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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장인 김세평 Feb 20. 2024

공무원 시험에 합격할 수 있는 특별한 비결이 있어요

<완전한 공시생> 제5부 특별한 만남 - 01 특별한 운동장


제5부 특별한 만남 - 01 특별한 운동장



눈부신 운동장 조명이 퍽하고 꺼진 순간, 밤 열시라는 걸 깨달았다. 달밤의 체조에 열정적인 이들도 이런 어두컴컴한 운동장에서 더는 있기가 어려웠던지 슬슬 집으로 돌아가기 시작한다. 그러나 나는 집으로 가지 않고 운동장을 이리저리 서성인다.


어느덧 운동장에는 나 홀로만 남았다. 사람들이 없어져서 그런지 운동장을 가득 채운 겨울 바람이 유독 더 춥게 느껴진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앞으로 한 시간. 최소 한 시간은 이 운동장에서 버텨야만 한다. 왜냐면 밤 11시 정도는 돼야 가족들 모두 잠이 들어있을 테니까.


나를 볼 때면 늘 한심한 눈빛을 보내는, 나와 마주치면 한숨부터 내쉬는 가족들. 그런 가족들과 마주치느니 차라리 이런 어두컴컴한 운동장에서 홀로 추위에 떨고 있는 게 백배천배 낫다. 그렇게 나는 두르고 있던 목도리를 더 꽁꽁 싸매며 가족들이 잠들기만을 기다려본다.


그래도 예전에는 가족들과 화목하게만 지냈는데……. 사실 나도 알고 있다. 진작 내가 공무원 시험에 합격만 했더라도 가족들과 나는 이렇게까지 멀어지진 않았을 것을 말이다. 내게 기대와 응원을 준 가족들을 3년이란 긴 시간을 실망시키지만 않았더라면…….


그러니 가족들과 다시 잘 지내기위해서라도 올해 있을 공무원 시험에 꼭 합격해야만 할 텐데 정말. 그런데 만약 올해도 공무원 시험에 떨어진다면 가족들과는 계속 이렇게 서로를 불편해하며 지낼 수밖에 없겠지?




김들림: 에휴, 이번 시험에는 꼭 붙어서 다시 가족들과 화해하면 좋겠는데…… 그나저나 으~ 오늘따라 바람이 너무 매서운 거 아니야?


낯선이: 그러게요. 겨울바람이 이렇게나 쌀쌀해서 원.


김들림: 아이고, 깜짝이야!


낯선이: 헛. 놀라셨다면 죄송합니다.


김들림: 누, 누구세요?


낯선이: 그냥 지나가던 낯선이인데요. 으~ 추워라.


김들림: (뭐, 뭐지? 이 추운 날씨에 반팔을 입고 있어??)


낯선이: 어휴~ 타임머신 이용권을 싼 거로 구매해도 그렇지, 여름을 보내고 있는 사람을 겨울로 보내냐 정말…… 저기요.


김들림: 네? (게다가 마스크까지 쓰고 있어 뭔가 무서운데)


낯선이: 혹시 올해가 몇 년도인지 알 수 있을까요? 으, 추워~~.


김들림: 올해요? 그거야 당연히 2016년… 아, 아니 해가 바뀌었지. 이제 2017년이잖아요.


낯선이: 으흠. 2017년이군요?


김들림: (아무래도 이상한 사람 같으니 일단 피해야겠다) 죄송하지만 저는 집에 가봐야 해서요. 그럼 전 이만…….


낯선이: 잠깐!


김들림: 네?!


낯선이: 덥수룩한 머리에 책가방을 메신 모습을 보니 아마 공시생이신 거 같은데, 맞죠?


김들림: 어? 공시생은 맞는데 그걸 어떻게…….


낯선이: 하하하. 예전 저의 공시생 시절의 모습과 많이 흡사해 보여서 왠지 공시생이실 것만 같아서요.


김들림: (복장차림만으로도 공시생인 걸 알아본다고??)


낯선이: 아참. 제 소개를 깜빡했군요. 저는 지금 믿음동 주민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낯선이 공무원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수험 공부하시느라 고생이 많으시네요.


김들림: 네? 어… 감사합니다. (믿음동? 처음 들어보는 동인데……)


낯선이: 에취~!! 아, 추워서 더 이상 안 되겠다. 저기요. 제가 너무 추워서 그런데 괜찮으시다면 저랑 어디 따뜻한 곳으로 같이 좀 이동하지 않겠어요?


김들림: 저, 저하고요?


낯선이: 그럼 누구겠어요. 아하! 그러고 보니 여기 근처에 스페셜 카페라는 이름의 카페 하나 있지 않아요? 어렴풋이 기억이 나는데.


김들림: 스페셜 카페요? 알기는 아는데, 근데 저…….


낯선이: 어디 있는지 아신다는 거죠? 그럼 거기로 같이 가시죠.


김들림: 네?? 죄송하지만 방금 처음 뵌 분하고 갑자기 카페를 가기에는 좀…….


낯선이: 어차피 그쪽도 열한시는 넘어야 집에 들어가실 수 있잖아요. 가족들이 잠들기만을 기다리면서 지금 여기 운동장에서 시간 보내고 있었던 거 아니었어요?


김들림: 그, 그걸 어떻게??


낯선이: 하하하. 다 아는 수가 있지요. 자자. 긴말하지 않겠습니다. 만약 저랑 같이 지금 이동하신다면 제가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는 비결 하나를 알려드릴게요.


김들림: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는 비결이요??


낯선이: 네.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는 비결이요. 참고로 저는 공무원이 되기 전까지 무려 3년이란 시간이 걸렸습니다.


김들림: (어? 나도 지금 수험생활 3년 차인데??)


낯선이: 그렇게 3년을 내내 공무원 시험에 낙방만 하던 제가 바로 이 비결을 통해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게 되었죠. 후후후. 궁금하지 않으세요? 3년이란 수험생활을 끝마치게 한 그 특별한 비결을요.


김들림: 특별한 비결?! 저, 정말인가요? 정말로 공무원 시험에 합격할 수 있는 비결이 있나요??


낯선이: 물론이죠. 에, 에취~! 이러다가 얼어 죽겠군. 자자, 어서가시죠!!



그렇게 나는 운동장에서 만난 낯선이(?)에게 그 특별한 비결을 듣기 위해 스페셜 카페로 함께 이동했다. 이상하게도 그는 카페에 들어와서도 마스크를 벗지 않고 있었다. 뭐지, 얼굴에 자신이 없나?? 그나저나 마스크 위로 보이는 그의 눈매가 이상하게도 무척 낯이 익다. 음… 혹시 내가 아는 사람인가?



종업원: 안녕하세요~ 주문받을게요! (헉, 이 추운 날에 반팔이라고?)


낯선이: 저 여기 방역시간… 아, 아니 밤늦게까지도 여시죠?


종업원: 그럼요. 저희 가게는 자정까지 운영합니다. (게다가 실내에서 마스크까지 쓰고 있다니 이상한 사람이군??)


김들림: 저는 아메리카노 따뜻한 거 하나 주문하겠습니다. 어, 낯선이님은 주문 안 하세요?


낯선이: 전 괜찮습니다.


김들림: 헐? 카페로 이동하자고 하신 게 낯선이님이셨잖아요.


낯선이: 하하하. 일단 추위를 피하는 게 목적이었으니까요.


종업원: 손님~ 죄송하지만 1인 1주문이 원칙입니다.


낯선이: 엇? 그래요?? 근데 저 돈이 없는데요.


김들림: 아니, 돈도 없으시면서 여길 가자고 하신 거예요?


낯선이: 그게 카드는 있는데, 미래에서 온 카드라 아마 결제는 안 되지 않을까요? 하하하하!


종업원: (젊은 사람인데 어디가 아픈가? 안타깝군 쯧쯧)


김들림: 무슨 소리를 하시는지 모르겠지만, 에고… 일단 제가 사드릴게요. 


낯선이: 감사합니다. 그럼 저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먹겠습니다.


김들림: 에? 방금까지 추운 곳에 있으셨는데 차가운 거로 드신다고요?


낯선이: 제가 얼죽아거든요.


김들림: 얼죽아요?


종업원: (얼굴이 죽었다는 건가?? 그래서 마스크를… 젊은 사람인데 안타깝네 쯧쯧) 네~ 주문 접수되었습니다. 영수증 드릴까요?


김들림: 아뇨. 안 주셔도 돼요.


낯선이: 와~ 여기 진짜 오랜만이네. 거의 5년 만인가?


김들림: 여기 오셨던 적이 있으세요?


낯선이: 하히하. 예전에 뭐 몇 번 왔었습니다. 들림님. 어디 앉으실까요?


김들림: (내가 내 이름을 이야기했던가?) 어… 저기 창가 쪽이 괜찮을 거 같아요.


낯선이: 좋습니다.


김들림: 저 그럼 아까 말씀하신 공무원 합격 비결이란 게 무엇인지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낯선이: 후후후. 자리에 앉자마자 바로 물어보시는군요. 비결을 말씀 드리기에 앞서 먼저 제가 들림님께 몇 가지 좀 여쭤보겠습니다.


김들림: 무엇을…… .


낯선이: 올해는 공무원 시험에 정말 합격하고 싶으시죠?


김들림: (공무원 수험생에게 무슨 그런 질문을…) 당연히 합격하고 싶죠.


낯선이: 그리고 가족들과도 다시 예전처럼 화목하게 지내고 싶고요. 그렇죠?


김들림: ……그렇죠.


낯선이: 좋습니다. 자, 그럼 여기서 깜짝 퀴즈~!


김들림: 에?!


낯선이: 혹시 성공이 영어로 뭔지 아세요?


김들림: 갑자기 퀴즈라니…  성공이 영어로 뭐냐고요?


종업원: 주문하신 음식 나왔습니다~!



다음화에 계속 됩니다.


<책으로 버티는 직장생활> 책장인 김세평과 <연애는 전도다> 김들림의 콜라보 프로젝트 <완전한 공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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