지 해제를 기념해 기획한 행사로, 주민들은 기네스 성공에 정신이 팔려 다 잊고 쿠키를 나누어 먹으며 잔치 분위기다. 시청자들의 입가에 미소를 걸리게 만든 뉴스였지만, 정작 뉴스를 전달한 리포터 브루스의 마음은 지옥이다.
브루스는 지금 은퇴를 앞둔 앵커의 빈자리를 차지하고 싶어 안달이다. 유력한 후보인 동료 에반(스티브 카렐)은 눈에 가시이다. 누가 후임자가 될지 궁금해서 일이 손에 안 잡힐 정도지만, 결과는 은퇴하는 순간 공개된다고 한다. 연인 그레이스(제니퍼 애니스톤)와 함께 있어도 온통 앵커 생각뿐이다. 드디어 그날, 나이아가라 폭포 유람선 메이드호의 156주년 축하 현장을 중계하는 순간 후임자의 이름이 불리는데. 아뿔싸. '에반'이다. 질투와 분노에 휩싸인 브루스는 라이브 방송을 초토화시키고, 해고된다.
오랫동안 일해 온 직장에서 매몰차게 쫓겨난 브루스. 설상가상으로 노숙자가 동네 양아치들에게 공격당하는 걸 보고 도와주다가 몰매를 맞는다. 어제까지는 지역 방송국의 메인 앵커가 되어 전국 네트워크로 진출해서 이 별 볼일 없는 도시를 탈출할 꿈에 부풀어 있었는데, 직장에서 잘리고 처맞고 길바닥에 누워있다니.......
"나는 그냥 개미고, 신은 돋보기를 손에 쥔 악동이야."
"나를 따라다니며 괴롭히는 게 분명해"
"세상은 불공평해."
"신이 내 새와 숲을 빼앗아갔어!"
"왜 나만! 나한테만 나쁜 일이 일어나!"
자꾸만 울리는 삐삐. 허무맹랑한 광고 전화인가 싶어 창밖으로 집어던지고, 부숴트려도, 건전지가 없어도 울리는 기이한 삐삐. 안내 음성이 말하는 곳으로 찾아갔더니 마치 폐건물 같은 수상한 분위기에 이름도 "Omni Presents(어디에나 있는)"이다. 자신을 '신'이라고 소개한 노인(모건 프리먼)은 그에게 일주일간 전지전능을 줄 테니 신이 되어 보라고 제안한다. 자꾸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는 와중에 '전능감'을 확인한 브루스는 신이 나서 오직 자기의 민원을 해결하며 일주일을 보낸다.
신의 전능함으로 자기의 사리사욕을 채우고 있는 브루스에게 한 가지 문제가 생겼다. 사람들의 말소리로 귀가 너무 시끄러운 것. 실시간으로 어마어마하게 쌓이는 기도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캐비닛, 포스트잇 등 다양한 방법을 써 보는데 턱도 없다. 결국 온라인 기도 게시판 응답 시스템으로 해결하기로 하지만, 아무리 빨리 처리해도 계속 쌓이는 기도 민원에 질려버린 브루스는 그만 "Yes, to All"을 해 버린다. 즉, 모든 기도를 들어주게 된 것이다.
브루스가 자기 방송국 특종을 잡기 위해 신의 힘으로 일부러 만들어낸 터무니없는 사건 사고와 "Yes to ALL"로 묻지 마 기도 수리한 일들이 쌓이자, 도시 곳곳에 불만이 아우성친다. 그리고 복권 1등 당첨 기도가 그렇게 많았을까. 1등 당첨자가 너무 많아서 1등 당첨금이 17달러에 불과하자 폭동이 일어나고, 곳곳에 약탈, 방화, 정전 등으로 도시가 마비된다. 설상가상으로 연인 그레이스마저 브루스를 떠난다.
자기에게만 불공평한 세상을 신에게 어필해서, 결국 신의 전지전능함을 장착했음에도, 여전히 무능하고 무력하며 못난 자신을 발견한 브루스. 그가 신에게 무릎 꿇고 간절히 원하는 것을 기도하는 순간, 신과 진짜 대면하게 되는데, 과연 신이 만족한 '브루스의 고백'과 신이 감탄한 '브루스의 소원'은 무엇이었을까?
브루스는 차가 너무 막혀서 지각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지만, 브루스의 동료들은 이미 착석해있다. 교통이 브루스 길에만 막히는가. 옷도 대충 집어 들고 회의실에 들이닥친 브루스와 달리 동료들은 단정한 차림새로 자리에 앉아 회의 자료를 보고 있고, 커피와 스낵도 세팅해 놓고 있다. 정 자세로 국장의 이야기를 초집중해서 듣고 있는 동료들과 달리 브루스는 의자에 비스듬히 누워있다.
사진 한 장만 봐도 보도 뉴스 앵커 적임자는 에반인 것으로 보이는데, 왜 브루스는 자기를 적임자로 믿었을까? 에반이 앵커로 발탁된 것에 방송 사고를 칠 정도로 분노한 이유가 무엇일까? 사람들에게 기쁨과 웃음을 주는 재능이 있는데, 왜 맞지도 않는 보도 뉴스 앵커 자리를 그토록 원했을까?
"브루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만의 타고난 재능이 있어. 브루스 넌 사람들의 마음에 기쁨을 주고 웃게 만드는 특별한 재능이 있어. 그게 네 재능이야. 그건 내가 잘 알아. 왜냐면 내가 널 만들었으니까!"
"하하! 이것 봐! (조물주인 나를 웃게 했잖아) 네가 이런 재능이 있다니까?"
영화 <브루스 올마이티>가 히트한 비결이 여기 있지 않을까 싶다. 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 사람들조차도 아마 '너는 이러 이러한 재능이 있어. 날 믿어, 내가 널 그렇게 창조했으니까'라고 말해주고, 내 재능에 '샤라웃'해주며 내 효능감을 확인시켜주는 신이 있다면 얼마나 마음 든든할까. 우리는 기껏해야 조부나 증조부까지 아는데, 나의 패밀리 트리 전부를 꿰고 있는 신이 내 이름을 불러주며, 너는 내가 만들었으니까라고 말해준다면 얼마나 벅차오를까.
우리는 <브루스 올마이티>에서 욥을 만날 수는 없다. 신이 보증하고 자랑한 의인 욥처럼 온전한 사람은 <브루스 올마이티>에 등장하지 않는다. 아마 현실 세계에도 없을 것이다. 대신 여기서 우리가 경험하는 것은 하나님의 솔루션이다. 서툰 브루스에게 전지전능을 허락하고 험난한 시련 끝에 이끌어낸 브루스의 마지막 고백과 마지막 기도. 정답으로 이끄는 하나님의 솔루션이 무엇인지는 후회 안 할 관람을 보증하며 영화를 통해 만나보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