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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장인 김세평 Mar 06. 2024

마지막까지 화내지 않고 지혜롭게 최선을 다하는 공시생

<완전한 공시생> 제6부 일기장(2017) - 04 공시생 분노


제6부 일기장(2017) - 04 공시생 분노 [잠 14:29]


좀처럼 화를 내지 않는 사람이 지혜로운 자이다. 그러나 성미가 급한 사람은 자기의 어리석음을 나타낼 뿐이다. (잠언 14:29, 현대인의 성경)



지난번 할아버지로부터 받은 용돈으로 독서실 1인실 이용권을 끊었다. 이용요금이 꽤 비쌌지만 1인실만큼 공부에 집중하기 좋은 공간이 더는 없을 거란 생각에 과감히 결제를 했다. 하하하. 도서관 열람실아, 이제는 안녕!


독서실 1인실을 이용하니 도서관 열람실에 비해 공부 집중도 잘 되고, 특히 배에서 꼬르륵 같은 소리(?)가 나더라도 눈치를 볼 사람도 없다는 게 참 좋다(나 같이 과민성장염을 달고 사는 사람은 배에서 어찌나 소리가 자주 나던지). 역시 거금을 투자한 보람이 있군!


그렇게 기분 좋게 공부하고 있는데, 문득 어디선가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분명 독서실 내부에서 나는 소리는 아니었다. 도대체 이건 무슨 소리지?


소리의 정체를 찾고자 독서실 밖으로 나가보니, 독서실과 같은 층을 쓰고 있는 어떤 다단계회사(?) 간판이 걸려있는 사무실에서 무슨 수업 같은 걸 진행하는 소리가 들렸다. 쩌렁쩌렁 울리는 강사 마이크소리에 수강생 박수소리까지 수업소리가 어찌나 크던지 독서실까지 충분히 들릴만 했다.


이건 좀 아니겠다싶어 나는 일단 독서실 총무님에게 저 사무실에서 나오는 소음을 좀 어떻게 해줄 수 없는지 여쭤봤다. 총무님 이야기로는 몇 주 전에 들어온 회사 사무실인데, 평소에도 저런 강의 소리가 시끄러워 마이크 볼륨을 좀 낮춰달라고 요청했다고 했다. 그런데도 저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저렇게 여전히 시끄럽게 굴고만 있다는 거다.


총무님 이야기를 듣는데 정말 어이가 없었다. 아니, 본인들이 건물 전체를 전세 낸 것도 아니고, 어떻게 저리 남의 사업장에 피해를 줄 정도로 에티켓이 없을 수 있지? 게다가 나뿐만 아니라 여기 독서실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많을 텐데 눈치가 안 보이나?? 남들 눈은 신경 쓰지 않고 저리 뻔뻔하게 행동하는 저들을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은 시끄럽지만 그래도 조금만 지나면 또 조용해지니 이해해달라는 총무님 말씀에 일단 알았다고 하고 내 자리로 돌아갔다. 자리에 돌아왔지만 저들의 시끄러운 소리가 계속 귀에 거슬렸다. 나도 화가 좀 나다보니 나라도 가서 좀 저들에게 따져야하는 게 아닌지 그런 생각도 들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지금 시험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굳이 이런 일로 감정소모와 시간낭비를 하고 싶진 않았다. 그리고 총무님이 갔는데도 말도 하나 안 듣는 다는데 내가 무슨 수로 저들을 설득하겠나? 나는 잠언 14장 29절 말씀을 생각하면서 이제 그만 화를 참고 다시 공부에 집중하기로 했다.




좀처럼 화를 내지 않는 사람이 지혜로운 자이다. 그러나 성미가 급한 사람은 자기의 어리석음을 나타낼 뿐이다.

(잠언 14:29, 현대인의 성경)



그러고 보니 들어야할 한국사 동영상 강의 진도가 좀 밀리기도 했다. 그냥 이번 일을 계기로 한국사 수업이나 열심히 들어야겠다며 나는 귀에 이어폰을 꽂았다. 이어폰을 꽂고 공부를 하니까 바깥 소음이 어느 정도는 들리지 않았다. 진작 이렇게 인터넷 수업이나 들을 걸 그랬다. 그래~ 성경말씀이 맞다~~ 화를 내지 않는 사람이 지혜로운 거다.


그렇게 오후를 넘어 저녁까지 나는 인터넷 수업을 들었다. 그런데 어라? 분명 오후에만 시끄러울 거라고 총무님이 말씀하셨는데 뭐지 이 소음은?? 이번에는 아예 이어폰을 뚫고 들어올 정도로 정말 엄청나게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저것들이 진짜 양심도 없나… 응? 그런데 무언가 이상했다. 왜냐면 지금 들리는 이 시끄러운 소리는 분명 성가대에서 찬송가를 부르는, 바로 교회에서 예배드리는 소리였기 때문이다. 아니, 무슨 다단계 회사 사무실에서 교회 예배드리는 소리가 어떻게 날 수가 있는가?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곧바로 나는 독서실을 나가 다단계회사 사무실로 한번 가보았다. 근데 정말로 그곳에서 찬송소리가 들리는 거였다.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가해서 나는 사무실 문을 살짝 열고 들여다봤는데, 어라? 서, 성가대에 설교자까지?? 정말로 그들은 교회 예배를 드리고 있었다. 설마 오늘이 금요일이라고 지금 금요예배를 드리고 있는 건가?! 분명 다단계 회사 간판이 걸려있는 이곳에서 교회 예배가 진행되고 있었다.


정말 어이가 없었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상황으로 유추해보자면, 여기 다단계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아마도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인 거 같은데, 근데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본인들 사업장을 교회처럼 꾸며 예배도 드리는 거 같았다.


그래, 뭐 본인들 사업장에서 사업을 하든 예배를 드리든 그건 자유겠다. 그러나 독서실이 옆에 있는데도 뻔히 시끄럽게 구는 저들의 행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심지어 아까 수업인지 뭔지 하면서 시끄럽게 굴던 소리가 차라리 나을 정도로 지금 그들이 예배를 드리는 소리는 정말이지 너무너무 시끄러웠다.


나는 정말 머리끝까지 화가 났다. 저렇게 남들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드리는 예배가 정말로 하나님의 이름을 높여드리는 예배라 생각하는 걸까? 오히려 하나님 이름에 먹칠하고 있다는 생각은 전혀 못하고 있는 걸까?? 게다가 지금 독서실을 드나드는 학생들이 온갖 시끄러운 소리가 울려 퍼지는 저 다단계 사무실 문을 한 번씩 눈살을 찌푸리며 쳐다보는 거였다. 이게 무슨 망신인가… 학생들이 교회라는 곳을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때마침 예배가 끝나고 정리하는 소리가 나는듯했다. 화가 난 나는 바로 그곳에 들어가자마자 당신들 지금 뻔히 독서실이 옆에 있는 걸 알면서도 이렇게 시끄럽게 하는 건 아니지 않으냐며 그들에게 한껏 따졌다. 더군다나 교회 다닌다는 사람들이 더 조심해야하는 게 아니냐며 나도 같은 신앙인으로서 이건 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에 이야기하는 거라고 말해주었다.


그런데 이렇게 누가 화가 나서 이야기하는데도 그들은 그저 눈만 껌뻑껌뻑 거릴 뿐 나에게 별다른 대꾸도 하지 않았다. 어떤 한 분이 마지못해 다음부터는 볼륨을 좀 낮추겠다고 말할 뿐이었다. 그렇게 나는 몇 분 정도 그들과 실랑이를 벌이다가 독서실로 돌아갔다. 자리에 돌아와서도 어찌나 그들이 괘씸하던지 분이 풀리지 않던 나는 결국 그날 공부도 제대로 못하고 말았다. 


그들은 그날 이후에도 볼륨을 낮추기는커녕 계속 시끄러운 소리를 냈다. 그러고 보면 사실상 그날 내 공부시간만 빼앗긴 거고 나만 손해를 본 거였다. 시끄럽게 굴던 무시했었어야 싶다. 괜히 화까지 내서 내 기분만 상했다. 앞으로는 독서실에서 공부하다가 저들이 시끄럽게 굴기 시작하면 그냥 카페나 도서관 열람실에 가서 공부해야겠다.


그래, 성경말씀 틀린 거 하나 없다… 화를 내지 않는 사람이 지혜로운 거다! 들림아, 시험 당일까지는 성내지 않고 지혜롭게 공부하자고!!



다음화에 계속 됩니다.


<책으로 버티는 직장생활> 책장인 김세평과 <연애는 전도다> 김들림의 콜라보 프로젝트 <완전한 공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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